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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 CEO에서 내려와 비트코인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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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비트코인 거래하는 스퀘어에 집중

조선일보

29(현지시각) 트위터 CEO 자리에서 내려오겠다고 밝힌 잭 도시 CEO 창업자.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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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SNS) 트위터의 창업자인 잭 도시가 트위터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잭 도시는 트위터와 핀테크 업체인 스퀘어 2곳의 CEO를 맡고 있는데, 앞으로 스퀘어에 집중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스퀘어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활용에 적극적인 서비스다. 지난 11월에는 비트코인 탈중앙화 거래소 설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잭 도시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신봉자다.

잭 도시는 29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트위터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를 창업자가 이끄는 중요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난 창업자 중심의 회사는 여러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트위터는 이제 창업자를 떠날 준비가 됐기에 (내가)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시는 또 “나는 정말 슬프지만, 또 행복하다”며 “이 정도 레벨의 회사가 되는 건 정말 쉽지 않고, 자신의 자존심보다 회사를 택하는 창업자는 많지 않다”고 했다. 자신의 사임이 회사를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잭 도시는 기한이 남은 2022년 주주총회까지는 이사회 멤버로 남고, 이후 이사회에서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년간 소셜미디어 산업에 영향을 미친 사람을 생각하면 잭 도시라는 이름이 항상 떠오를 것”이라며 “그의 사임은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에 이어 소셜미디어 산업의 중요한 변화”라고 했다. 후임은 파라그 아그라왈 현 트위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임명됐다. 잭 도시는 “아그라왈의 지난 10년간의 작업은 혁신적이었다”며 “그는 엔지니어로서 우리의 사업에 대해 깊게 관여했고, 나보다 더 나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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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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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맞선 잭 도시

잭 도시는 2006년 비즈 스톤, 에반 윌리암스, 노아 글래스와 함께 트위터를 창업했다. 2008년까지 CEO로 재직하다가 사내 권력 다툼에 밀려났다. 트위터가 업계 경쟁 심화 등으로 풍전등화 신세에 몰리자 2015년 잭 도시는 다시 트위터 CEO로 복귀했다.

그가 트위터로 복귀한 뒤 트위터 주가는 지금까지 85% 상승했다. 올 3분기 기준 일일 활성 사용자는 2억1100만명에 달한다. 특히 트위터는 SNS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쏟아내고 선동하는 정치인에 거침없이 경고하고 계정을 차단하며 업계의 화제를 모았다. 현직 대통령이던 트럼프와 맞선 첫 SNS다. 작년 5월 당시 현직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트위터에 특정 인물에 대한 인신공격을 자행하자, 트위터는 트럼프의 트윗에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는 경고 딱지를 붙였다. 지난 1월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 의회에서 난동을 피우자 그 배경에 트럼프의 트윗이 있다고 보고,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했다.

잭 도시는 사임 발표문에서 “나의 한가지 소망은 트위터가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해왔던 대로 정치권이나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SNS로 유지되길 바란다는 뜻이다.

사실 잭 도시를 트위터 CEO 자리에서 끌어내려는 시도는 있었다. 작년 3월 유명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트위터 지분을 대거 확보하고, 잭 도시의 트위터 CEO 해임을 요구했다. “잭 도시가 트위터와 스퀘어 두 곳의 CEO를 맡으며 트위터에 소홀하다”는 이유였다. 엘리엇은 2020년 삼성전자 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 등을 요구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엘리엇과 트위터는 당시 잭 도시가 더 좋은 실적을 올린다는 조건으로 도시의 CEO 자리를 연장했다. 이러한 과거를 염두에 둔 듯 잭 도시는 이날 “오늘의 사임 결정은 스스로 내린 것”이라며 외부 강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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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도시 스퀘어 CEO.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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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관련 사업 확대 예상

이날 잭 도시는 구체적인 자신의 행보를 밝히진 않았지만, 테크 업계에서는 도시가 스퀘어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본다. 스퀘어는 2009년 잭 도시가 설립한 핀테크 업체로, 비트코인 결제와 거래를 허용 등 가상화폐에 적극적이다. 잭 도시는 2018년부터 스퀘어에서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도록 했고,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 스퀘어는 직접 4억7000만달러 가치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스퀘어는 시가 총액이 986억달러(117조5000억원)로 트위터의 시가총액(368억달러)보다 2.7배 높다. 뉴욕타임스는 “잭 도시의 재산 대부분은 트위터가 아니라 스퀘어에서 나온다”고 했다.

잭 도시는 그동안 끊임없이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지난 5월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이 모든 것을 더 좋게 바꿀 것”이라며 “우리는 비트코인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비트코인 비관론을 주장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한 사람이나 한 기관이 비트코인 시장을 바꾸거나 멈추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1월 스퀘어의 3분기 실적 발표 때는 “비트코인 매매 이외에 다른 암호화폐 서비스로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이 인터넷의 기축통화가 되도록 돕는 것”이라 했다.

이날 잭 도시의 트위터 CEO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 주가는 장중 전날보다 11% 급등했다가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전날보다 2.31% 하락 마감했다. 스퀘어 주가는 전날보다 0.39% 올랐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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