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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CCTV로 언론인·유학생 실시간 감시” 중국, 5G 기술로 철권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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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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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지방정부가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해 이 지역을 방문한 기자와 유학생들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이 시스템에는 기자를 ‘위험도’에 따라 빨강·노랑·초록으로 분류하고 방범카메라를 이용해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이 시스템 개발이 어느 정도까지 진전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시스템이 도입돼 작동할 경우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허난(河南)성 정부는 지난 7월 29일 정부 조달 사이트에 허난성 지역을 방문한 특정 인물의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계획안을 올렸다. 200여 쪽의 사업 제안서에는 사진이나 얼굴 특징 등으로 인물을 검색·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기자, 외국인 학생, 불법 거주 외국 여성을 추적하길 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자의 경우 빨강⋅노랑⋅초록 등 3단계로 분류하고 기자가 허난성 내 호텔에 투숙하거나 허난성으로 오는 항공권을 사면 경보가 울리도록 요구했다. 허난성 당국은 제안서에서 “의심스러운 인물은 추적·통제돼야 하고, 동적인 분석과 위험 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기자는 (등급) 분류에 따라 관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허난성 정부는 지난 9월 17일 중국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가운데 하나인 둥롼(東軟·Neusoft)과 계약을 체결했다. 둥롼은 중국 지방 정부의 사회보장 시스템 구축에 참여해 온 IT 기업으로 안면 인식을 통해 수급자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로이터통신은 계약서에는 11월 중순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현재 시스템이 가동 중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허난성 정부 등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허난성 당국이 감시 프로젝트 입찰 공고를 한 시점은 홍수를 취재하기 위해 일부 외신 기자들이 허난성 정저우(鄭州)시를 방문한 직후다. 중국 일부 네티즌과 환구시보 등 애국주의 매체들이 앞장서 “외신들이 중국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도한다”고 성토하고, 취재 기자의 실명을 공개해 비판하던 시점이다.

지금도 중국 공안(경찰) 당국은 외국인 기자와 외교관 등의 동태를 모니터링한다. 이들이 거주지 이외 지역을 방문할 경우 외사 담당 공안이 휴대전화로 연락해 방문 목적을 묻거나 숙박 호텔로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과거에는 호텔에 체크인해야 도착 사실이 공안에 통보됐지만 기차 등 장거리 대중교통 이용이 실명제로 바뀌면서 예약과 동시에 동선이 알려진다. 안면 인식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중국에서 안면 인식은 이미 보편화 단계에 들어섰다. 중국 정부는 2019년부터 이동통신 가입 때 얼굴 정보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출입 등록, 휴대전화 앱(응용프로그램) 가입에도 신분증 이외에 얼굴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얼굴 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중국 거리 도처에 있는 6억대의 방범 카메라(영국 IT 전문 컨설팅 업체인 캠패리테크 추산),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 중국 당국이 원하는 대상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감시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안면 인식을 통해 수배범⋅유괴범을 검거한 사례를 들며 적용 범위를 더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지난 1월 안면 인식,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통치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채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공안 분야를 담당하는 천이신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비서장은 지난 9월 광둥성을 방문해 “최근 중국 안팎의 안보 환경이 갈수록 복잡하고 불안정⋅불확실해지고 있다”며 “화상 감시와 통제 범위를 넓히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위험 요인을 감시⋅예측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제 인권기구들은 이런 정책의 확대가 중국 정권이 비판 세력이나 소수 민족을 감시하고 억압하는 ‘5G 레닌주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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