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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해약환급금 40억 안 돌려주는 상조업체… 대책 없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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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1위 ‘한강라이프’ 소비자 피해 확산

가입자 7만·선수금 1300억 불구

넉달동안 39억4400만원 미지급

크루즈 등 비상조 피해액도 늘어

대표전화도 안받아… 가입자 분통

공정위, 소비자 구제 방안은 없이

지급명령·과태료 800만원만 부과

피해 집계도 7월 말까지만 한정

업체 파산 이어질 땐 후폭풍 클 듯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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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금 규모 1300억원·가입자 수 7만명이 넘는 한 상조업체가 해약환급금 수십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 업체에서 판매한 크루즈여행 상품 등 비상조 관련 피해액도 수억원에 이른다. 최악의 경우 업체가 파산하는 ‘공제 사고’ 발생 시 최대 1000억원에 달하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상조 업체를 관리·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지난달 중순 제대로 된 구제방안 없이 이 업체에 대한 과태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등 사태 축소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30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가입자수 기준 상조업계 11위인 한강라이프의 해약환급금 미지급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한국상조공제조합의 한강라이프 특별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15일 기준 해약환급금 미지급 건수는 2157건이며, 금액만 39억4400만원에 달한다. 미지급액은 지난 7월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6월까지는 지연 지급하는 형식이었지만 7월 들어 10억6200만원(619건), 8월 12억9100만원(675건), 9월 10억6700만원(578건), 10월 5억2300만원(285건)을 미지급했다.

이 업체가 판매한 크루즈 여행 상품 등 비상조 분야 피해액도 불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279건의 미지급 건수가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5억6500만원이다. 비상조 상품의 해약환급금은 9월 이후 한 번도 지급되지 않았다.

해약환급금 미지급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업체 직원들은 성과금을 챙겼다. 올해 들어서만 9월까지 매달 평균 약 1억3000만원이 직원들 수당으로 지급됐다. 이 기간 회사는 52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현재까지 매달 약 14억원에 달하는 돈이 선수금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관리조차 안 되는 실정이다.

세계일보

해약환급금을 못 받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입자들은 제대로 된 답변조차 듣지 못하고 있다. 업체 홈페이지에는 글쓰기가 막혀있고, 대표전화도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공제 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이 업체의 가입자 수는 7만3976명이며, 누적선수금은 1344억4600만원에 달한다. 파업 등 공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입자들은 한국상조공제조합을 통해 납입금의 50%만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업체와 조합이 예치금 문제 등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어 제대로 된 피해보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크루즈 여행과 같은 비상조 상품은 구제 대상이 아니어서 150억원이 넘는 납입금이 고스란히 피해액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조직인 상조공제조합 상황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성과급을 안 준다는 이유로 사퇴한 것으로 알려진 공정위 출신 전 이사장 후임을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강라이프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공정위다. 공정위는 지난달 10일 이 업체에 대해 해약환급금 지급 명령과 과태료 800만원을 부과하면서 피해 사례 집계를 7월22일까지로 한정했다. 하지만 정작 미지급 상황은 7월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 구제방안 없이 제재만 가하면서 오히려 ‘해약 러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조성욱 공정위원장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무런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 상조 그대로 서비스가 있어서 만일의 경우 납입금의 50%라도 구제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 이후로 공정위가 아무런 추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수순을 밟아 가입자를 이관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만이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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