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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나주 경찰부대사건 유족들 배상 좌절…헌재 "입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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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패소…2018년 '집단희생 사건 배상 소멸시효는 위헌' 결정에 재심 청구

재심 기각되자 헌법소원 냈지만…"위헌 결정 이후 소송만 재심 가능" 또 가로막혀

헌재 "권리 찾으려다 불리해진 유족들…특별 재심 허용하는 입법적 고려 있어야"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근거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다시 청구하려던 1950년 '나주 경찰부대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너무 일찍 소송을 제기해 구제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 75조 등이 재판청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헌법소원은 나주 경찰부대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청구했다. 이 사건은 1950년 7월께 나주 경찰부대가 해로 후퇴를 위해 경찰 버클 등을 가린 채 전남 나주와 해남 등지로 이동하던 중 자신들을 인민군으로 알고 환영한 주민 97명을 사살한 일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국가의 공식 사과와 희생자 명예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패소했다.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이 지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국가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판결은 2009년 확정됐다.

그런데 9년 뒤인 2018년 헌재는 민법의 소멸시효를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위헌 결정을 했고, 당시 헌법소원을 낸 1980년대 국가보안법 처벌 사건과 1950년 국민보도연맹사건, 경북 포항 미군함포사건 등 집단으로 희생된 피해자와 유족들에겐 손해배상의 길이 열리게 된다.

나주사건 유족들은 헌재의 위헌 결정 등을 근거로 이듬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해당 헌법소원 관련 사건 소송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만이 재심 청구를 할 수 있게 하고, '형벌이 아닌 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의 효력이 결정 이후 발생한 사건에만 적용될 뿐 소급되지 못하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때문이다. 이는 2009년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나주사건 유족들의 재심을 가로막는 근거가 됐다.

유족들은 이런 헌법재판소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재는 법령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가 제시한 쟁점은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정의의 실현'이라는 상반될 수 있는 목표를 실현하는 문제다. 재판관들의 입장은 거의 절반으로 나뉘어 팽팽히 대립했다.

다수 의견 재판관(유남석·이종석·이영진·문형배·이미선)의 결론은 법 체계의 안정성에 방점을 둔다.

형벌 법규가 위헌이라면 과거 확정판결도 바로잡을 수 있게 해야겠지만 모든 비형벌 법규로까지 재심을 허용하면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헌인 비형벌 법규의 재심은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낸 상황에만 예외적으로 가능케 하고, 원칙적으로는 과거 확정 사건을 재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봤다.

나주사건 유족들에게는 2018년 헌재의 위헌 결정 이전에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 재심의 길을 가로막은 결정적인 원인이 된 셈이다.

이에 대해 다수 의견 재판관들은 "청구인들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한 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선애·이석태·이은애·김기영)은 법 체계 보호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보다 언제나 앞서는 것은 아니라며 헌법재판소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했다. 2018년 헌재 역시 민법의 소멸시효 규정이 합리적 이유 없이 법적 안정성과 가해자 보호만을 중시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소수 재판관들은 "권리 위에 잠자지 않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한 자(청구인들)에게 그렇지 않은 자(2018년 위헌 결정 당사자가 아닌 피해자·유족)보다 불이익을 부여하는 사법 제도를 형성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도 강조했다.

헌재는 재심 청구가 어려워진 나주사건 유족들을 위해 입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다수 의견 재판관들은 5·18특별법, 부마민주항쟁특별법, 제주4·3사건특별법 등 재심 사유에 관한 특별 규정을 둔 법률들을 예로 들면서 "입법론적으로 2018년 위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피해자·유족에게 특별 재심을 허용해 구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향후 국회의 개선 입법 여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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