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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후보가 중심돼야" 중진들 지적…'윤석열 선대위'에 윤석열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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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 공식 출범 일주일도 안남았는데…당대표 '잠적'·선대위 사분오열

초·중진 우려 목소리…윤석열 정치력 시험대 "덧셈의 정치해야"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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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격한 내홍에 휩싸이면서 윤 후보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준석 대표 겸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공식 출범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고 '잠적'하면서 선대위가 사분오열로 갈라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지율 격차를 좁혀오는 상황에서 본경선 후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자 초선·중진 의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소수 의원들과 만찬을 한 후 SNS에 '웃음 표시'(^^) 이모티콘과 함께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는 글을 올렸고, 한 시간 뒤쯤인 오후 8시44분에는 '^_^p'라는 이모티콘을 올렸다. p는 엄지를 거꾸로 내린 모양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의 페이스북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날(30일) 이 대표는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당대표실은 "금일 이후 이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돌발행동 배경에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문제와 최근 논란이 된 '당대표 패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선대위 영입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체제로 선대위가 출발했다.

여기에 윤 후보의 첫 지방 일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윤 후보의 충청권 일정에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만이 동행했다. 이 대표는 "어제 언론에 배포되기 전까지 저는 가자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이준석 패싱'이다'"라며 "오늘 외교사절 면담 등 일정이 가득해 전날에 알게 되면 조정을 할 수가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 대표는 "제가 안 가면 또 '이준석이 후보 일정에 협조 안 한다'고 이간질하는 사람들이 있을 게 아니냐"라며 "제 입장에서는 황당한 거다. 그런데 이게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도 당대표를 겨냥했다. 조 단장은 "선대위가 닻을 올리면 최고위원이나 이런 직함은 활동이 중단되는 것으로, 저도 최고위원 직함은 내년 3월9일까지 중단하고 공보단장에만 충실할 것"이라며 "저뿐만 아니라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이 대표를 겨냥했다.

김병준 선대위원장은 윤 후보의 충청 일정과 관련해 "흠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며 선대위의 실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측근'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권경애 변호사는 지난 28일 윤 후보의 측근으로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을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하고 "장 의원이 선대위 인선 작업을 주도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차지철 역할을 지금 장제원이 하고 있다"라며 "여의도 바닥에는 벌써 '장순실'이라는 말이 나도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전날(30일) 취재진과 만나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어떤 인선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모시는 데 역할을 하거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반대한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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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이준석 당 대표. 2021.1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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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이 대표의 '잠적'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국민의힘 초·다선 의원들은 일제히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3선의 김태흠 의원은 "여러분들의 지금 언행은 사욕만 가득하고 전략과 시대정신 부재인 무능의 극치"라며 "정권교체라는 대의도 보이지 않는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이견이 있다면 자신의 사욕, 자존심을 다 버리고 선대위에서 녹여내라"라며 "선대위는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께 대선 승리의 희망을 주어라"라고 덧붙였다.

3선의 박대출 의원은 "이번처럼 큰 컨벤션 효과도 처음 보고, 컨벤션 효과를 순식간에 까먹는 것도 처음 보고, 선대위 구성 논란도 처음 보는 것 같다"라며 "대선 D-100지점에서 이런 삐걱거림 처음 본다. 삐걱거림은 여기까지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초선의원들은 전날 '초선 총회'를 열고 선대위의 기민한 대응을 주문했다. 강민국 의원은 "대선에 임하는 당의 자세라든지 선대위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상당히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라며 "대선 전 100일을 앞두고 대국민 메시지가 아예 없었다. 후보뿐 아니라 선대위, 당에서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줬나"라고 선대위의 대응을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는 당무 권한을 가진 윤 후보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 청주를 방문한 윤 후보는 전날 권성동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해 이 대표를 만나 일정을 전면 취소한 이유에 대해 파악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 총장은 이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윤 후보는 선대위 잡음에 대해 "저도 잘 모르겠다. 저는 후보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지만, 당무까지 맡아 선대위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후보가 선대위 구성과 관련된 논란에 뒷짐 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윤 후보의 리더십 부족, 정치력 부족 문제다. 후보 스스로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자기를 위해서 모여있는 사람들인데 왜 사분오열시키고 떠나게 만드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덧셈의 정치를 해야지 왜 뺄셈의 정치를 하나. 뺄셈의 정치를 해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나"라며 "윤 후보 또는 윤 후보의 최측근들이 근거가 없는 자신감에 빠져 있다. 과도한 낙관론에 입각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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