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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종전선언 안갯속…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기류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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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동맹국 동참 확산… 복잡해진 해법

美정부 “한·미, 순서·시기 등 다른 관점”

한국과 같은 입장 단서… 이견 드러내

유엔사 해체·주한미군 철수 요구 등 걱정

정전체제 유지하는 선에서 조율 관측

한·미, 종전선언 문안 막바지 협의 단계

‘비핵화’ 문안 포함 여부 놓고 교착 상태

북한의 한·미 합의안 수용 여부 불투명

남·북·미·중 4개국 서명 문제는 더욱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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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한·미가 6·25전쟁 종전선언 문안 협의를 마무리하는 중이지만 ‘비핵화’라는 단어를 문안에 어떻게 포함시킬지를 두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미 합의로 종전선언 문안이 완성되더라도 남·북·미·중 4개국이 모두 모여 문안에 서명하는 문제는 더욱 난제라면서 북한의 수용 여부, 문재인정부의 내년 5월 임기 종료 등이 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하는 종전선언 추진을 선언한 이후 정부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형편이다. 적대시정책 철회 등을 선결 조건으로 내건 북한이 받아들일지가 미지수인 데다 미국이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뒤 동맹국들의 동참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종전선언 카드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한·미, 종전선언 문안 막바지 조율”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핵심 외교안보 참모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0월 27일 언론 브리핑에서 종전선언 관련 질문에 “우리(한·미)는 각각의 조치를 취하기 위한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관해서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국 정부와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종전선언 추진이 탐탁잖은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기류는 지난달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최종건 외교부 차관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회담 후에도 감지됐다. 우리 외교부는 “양 차관은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 방안에 대해 소통과 공조가 빈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종전선언을 언급하지 않은 채 “양측은 북한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발표했다. 양국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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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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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서는 마뜩지 않다고 해도 동맹인 한국의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을 무시하거나 반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종전선언 문안에 비핵화 관련 내용과 함께 종전선언이 정전체제 자체를 흔들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는 선에서 조율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전체제가 주한미군 주둔 및 유엔군사령부 지위 등 한·미동맹의 핵심 현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북한이 유엔사 해체를 요구하고 주한미군 주둔까지 문제 삼을 것으로 걱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종전선언에 정전체제 유지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해 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북한이 한·미 합의안 수용할지는 불투명

한·미가 종전선언의 조건과 내용 등에 합의한다고 해도 더 큰 난관이 남아 있다. 북한이 이런 내용의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것이냐다. 북한의 수용 여부가 종전선언 성패를 가를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9월 24일 담화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면서도 “종전이 선언되자면 지독한 적대시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중기준과 적대시정책 철회를 종전선언 수용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종전선언의 선결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광물 해외 수출 허용 등을 내걸었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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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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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미 합의안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종전선언의 근본적 문제는 북한이 제시한 선결 조건인 이중기준과 적대시정책 철회를 먼저 제공할 것인지 여부”라면서 “한국은 그런 것(선결 조건 수용) 없이 종전선언을 하자고 할 것이지만, 북한이 그런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미국은 북핵 문제가 더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이 내세운 선결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이 경우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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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기류… 종전선언 안갯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검토”를 언급한 이후 영국과 호주가 동참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럽연합(EU) 의회도 회원국에 사절단 파견 거부를 촉구한 상태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최근 “현시점에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면서 “일본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며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보이콧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과 군사정보 등을 공유하는 동맹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와 안보협력체인 ‘오커스(OAKUS)’ 등에 참가한 캐나다 뉴질랜드도 올림픽 보이콧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외교적 보이콧의 명분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워 동맹국들의 동참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보이콧 검토 발언으로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베이징동계올림픽과 종전선언을 불가분의 관계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올림픽 참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입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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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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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왜 종전선언에 올인하나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년반 동안 내세울 만한 뚜렷한 업적이 없는 문 대통령이 임기 말 외교 치적을 남기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정원 1차장에 ‘자주파’의 대표적 인물로 알려진 박선원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발탁하는 등 ‘대북통’ 인사들을 전진 배치한 것도 종전선언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신 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올인하는 데는 임기 말 남북 관계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으려는 희망이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종전선언의 성공 가능성과 무관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3·9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려는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점은 정부 고위 인사들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최 차관은 지난 15일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종전선언이 이를 위한 좋은 방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는 종전을 통해 비핵화에서 불가역적 진전을 만들고 비정상적으로 긴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작하려 한다”고도 했다.

물러나는 정권이 대선을 3개월 남짓 남기고 업적 만들기용으로 실현 가능성 낮은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고 국정 혼선을 가져올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평화 없는 평화 선언을 원한다’는 제목의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종전선언이 문 대통령은 물론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는 여당이 노리는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면서도 “전쟁이 끝난 것처럼 축하하는 척하는 것이 한·미동맹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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