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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크래커] "극성팬 vs 문화 영향력 확대"…팬덤 문화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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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출처=‘런닝맨’ 방송화면


최근 숏컷으로 난리가 난 배우가 있다. 바로 송지효다. 데뷔 20년 만에 헤어스타일을 숏컷으로 바꾼 것과 관련해 팬들이 단단히 뿔이 난 것. 이들은 그동안 송지효의 스타일링 문제를 지적하며 스타일리스트 등 스텝들의 교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예인의 스타일 변화에 성명서까지 발표한 것을 두고 다소 과도한 간섭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타를 좋아하는 팬들을 이른바 ‘팬덤(Fandom)’이라 하는데, 이들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팬덤’은 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몰입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1980년대 가수 조용필의 ‘오빠 부대’를 시작으로 90년대 그룹 H.O.T., god 등을 거치며 한국의 팬덤 문화는 자리 잡게 됐다. 과거 팬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향해 일방적인 애정을 표현해왔지만, 지금의 팬덤 문화는 달라졌다.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거나, 자원 봉사를 하는 등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반면 아티스트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지지를 철회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며 논란을 키우기도 한다. 주체적인 팬덤의 행동력은 연예계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응원 넘어 ‘선한 영향력’ 펼치는 팬덤


요즘 팬덤은 단순 응원을 넘어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성숙해진 팬덤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스타의 이미지와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기부 및 봉사활동, 캠페인 등의 참여 형 팬덤 문화는 스타의 위상을 높이고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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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에르뎀 인스타그램·CEK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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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구선수 김연경의 팬들은 터키에 ‘김연경’ 혹은 ‘팀코리아’ 등의 이름으로 묘목을 기부하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 ‘김연경 묘목’들은 터키에서 ‘우정의 숲’으로 자라나기도 했다. 우정의 숲에 자리한 묘목 13만 그루는 한국에서 보낸 성금으로 마련됐는데, 산불 당시 터키 환경단체연대협회 홈페이지에서 기부 명단을 살펴보면 대부분 한국인이었으며. 자신의 이름, 혹은 ‘김연경’과 ‘팀 코리아’ 등으로 기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연경의 팬들이 터키에 묘목 기부를 한 건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상대였던 터키 선수들 때문이었다. 터키 선수들은 경기에서 진 후 산불 피해로 힘들어하는 국민에게 기쁨을 주지 못했다며 눈물을 보였고, 상황을 알게 된 국내 팬들이 기부 운동을 펼친 것이다. 터키 환경단체연대협회는 한글로 적힌 감사의 글을 게재했고, 김연경도 이런 움직임에 감동하며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기부 행렬에 나서기도 했다. 가수 강다니엘 팬들은 강다니엘 생일인 12월 10일에 맞춰 1210원부터 1만2100원, 12만1000원 등의 금액으로 기부에 참여했다. 강다니엘도 3000만 원을 기부하며 팬들의 기부행렬에 동참, 이들의 모금은 총액 1억5000만 원을 넘기도 했다. 22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재난재해 특별모금에 스타들을 따라 팬클럽들의 기부가 이어졌고, 팬덤 기부로 모인 현금만 10억 원에 달한다.

더 이상 참지 않는다…‘손절’ 앞장 선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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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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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문화가 마냥 아티스트에 대한 사랑, 추종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로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최근 팬덤의 보이콧 선언 등을 통해 실제로 기획사 측에서 수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범죄를 일으키면 이들의 퇴출을 직접 요구하는 등 비판 여론을 주도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4월 불법 촬영 및 동영상 유포 사건에 연루됐던 전 빅뱅 멤버 승리,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 전 하이라이트 멤버 용준형, 전 씨엔블루 멤버 이종현의 팬덤은 팀 탈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두 사람은 결국 팀에서 탈퇴했다. 전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도 음주운전, 폭행 등 사회적 물의를 빚어 팬덤의 퇴출 요구에 자진 탈퇴를 발표하기도 했다.

팬덤 문화 확산 이유는?


단순히 응원의 개념을 벗어나 이제 팬 활동은 한층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무엇보다 팬들의 높아진 구매력이 팬덤 확대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과거 팬층이 주로 10대가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에는 3040세대를 넘어 5060세대까지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팬들이 많아지면서 팬덤의 영향력도 커진 것이다. 앨범과 굿즈, 공연 티켓 등의 구매가 높아지면서 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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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디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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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팬덤 화력을 동력으로 삼아 성장한 대표적인 예로 팬 플랫폼 기업 디어유의 코스닥시장 상장이다. 최근 디어유는 상장을 위한 공모 청약에서 17조 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청약에 62만6121건이 참여하면서 경쟁률은 1598.15대 1을 기록했다.

디어유는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디어유 버블’을 제공하고 있다.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아이돌 멤버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플랫폼이다. 과거 스타가 공개적으로 글을 남겨 팬들이 보던 것과 달리, 비밀스럽게 둘만의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가 제대로 통한 것이다. SNS를 통한 소통 문화의 발전이 팬덤 문화를 확산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투데이/이혜리 기자 (hyer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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