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윤창호법 위헌’에… 재범 음주운전자들 ‘구제’ 문의 빗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헌재, 형사 조항 위헌 결정에 따라 가중처벌 운전자들 재심 청구 가능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은 구제 안돼… 변호사-행정사 “문의전화 7배로”

음주운전 피해 유족 “면죄부 우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창호법 위헌 결정으로 희망이 보이는 것 같네요. 2진인데 (면허 구제) 가능할까요?”

음주운전자들이 처벌 관련 정보 등을 공유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 지난달 28일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2017년에 이어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2년간 면허가 취소됐다고 했다. ‘2진’은 음주운전으로 2회 적발된 재범자를 칭하는 은어다.

이 카페에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2회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되면 가중처벌하도록 한 일명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후 면허 구제 가능성을 묻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변호사나 행정사 사무실에도 2회 이상 음주운전자들의 구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운전면허 취소 구제를 전문으로 하는 한 행정사는 “위헌 결정 이후 평소보다 문의량이 7배가량 늘어 전화 연결이 잘 안 될 정도”라고 했다. 교통사고 전문인 최충만 변호사도 “음주운전 처벌 관련 문의가 하루 평균 3건에서 20건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적발된 경우 2∼5년의 징역이나 1000만∼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조항에 대해 “과거의 음주운전과 두 번째 음주운전 사이에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가중처벌하도록 한 것은 문제”라며 위헌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8년 말 시행된 ‘윤창호법’이 적용돼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재심 청구를 통해 일부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검찰이 일반 음주운전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면허 취소 등 행정 처분은 구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음주운전이 늘어나는 연말에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잘못된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민들이 이번 헌재 결정을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해도 큰 문제가 안 된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추가 입법 전까지는 음주운전에 대한 가중처벌이 어렵게 된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적발된 음주운전자 9만3460명 중 2회 이상 음주운전자는 4만2317명으로 전체의 45.2%에 달한다. 2018년 부산 해운대구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아들 윤창호 씨를 잃은 윤기현 씨는 “이번 위헌 결정으로 음주운전자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 같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3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