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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검찰 “은수미, 경찰에 수사기밀 받고 이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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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직권남용·청탁법 위반 혐의 “성남시장·측근·경찰 얽힌 비리”

조선일보

은수미 경기도 성남시장이 2018년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으로부터 수사 기밀을 넘겨받는 대가로 해당 경찰관의 인사 청탁을 들어준 혐의(뇌물 공여 및 직권남용)로 30일 불구속 기소됐다. 은 시장에게는 측근으로부터 휴가비, 출장비, 명절 선물 명목으로 수백만 원의 현금과 와인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청탁금지법 위반)도 적용됐다. 당초 이 사건은 ‘수사자료 유출’ 의혹으로 시작됐으나 그 과정에 은 시장은 물론 최측근 참모, 시 공무원, 경찰관 등이 얽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성남시의 총체적 비리 사건”이라고 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병문)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은 시장과 최측근 참모, 성남시 공무원, 경찰관 등 총 10명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은 시장은 2018년 10월 최측근인 전 정책보좌관(4급 상당) 박모(구속 기소)씨와 공모해 당시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던 성남 중원경찰서 소속 경찰관 A(구속 기소)씨로부터 수사 기밀을 제공받았다.

이에 대해 은 시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소 사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검찰이 정치적이고 무리한 기소 결정을 했다. 재판을 통해 결백함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된 은 시장은 민주당의 성남 중원구 지역위원장 시절인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중소기업인 코마트레이드 등으로부터 차량 편의와 운전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코마트레이드 대표 이준석씨는 성남 지역 조폭인 국제마피아파 출신으로 알려졌다.

경찰관 A씨는 수사 기밀을 유출한 대가로 성남시가 추진하던 4억5000만원 규모의 터널 가로등 교체 사업을 특정 업체가 맡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은 시장은 이를 들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가로등 업체 측으로부터 7500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은 시장은 또 A씨가 성남시에 근무하던 자신의 지인에게 6급 팀장 보직을 주라고 요구하자 이를 들어준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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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장·공무원·경찰관 유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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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시장은 A씨 상관으로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경찰관 B씨(구속 기소)의 인사 청탁도 들어줬다고 검찰은 밝혔다. 은 시장 측근 박씨는 2018년 10월 B씨에게 “은수미 시장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그 대가로 자신이 부업으로 하던 건축 사업에 도움이 되는 성남시 공무원의 사무관 승진, 건축 사업 동업자의 도시계획위원 위촉을 요구했고 은 시장은 이 역시 들어줬다고 검찰은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결국 은 시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는데, 경찰이 은 시장 혐의를 축소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은 시장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휴가비, 출장비, 명절 선물 등 명목으로 측근 박씨로부터 467만원 상당의 현금과 와인 등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검찰은 은 시장과 함께 그의 수행비서 C(7급)씨도 불구속 기소했는데, C씨는 박씨로부터 수행 활동비 명목으로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은 시장의 전직 비서관이었던 이모씨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이씨는 “은 시장 사건이 검찰에 넘겨지기 직전 담당 경찰관이 수사 결과 보고서를 은 시장 측에 전달했다”며 은 시장과 경찰관 A씨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당시 은 시장은 “이씨는 심각한 물의를 일으켜 사직한 분”이라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씨는 성남시 운영 방식과 채용 문제 등을 지적했지만, 은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18년 12월 검찰은 문제의 경찰관들이 수사했던 ‘조폭 출신 사업가의 차량 무상 제공’ 사건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은 시장을 기소했다.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은 시장은 2심에선 당선무효형인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검사가 항소장에 1심 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 부당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절차적 문제를 들어 본안을 뒤집은 것이다. 이후 은 시장은 벌금 90만원이 확정돼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경찰관 A씨의 수사 기밀 유출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 받은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은 시장과 성남시 공무원, 수사 경찰관들의 유착 관계를 파악했다. 그리고 이날 이번 사건의 가장 ‘윗선’인 은 시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수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은 시장 입장에선 대법원 파기 환송에 따른 감형(벌금 90만원) 판결로 기사회생한 지 13개월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검찰은 은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 A씨가 은 시장 정책비서관 박씨와 유착해 적극적으로 여러 비리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은 시장도 박씨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수사 상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의 청탁으로 ‘터널 가로동 교체’ 사업을 따낸 업체로부터 7500만원을 받았을 뿐 아니라, 2018년 10월에는 은 시장 비서관에게 “복정동 하수처리장 지하화 사업에 특정 업체를 참여시키면 20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지난 4월 파면당했다.

은 시장은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이날도 “(2018년 10월) 경찰로부터 수사 기밀을 제공받았다고 하는 그 시점에 이미 경찰은 (나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는데 무엇을 대가로 직권을 남용하고, 어떤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겠느냐”며 “당시 나는 기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검찰 수사와 재판을 준비 중이었다. 억지 주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검찰 관계자는 “8개월이 넘는 보강 수사 끝에 성남시 공무원과 지역 경찰관, 알선 브로커 등이 유착한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며 “이 사건 경찰관들은 수사권을 사적으로 남용해 성남시의 각종 이권에 개입해 이익을 취득하고, 시 공무원들은 이권 제공 대가로 사건 처리를 청탁하거나 수사 기밀 취득 등 편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원=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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