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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선 앞 당대표는 칩거…국민의힘 주도권 싸움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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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선대위 내분 최고조

한겨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여성위원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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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당과 연락을 끊은 채 칩거에 들어갔다. 윤석열 후보 쪽에서 충청 방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이준석 패싱 논란’과 자신이 반대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 영입 강행 등에 대한 불만으로 선거대책위원회 활동과 당무를 보이콧한 것이다. 공동 선대위원장인 당 대표가 윤석열 후보의 선대위 인사 및 운영에 공개적으로 반발해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없이 ‘김병준 원톱 체제’로 개문발차한 국민의힘 선대위는 가동 사흘 만에 휘청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8시께 이 대표의 오전 9시 언론사 포럼 참석 일정이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이어 당 대표실은 오전 11시께 “금일 이후 이준석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알렸다. 이날 오후 이 대표의 참석이 예정됐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기념식 참석, 라디오 인터뷰 등의 일정이 줄줄이 취소됐다. 이 대표는 오는 2일 선대위 회의를 비롯해 앞으로 선대위 일정에 불참하고, 당무에서도 당분간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종일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았다. 윤 후보 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이 이날 오후 서울 노원구에 있는 이 대표 사무실을 찾았으나 그를 만나지 못한 채 발을 돌렸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선대위 활동 중단과 당무 보이콧에 대해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 “^_^p”(엄지손가락을 펴 아래로 내린 모습) 글을 남겼다. 그는 전날 윤 후보의 충청 방문 일정을 사전에 알지 못한 데 대해 “적어도 ‘이준석이 간다’고 발표하는 일정은 이준석에게 물어보고 결정해달라는거다”라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 선대위 영입에 대해서도 “지지층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윤 후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후보의 이 대표 ‘패싱 논란’은 국민의힘 입당 때부터 끊이지 않았다. 윤 후보는 지난 7월30일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기습 입당을 선언했는데, 당시 이 대표는 전남 순회 일정을 소화하느라 당사를 비운 상태였다. 당시 이 대표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상의를 해야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입당 이후에도 윤 후보는 당 주최 행사에 불참했고, 캠프 관계자들이 ‘이준석 탄핵’ 까지 거론하면서 양쪽은 여러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을 둘러싸고 이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은 최고치로 끓어 올랐다.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드리는 게 맞다”는 이 대표 주장과 달리, 윤 후보는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한 ‘원톱 선대위’를 출범시켰다. 여기에 이 대표와 관계가 틀어진 조수진 최고위원이 선대위 요직인 공보단장에 임명되면서, 이 대표 배제 움직임에 쐐기를 박았다는 시각도 있다.

당 내에선 이번 파동이 선대위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이 후보와, 대선후보로서 당무 전권을 행사하려는 윤 후보가 정면 충돌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 후보 쪽에서는 이 대표가 윤 후보가 영입한 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후보 중심으로 치러야 하는 선거에서 2선 후퇴는 커녕 자기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된 장제원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대표의 잠적 사태와 관련 “지금은 후보를 무조건 감싸고 흠이 있어도 커버해야 하는데 후보 앞에서 영역싸움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후보 중심의 선대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물러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만 ‘무기한 활동 중단’에 돌입한 이 대표가 당 대표 사퇴 등으로 추가 행동을 취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 대표실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대표 사퇴 등) 언론에서 보도되는 당 대표 관련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가 당 대표 사퇴,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퇴 등 등 중대 결심을 할 것이란 관측에 선을 그은 것이다. ‘정권 탈환’을 위한 보수혁신과 국민의힘 개혁을 주창해온 이 대표로선 대선 후보와 갈등을 지속하는 게 명분없는 몽니로 비춰지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윤 후보가 ‘취약 지지층’인 2030 남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대표를 어떤 식으로든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한겨레>에 “최종적으로는 책임과 피해는 후보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며 “세대 전략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준석 없이 다른 대체제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도 “당과 후보 선대위의 총체적 난국”이라며 “위기를 맞은 민주당이 모든 것을 던지는 승부수를 던져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처럼 윤 후보도 그 정도의 쇄신이 있어야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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