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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대통령 부인에서 첫 온두라스 여성 대통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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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스토리]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선 승리 눈앞…12년 만에 관저 복귀할 듯

중도 좌파 성향…대만 대신 중국과 수교 의사


한겨레

온두라스의 중도좌파 대선후보 시오마라 카스트로가 첫 여성 대통령으로 유력하다. 사진은 28일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는 카스트로 후보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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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온두라스에서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현지시각) 대통령선거 개표가 51% 진행된 가운데 중도 사회주의 계열의 야당인 자유당(LP) 후보 시오마라 카스트로(62)가 96만2천표를 얻어 집권 여당인 국민당(NP) 후보 나스리 아스푸라(60만7천표 득표)를 20% 포인트 남짓 앞서간다고 발표했다. 최종 집계 발표가 늦어지고 있지만, 이변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에이피>(AP) 등 외신이 보도했다.

카스트로 후보의 선거본부에는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한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국기를 흔들고 춤을 추며, 국민 지지도가 바닥인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현 대통령을 겨냥해 “후안 나가라” 등을 외치는 등 자축하는 분위기이다. 카스트로는 앞서가는 개표결과에 고무되어 지지자와 남편을 포함한 가족에 둘러싸인 채 “우리는 독재정권을 물리쳤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카스트로는 지난 2009년 쿠데타로 축출된 마누엘 셀라야 전 온두라스 대통령의 부인이다. 당선이 확정되면 12년 만에 가족과 함께 대통령 관저에 복귀하게 된다. 온두라스는 진보 또는 좌파 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지 않고 여성의 공직 진출도 제한적인 나라이다. 이런 곳에서 민주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여성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카스트로는 2009년 쿠데타 이전까지는 정치와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결혼 뒤 네 아이를 낳아 기르며 정치인 남편의 내조에 충실했다. 남편의 대통령 재임 기간(2006~2009)에도 퍼스트레이디로서 여성과 어린이 문제에만 관여하는 등 비교적 소극적 역할에 만족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그의 삶은 극적으로 변했다. 쿠데타로 남편이 쫓겨나 외국에서 망명 정부를 구성해 재기를 모색하며 정치활동을 이어갈 때, 그는 국내에서 남편의 복귀를 주장하는 항의 시위를 조직하는 등 정치 전면에 나섰다. 이후 그는 자유당을 조직했으며 2013년엔 남편을 대신해 대선에 출마했다. 당시 선거에선 현 대통령인 에르난데스에게 패했다.

카스트로는 4년 뒤인 2017년 다시 대선에 나섰으나, 이번엔 에르난데스 대통령에 맞설 야당 후보 단일화를 위해 다른 후보에 양보해야 했다. 박빙의 승부였던 선거에서 정부 여당의 투·개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격렬한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그러나 정부는 적어도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혈 강경 진압으로 끝내 반대를 잠재우고 3주 뒤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재선을 선언했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재임 기간은 부패와 무능으로 얼룩졌다. 그는 미국 연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마약 거래와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령에서 퇴임하면 정식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카스트로는 이런 현실을 겨냥해 선거 기간 내내 부패 퇴출을 약속했다. 그는 “온두라스는 마피아가 지배하는 마약 국가로,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로 묘사됐다”며 ”이제 이런 오명과 가난, 배제를 충분히 이야기하고 떨쳐 일어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패와 조직범죄를 다룰 사법체계 개혁을 약속했다.

온두라스는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해온 몇 안 되는 나라이다. 이와 관련해 카스트로는 선거 공약으로 대만 대신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그가 당선 확정 뒤 선거 공약대로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되면, 라틴 아메리카의 외교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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