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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외풍에 더 취약한 韓 증시…코스피만 더 하락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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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코스피 2.5%↓…아시아서 최대 하락

연준 의장 "오미크론, 물가 불확실성 높여"

"인플레 위험에 연준 긴축 예정대로"

코스피 작년 저점 이후 94%↑…상해 33%↑

"3000 넘길 때의 과열 '키맞추기' 중"

"기대 인플레 둔화…신흥국 여전히 '중립'"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사실 ‘오미크론’이든 ‘오메가’든 시장은 이미 엔데믹(주기적 유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태로 봐야 한다. 코스피 하락에 핵심은 변이가 아니다”

코스피지수가 2% 넘게 급락하면서 ‘검은 화요일’을 연출했다. 전 세계 자본시장이 새롭게 출현한 변이 바이러스에 흔들렸지만 코스피는 유난히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신흥국 아시아 권역에서도 하락 폭이 도드라진다.

지난 주말 뉴욕 증시를 강타한 오미크론 쇼크가 국내 증시에는 하루 늦게 반영된 것은 오미크론에 대한 공포가 더 커진데다 월말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 리밸런싱(편출입)에 따른 수급 변동성이 맞물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에선 변이 바이러스로 공급 병목 차질에 따른 물가 상승이 더 강화돼 미국 중앙은행이 예정대로 통화정책 정상화를 진행, 신흥국 증시가 타격을 입었단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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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외국인 선물 순매도 규모 비해 코스피 너무 많이 하락”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3.23포인트(2.52%) 내린 2835.94에 마감했다. 지난 10월 6일 올해 최저점(2908.31)을 하회한 건 물론,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수준(2873.47)도 밑돈 것이다. 오후 들어 파이낸셜 타임즈(FT) 등이 ‘오미크론에 대해선 기존 백신의 효능이 낮을 것’이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의 얘기를 전하자 패닉셀(투매현상)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신흥국 증시도 모두 약세를 보였으나, 코스피보단 선방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심천종합지수는 각각 0.03%, 0.09% 상승했다. 대만 가권지수도 0.58% 올랐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초기에 나온 홍콩 항셍지수는 1.58% 하락하는데 그쳤다. 닛케이225지수도 1.63% 떨어지는 선에서 이날 거래를 마무리했다.

일각에선 수급적 요인을 지목했다. MSCI 지수 리밸런싱과 관련, 외국인 코스피200 지수 선물 매도와 이에 따른 기계적 매매인 금융투자(증권사)의 매도차익거래가 발생했단 것이다. 반면 수급 때문이 아니란 반론도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이날 약 코스피200 지수 선물을 약 1500억원, 한 5000계약쯤 팔았는데, 지난 9월 만기일 이후 누적으로 전날까지 7만 계약을 순매수한 상태다”라며 “금융투자의 기계적 매매가 동반된 점을 감안한다 해도 이날 순매도 규모에 비해 하락 폭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원인은 외부 요인에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경제재개 지연에도 연준 긴축 진행이 조정의 본질”

코스피가 특히 취약한 이유는 거꾸로 오미크론이 조정을 촉발했을 뿐 주요 원인은 아니란 진단에서 찾을 수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최초 발견된 지역은 남아공아프리카이고, 확진자도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먼저 나왔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오미크론 확진자는 2명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감염 속도는 빠르지만, 치사율은 낮은 등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를 능가하진 않을 걸로 보고 있다. 빌 애크먼 퍼싱 스퀘어 회장은 “아직 확정적인 자료를 얻기엔 너무 이르지만, 초기 보고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증상이 가볍거나 보통으로 덜 심각하다”고 전했다.

조정의 본질은 자본시장으로선 성장과 유동성이 모두 악화한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미크론은 단지 ‘울고 싶은 증시에 뺨을 때려준’ 핑계에 불과하단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인상) 우려가 극에 달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은행 총재는 테이퍼링 스케줄을 현 150억달러씩 축소에서 300억달러씩 줄여야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회증언 사전 답변서를 보면 ‘(오미크론에 대해) 경제 하방 리스크와 물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란 대목이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모더나 등 글로벌 백신 제조사들이 이미 패스트트랙에 돌입한데다 화이자 치료제가 유효할 가능성이 있어 변종 자체는 큰 리스크는 아니라고 본다”며 “그러나 경제재개 지연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위험 때문에 연준이 긴축을 예정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번 조정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동학개미 위축·다른 지역과 키맞추기·최근 홍콩 연동 등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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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인 미국 중앙은행이 긴축을 시작하면 피해를 보는 곳은 신흥국 증시다. 달러 강세에 따라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연준 정책에 미국은 큰 반응을 안 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로 신흥국 증시가 큰 타격을 입는다”라고 말했다.

신흥국 중에서도 연준 긴축 우려에 이날 한국 증시가 유난히 큰 폭 내린 건, 그동안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며 지수 하락을 방어한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게 드러난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코스피에서 개인의 거래 비중은 58.14%로 작년 2월 48.8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3월부터 9월까지 줄곧 60% 이상을 차지했던 것에 비해 둔화된 것이다. 대출 규제에다 한국은행이 다른 지역 대비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한 점 등 또한 개인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1%로 직전 대비 0.25%포인트 인상하며 제로(0) 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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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코스피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주식시장의 생리인 ‘키맞추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코스피는 최저점인 작년 3월 19일부터 최고점인 지난 6월 25일(3302.84)까지 126.59% 올랐다. 2800선으로 하락한 이날 기준으로 해도 이날까지 94.77% 상승률로 약 2배가 올랐다. 이는 심천 지수가 53.8%, 상해가 33.97%, 가권이 99.6% 각각 지역별 작년 최저점 이후 이날까지 상승한 데 비해 높은 수준이다. 홍콩 H지수는 2.42% 하락했다.

정인지 연구원은 “작년 말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코스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상대성과를 초과한 상태였다”며 “코스피에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은 것은 맞지만, 다른 종목 혹은 다른 지역과 반드시 키맞추기를 하는 과정을 거치며 오른단 점을 볼 때 올 초 3000을 넘었을 때 시장 분위기는 다소 과열된 게 맞는 듯하다”고 짚었다. 이어 “코스피 3000의 주역인 개인이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등에 휘둘리며 더 이상 시장을 받치지 못한다는 점도 큰 폭 하락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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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최근 홍콩 증시와 국내 증시가 연동된 점도 코스피 하락 폭이 큰 이유로 꼽힌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MSCI 신흥국 지수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본 사우디, 러시아, 비메모리 반도체로 분류되는 대만과 달리 뚜렷한 호재가 없는 한국이 홍콩에 연동돼 외국인 매도의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섣부른 ‘바이더딥’ 경계”

전문가들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가 2790선이라며 점진적 저가 매수를 추천하면서도, 당분간 주식시장을 관망하는 게 낫다는 조언을 병행하고 있다. 국제보건기구(WHO)에서 오미크론을 파악하는 데 약 2주가 소요된다고 한 데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 국내 선물옵션 만기일,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 출회 등 변동성을 키울 요인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준의 긴축 경로가 미지수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섣부른 바이더딥(저가 매수)를 경계한다”며 “오미크론에 의한 초기 변동성이 강하단 점에서 낙폭 과대 대응이 충분히 출현하겠지만,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증시의 환경은 여전히 중립 이하일 텐데, 변이와 관계없이 기대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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