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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은 3000만원이 소액인가요···판결 이유 한 줄 없는 소액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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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실련 “국민 알권리 침해”
소액사건심판법 개정 촉구

소액사건 80% ‘나홀로 소송’
패소 이유 몰라 깜깜이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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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활동가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소액사건 재판 실태발표 및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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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지 수개월이 지나 패소했다는 판결문을 받았는데 ‘판결 이유’조차 적혀있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사소송의 70%에 달하는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은 이처럼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판결이 적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생계가 달린 금액이지만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소액사건’은 법원이 판결 이유를 밝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소액사건 재판 실태 발표 및 소액사건심판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판결문에 판결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알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며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을 촉구했다.

민사소송법상 특례와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소액사건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판결문에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 재판 처리 속도가 빨라질지는 몰라도 소송당사자는 이유도 알 수 없는 판결문을 받아봐야 한다.

이날 경실련이 공개한 소액사건 판결문에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을 원고가 부담한다’는 패소 판결과 함께 ‘소액사건 판결문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2의 3항에 따라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판결 이유는 한 줄도 없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3000만원은 최저임금 근로자에게는 16개월치 월급에 달하는 금액이고 민사소송의 70%가 목적 금액 3000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이라며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국민의 권익보다는 법원의 행정 편의가 강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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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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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에 불만이 있어도 항소하기가 힘들다. 패소한 이유를 모르니 항소이유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 지 감을 잡기 어렵다. 소액사건 소송당사자의 80%가량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나홀로 소송’이다. 판결 이유를 법리적으로 유추하기도 어렵다. 최근 5년(2016년~2020년)간 항소율을 보면 판결 이유가 기재된 민사사건의 항소율은 22.3%이지만 소액사건 항소율은 4.1%에 불과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항소이유서에 항소를 제기하는 이유로 재판부의 사실오인·법리오해·판단누락 등을 써야 하는데, 소액사건에서 패소하면 1심 판결의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2심에서도 깜깜이 항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소액사건심판법을 개정해 소액사건도 판결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고, 대법원규칙으로 정하고 있는 소액사건 기준을 법률에 따라 정하도록 해 법원이 편의적으로 소액사건 금액 기준을 높이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액사건 금액 기준은 1973년 소액사건심판법 제정 당시에는 법률로 정하도록 했지만, 1980년부터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는 “독일의 소액사건의 기준은 82만원, 일본은 610만원이고 모두 법률로 규정한다”며 “한국은 1980년부터 꾸준히 상향되다 보니 민사사건 대부분이 소액사건에 해당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현재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남은경 국장은 “소액심판법을 개정하는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 발의됐지만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며 “21대 국회에도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잠자고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을 위한 의견서와 전문가 서명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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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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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를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실련이 국회와 법원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소액사건 담당 법관 1명이 처리하는 소액사건은 1년에 4023건이다. 법관이 하루에 8시간씩 주 5일 일한다고 가정할 때 담당 법관이 소액사건 1건에 할애하는 시간은 평균 31분에 불과하다. 경실련은 “사건은 많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적적한 수준의 법관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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