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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슈크래커] "프라다보다 펜디, 그보다 샤넬, 최고는 에르메스"...과시적 소비 부추기는 ‘명품 계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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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가 올해 8월부터 10월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명품 계급도를 발표했다. 최대 매출액과 검색량을 기록한 브랜드 중심으로 만들어진 계급도다.

박경훈 대표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선택 및 구매에 참고할 수 있도록 총 7개 레벨로 세분화한 명품 브랜드 가이드를 선보이게 됐다”며 “트렌비 사이트 내 검색량 및 판매량 데이터와 명품 브랜드별 특성, 나이별 구매 톱 브랜드 등을 반영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트렌비가 구분한 계급 중 가장 높은 엑스트라 하이엔드(Extra High-End)에는 에르메스가 이름을 올렸다. 하이엔드(High-End)에는 샤넬·루이비통·고야드가, 프레스티지(Prestige)에는 디올·펜디·보테가베네타·셀린느 등이 선정됐다. 이 밖에 등급에서는 프라다, 구찌, 발렌시아가 등 유명 브랜드들을 찾아볼 수 있다.

명품 계급도 ‘서열화 비판’, 처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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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다나와’가 만든 남성 지갑 계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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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비는 명품 계급도를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 반감이 큰 상황에서 이미 고가의 제품인 명품을 또다시 ‘서열화’를 한다는 주장이다.

특정 브랜드를 계급화한 것은 트렌비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1월에 온라인 쇼핑몰 ‘다나와’는 가격대별로 남성 지갑 계급도를 만들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당시 다나와는 남성용 지갑을 가격대별로 구분해 6단계로 나눴다. 가장 낮은 등급인 아르바이트급은 10만 원 이하에도 구매 가능한 제품들로 닥스·토미 힐피거·빈폴 등이 선정됐다. 다음 등급인 사원, 대리급(10만~20만 원)에는 MCM, 코치 등이, 과장급(20만~40만 원)에는 몽블랑·프라다를 꼽았다.

차장급(40만~50만 원)에는 지방시·톰브라운·디올이, 부장급 이상(50만 원~)엔 루이비통·구찌·보테가베네타가 이름을 올렸다. 가장 높은 등급인 넘사벽급(100만 원~)은 고야드·벨루티·에르메스 등이 차지했다.

이처럼 브랜드를 가격으로 구분하고, 서열을 부여했다는 이유로 다나와의 남성 지갑 계급도는 여러 비판을 받았다. 계급도를 통해 소비자들의 과시욕이나 허영심을 자극, 불필요한 소비를 유도하는 상술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명품 가격, 타인 수요에 영향 받아...전문가들 “소신 있는 소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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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가격은 단순히 상품의 질, 브랜드 가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상품과 브랜드 외에도 ‘사람들이 그것을 얼마나 원하는지’에 따라 부가적으로 가격이 변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은 이미 오래전에 이를 이론화했다. 그는 1950년에 ‘네트워크 효과’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령 수요가 많은 제품일수록 상품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수요가 적을수록 상품 가치가 더욱 하락한다는 것이다. 수요가 많은 특정 명품을 산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명품 리셀’은 네트워크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개인의 소비가 타인으로부터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전문가들은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는 소신 있는 소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이 제품 계급도를 만드는 것은) 사회적인 정서에는 맞지 않겠지만 제품을 차별화해서 더 많이 팔기 위한 마케팅일 뿐”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을 차별화하고 소비에 대한 환상을 심어서 소비를 끌어내려는 노력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행간을 읽고, 지나치게 타인 지향적인 소비는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브랜드를 계급화하는 것 자체가 민주사회에서 보면 전근대적 발상이다”라며 “명품을 계급 등을 고려해 과시적인 용도로 구매하는 건 합리적인 소비 행동이 아니다.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과 제품의 가치를 꼼꼼히 따져보고 명품을 소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투데이/이민재 기자 (2m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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