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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220만 플랫폼노동자 보호법 입법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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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환노위 소위 안건서 빠져

법안 내용 노사 모두 불만 큰 탓

연내 법안 처리 사실상 물건너가

‘노동법 사각 방치’ 장기화 우려

“정부여당 일방통행 입법 탓” 비판

세계일보

국회의사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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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추진하던 ‘플랫폼종사자 보호법’(플랫폼보호법) 제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불발됐다.

플랫폼보호법은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플랫폼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지난 3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제정안을 만들었다. 제정안은 플랫폼노동자의 계약해지 사전 통지 권리 등을 보장해 사용자의 차별적 처우를 막고,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유지하게끔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내년 대선을 겨냥해 플랫폼 시장의 ‘공정경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플랫폼 시장 규제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노사 양측에서 입법 부작용 문제를 놓고 입장을 좁히지 못한 끝에 결국 동력을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1~2일 이틀에 걸쳐 개최한다.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가 열린 지난 6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지난 8월 열린 환노위에서 민주당이 탄소중립녹색성장법을 단독 처리했고, 이에 여야 위원 간 경색관계가 지속되면서 심사소위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정부가 연내 처리 방침을 세웠던 플랫폼보호법 제정안은 이번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 법안 심사 안건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7일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국회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기 정부로 넘어가면 흐지부지될 공산도 크다.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개정안 역시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환노위 관계자는 “노사 의견 취합 문제 등으로 상당수 쟁점 법안이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안팎에선 입법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올해 약 220만명에 달한다. 이 중 ‘2030(20∼30대) 청년’ 비율은 55.2%로 절반을 넘어 극심한 취업난에 청년 구직자가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보호법률이 없어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노동자가 한 플랫폼에 속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업주가 불분명하고, 이에 따라 산업재해 무보험 상태로 방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례로 서울시가 지난 6월 지역배달대행업체(생각대로·바로고·부릉 등) 라이더 101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57.1%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으론 정부여당 주도의 일방통행식 입법으로 노사 공감을 얻지 못해 입법 표류 상태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플랫폼보호법이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 역시 사업주의 부담을 늘려 소비자 가격 증가 등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안병수·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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