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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19구급차 사적 출동 지시’ 소방서장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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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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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차를 사적 용도로 이용토록 지시해 물의를 빚어 직위 해제된 윤병헌 전북 전주덕진소방서장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전북소방본부는 자체 감찰을 통해 경징계(견책) 처분을 의결했으나, 경찰은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별도의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앞서 이뤄진 징계 처분이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30일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윤병헌 전 전주덕진소방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윤 전 소방서장은 지난 8월 20일 전주 금암119안전센터에 지시해 구급대원들이 119구급차로 익산 원광대병원에 입원한 자신의 매제 A씨를 서울의 한 대형병원으로 이송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소방 매뉴얼 상 119구급차를 이용해 환자의 병원을 옮기려면 의료진 요청이 필요하지만, 당시 이송은 인척의 부탁을 받은 윤 서장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금암119안전센터는 구급대원 2명이 탑승한 119구급차를 관할지역 밖인 원광대병원으로 출동시켰다. 구급차는 당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로 향했고 다음 날 오전 2시20분쯤 돌아왔다. 금암119안전센터에서 원광대병원까지는 구급차로 30분, 환자가 도착한 서울 대형병원까지는 3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이로 인해 구급대원들과 구급차는 7시간가량 관내 근무지를 벗어나게 돼 자칫 응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금암119안전센터는 119구급차를 출동하기 위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환자를 만들고 응급상황이 발생한 것처럼 상황실에 지령을 요청한 뒤 ‘이송 거부’라는 사유로 적시해 이를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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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19구급차 운행 일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해 A씨를 서울로 이송한 사실을 외부에서 알지 못하도록 조작한 사실도 밝혀졌다.

전북소방본부는 이런 내용을 접한 소방 공무원노조의 철저한 조사와 징계 요구에 따라 최근 감찰 조사에 착수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윤 전 소방서장의 직위를 해제하고 이를 이행하게 한 금암119센터장을 전보 조처했다.

또 전날 징계위원회를 열어 윤 전 소방서장에 대해 성실의무 위반을 들어 ‘견책’ 처분을 의결했다. 공무원의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견책은 감봉과 함께 경징계에 해당한다.

경찰은 윤 전 소방서장의 지시가 재량의 범위를 넘어서 위법한 것으로 보고 자체 수사에 나서 사건을 집중 조사 중인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전북소방본부는 애초 윤 전 소방서장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로 인한 범죄(직권남용) 가능성을 인지고도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총리 훈령(제696호)에 따르면 행정기관 감사 담당 공무원은 직무 도중 공직자 범죄혐의를 발견하면, 소속기관의 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 이를 확인한 소속기관의 장은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이를 고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범죄 혐의를 알고도 묵인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징계 등 엄중히 조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전 서장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금암119안전센터장과 출동 대원 두 명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징계위에 요구했다”며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감찰과 관련한 서류 일체를 넘기는 등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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