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손발 떨리고 또 넘어졌구나"라고 부모님이 얘기하시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가만히 있는데도 손이 떨리는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노인성 3대 질환으로 꼽힌다.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1817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해 알려진 파킨슨병은 뇌의 중뇌에 존재하는 다양한 신경세포들이 서서히 죽으면서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이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 확률이 올라간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떨림, 경직, 보행장애 등 움직임이 불편하고 인지장애, 우울증, 환각, 자율신경장애와 같은 증상을 동반해 환자 본인의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가족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증 환자는 △2015년 10만3674명 △2016년 11만917명 △2017년 11만5679명 △2018년 12만977명 △2019년 12만560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50대부터 환자가 급증해 70대 이상 고령 환자가 전체 환자 4명 중 3명을 차지한다. 또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약 1.5배 많다.

최근에는 노인뿐만 아니라 50대 이하 중년, 20~30대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뇌 신경계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뇌졸중, 치매로 오인되기도 한다. 허륭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계속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는 질환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1~2%에서 발병할 만큼, 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대표 질환"이라며 "평균 수명이 늘면서 환자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 100명 중 약 2명꼴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얘기다.

매일경제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은 렘수면행동장애, 후각 소실, 변비, 소변장애, 기립성 저혈압, 주간졸림 및 우울증 등이다. 파킨슨병이 생기면 보통 자율신경계 증상으로 변비가 자주 생기고, 냄새를 잘 구분하지 못하며, 잠을 잘 때 잠꼬대와 비슷한 수면장애가 발생한다. 병이 진행되면 걸을 때 보폭이 좁아지고 잘 넘어지는 증상이 발생하며, 결국엔 옴짝달싹할 수 없이 누워 지내야 되는 상태에 이른다. 신체적인 문제뿐 아니라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 불안증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겪기도 하고 '파킨슨치매'가 발생하기도 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미약하고 애매해서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몸이 느려진 느낌이 들고 손 떨림이 주로 한쪽 손에서 일어난다. 활동량이 줄고 표정이 굳으며 목소리가 작아져 주변에서 우울증으로 볼 수도 있다.

또 등이나 어깨가 짓눌리는 듯한 통증과 온몸의 경직과 불쾌감이 일어나기도 해 초기에는 근육관절통 등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찬녕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단 파킨슨병이 발병하면 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나빠진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를 하게 된다"며 "초기에는 약물을 통해 정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이 진행되는 경우 떨리는 증세가 다리나 반대편 손, 발까지 나타날 수 있으며 근육 경직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고 신체 조절이나 균형 유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넘어지거나 부딪히기 쉽게 된다. 또한 발음이 잘 안 되거나 글씨 쓰기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손이 심하게 떨리는 경우 음식물 섭취 등의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파킨슨은 발병 원인이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뇌의 흑색질이라고 불리는 부위의 도파민 세포가 점점 줄어들면서 발생한다. 왜 흑색질에 변화가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약 15%의 환자들은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병하고 환경적 영향이나 독성물질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뚜렷한 발병 원인을 모를 때 '특발성'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파킨슨병 대부분이 특발성 파킨슨병에 해당된다. 이지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도파민은 근육을 조절해 신체 운동과 평형에 관여하는 뇌 신경전달물질로 기계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며 "도파민이 생성되지 않거나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기계에서 윤활유가 부족할 때처럼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뻣뻣해지고 떨리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파킨슨은 크게 파킨슨병 및 파킨슨증후군으로 나뉘지만 모두 도파민과 연관되어 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이 뇌에서 생성이 안 돼 생기는 병이고, 파킨슨증후군은 도파민은 정상적으로 생성되지만 뇌 자체가 망가져 도파민을 수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파킨슨증후군은 뇌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도파민 제제를 투약해도 좋아지지 않고 수술도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파킨슨병은 도파민 제제를 투약하면 증상이 좋아지는데, 지속 기간은 대개 5~7년 정도다.

파킨슨병은 일반인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최대 6배나 높다. 치매 중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임상 증상이 발생한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는 주로 전두엽 기능저하로 인지기능과 시공간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물론 기억력 감소도 흔하게 발생한다"며 "그러나 평생 치매가 발생하지 않는 환자들도 많아 파킨슨병에 걸렸다고 미리 치매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두뇌 활동과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파킨슨병 치료법으로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및 심부뇌자극술, 신경파괴술 등이 있다. 파킨슨병은 힘들지만 도파민성 약물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일상생활, 사회생활, 대인관계 등을 잘 유지할 수 있다. 물리치료는 굳어진 근육 및 관절을 풀어 운동량을 증가시켜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며 자세 교정, 보행훈련, 호흡훈련 및 말하기 등이 포함된다. 오랜 약물 복용으로 약물 부작용이 생겨 약물 복용이 어렵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 파킨슨병을 증상에 따라 총 5단계로 분류한 '호앤드야 척도(Hoehn and Yahr scale)'를 기준으로 중기 단계인 3단계 이전에는 수술을 권하고 있다. 허륭 교수는 "파킨슨병은 약물로 지속적으로 조절하게 되는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장기적인 투약으로 약효가 짧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때 약에 의한 부작용이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뇌심부자극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심부자극술은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 부분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매일경제

파킨슨병은 현재 뇌과학 분야에서 신약 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매우 희망적이다. 약물을 자주 복용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환자를 위해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해도 되는 신약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 뇌심부자극술을 받을 수 없거나 뇌 수술을 두려워하는 환자를 위해 파킨슨병 핵심 약물인 레보도파를 하루 24시간 꾸준하게 공급하는 장치가 개발됐고 복부의 위를 통해 소장에서 직접 약을 주입하는 치료법이 한국에도 도입된다.

정선주 교수는 "파킨슨병은 다른 뇌질환에 비해 약물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며 "아직까지 후기 운동 합병증이나 비운동 증상을 완전히 해결하는 약물은 없지만 연구 중이며, 다른 뇌질환과 비교할 때 약물 치료가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일상생활,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어 "파킨슨병 완치법은 아쉽지만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 파킨슨병에 걸리면 평생 함께해야 한다. 하지만 적절한 약물 치료, 꾸준한 운동, 섬세한 영양 관리 등을 통해 좋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파킨슨병은 희망적인 병"이라고 강조했다.

파킨슨병의 예방법은 아직까지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운동은 모든 신경퇴행성 질환에 좋지만 특히 파킨슨병 치료에 중요하다.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파킨슨병 발생률이 2.2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대 구로병원 김선미·최경묵 교수팀이 40세 이상 건보공단 수검자 1716만명을 대상으로 평균 5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34.1%인 584만8508명이 대사증후군이 있었고, 추적 기간 중 4만4205명이 새롭게 파킨슨병으로 진단됐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혈당,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 콜레스테롤혈증 중 3가지 이상이 나타난 상태를 말한다. 이지은 교수는 "운동을 통해 신체적 기능 향상뿐 아니라 도파민 세포의 능력을 향상시켜 진행 경과를 늦췄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며 "본인 상태 및 파킨슨병 단계에 따라 걷기 운동, 체조 및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 및 균형감각을 향상시키는 운동과 코어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