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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억 추경까지 하더니…오세훈은 왜 서울 도시재생을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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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개구에 코디 2명씩 투입 혜택 38→1727세대 급증 성과

오세훈 ‘민간위탁 사업 감사’ 선언 뒤…60여명 일자리 잃고, 사업 불투명


한겨레

지난 19일 서울 강북집수리지원센터에서 이영진 서대문구 집수리 코디(왼쪽부터), 서승진 중랑구 코디, 오화선 강북구 코디가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이 세 사람을 비롯해 서울시 집수리 코디 10명은 지난 23일 서울시로부터 계약종료를 통보받았다. 현재 진행 중인 일도 인수인계할 사람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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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자르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2019년 ‘집수리 코디’가 투입되고 집수리사업 자체(수요)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라 대기 중인 주민들도 많은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지난 19일 오전 서울 강북집수리지원센터에서 만난 오화선 강북구 ‘집수리 코디네이터’는 한숨을 내쉬었다. 집수리 코디는 도시재생을 위한 서울시내 노후 주거지 주민들의 집수리 때 △사전 상담 및 현장 점검 △견적서 검토 △하자보수 점검 △분쟁조정 등을 담당해온 인력들이다. 서울시는 지난 9월13일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바로 세우기―비정상의 정상화’ 기자회견 열흘 뒤 집수리 코디 10명 전원에게 올해 말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한겨레>는 이날 오 코디와 서승진 중랑구 코디, 이영진 서대문구 코디와 만나,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 중점적으로 추진됐으나 오 시장 취임 뒤 예산이 삭감되며 축소된 도시재생사업 실태 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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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엔 50억원대 추경…9월엔 “계약해지”


서울시는 2016년부터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노후 주택 수리비용의 50%(단독주택의 경우 최대 1200만원)를 지원해주는 ‘가꿈주택사업’을 펼쳐왔다. 이 사업 지원을 받은 가구 수는 2016∼18년 14∼38가구에 머물렀지만 차츰 인기를 끌면서 2019년 562가구, 2020년 1727가구, 올해(1월1일∼8월9일) 1641가구로 급증했다. 서울시는 2019년 7월부터는 저층 노후 주택이 많고,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은평·중랑·관악·서대문구에 집수리 코디 2명씩을 투입했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집수리 코디가 투입된 5개 자치구에서 지난 3년간 진행한 가꿈주택사업 비중은 시 전체의 46.3%(1860건)에 이른다. 나머지 20개 자치구는 담당 공무원이 신청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시는 지난 7월 집수리 관련 추가경정예산 54억4800만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에이티엠기(ATM·현금자동입출금기)”라며, 전임 시장 시절 추진됐던 시민사회 분야 민간위탁·민간보조금 사업에 대한 대대적 감사를 선언한 직후 서울시는 집수리 코디들에게 “자치구가 할 일”이라며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하지만 서승진 코디는 “자치구에서 할 일이 맞다고 해도 자치구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할 것 아니냐. 계약서에 올 12월 말에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돼 있고, 올 7월에 입사한 분도 2명 있다. 6개월짜리라면 전문인력들이 지원했겠느냐”고 말했다. 이영진 코디도 “업무 소관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 것 말고 (일이) 뭐가 달라졌느냐”며 “자치구에서 맡으려고 해도 단계적으로 해야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해고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그간 쌓아온 경험과 주민과의 네트워크가 그냥 사라지게 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병국 서울시의원은 “집수리 코디 제도가 성공한 사업이라는 건 시에서도 인정한다. (그런 만큼 갑작스러운 계약해지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도시재생사업으로 집수리를 많이 하면 재개발을 못 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시에서)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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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 코디들에 대해 계약종료를 통보하는 서울시 공문. 고병국 시의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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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사실상 지속하기 어렵게 돼


집수리 코디뿐이 아니다. 서울시는 계약직 센터장과 사무국장 28명이 일하는 도시재생 현장센터의 업무가 자치구 사무라며 이관을 통보했다. 또 광역 도시재생지원센터도 인건비 60% 삭감으로 직원(정규직) 41명 가운데 23명이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집수리 코디 10명을 포함하면, 도시재생 분야에서 얼추 60명가량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된 상황이다.

박민수 도봉2동 도시재생 현장센터장은 “1년 만에 해고될 줄 알았으면 실무경력과 자격증, 학위가 있는 전문인력들이 공개모집에 응모했겠느냐”며 “주민과 현장에서 대화하며 보행환경 개선 등의 계획을 세웠고, 이를 시에서 약속해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도 고시했는데 시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약속을 깨면 주민들이 서울시를 믿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도봉2동에서는 2023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도시재생사업이 시 예산 삭감으로 사업 완료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서울시는 예산 삭감 근거로 지난달 26일 공개된 도시재생지원센터 재정사업평가를 든다. 지난해 ‘보통’ 등급을 받았는데 올해는 ‘미흡’으로 한 등급 낮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 조직담당관이 밝힌 등급 하향 근거는 “사업 영역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다”, “정책 목표가 충분하지 않다”로 그 사유가 불분명하다. 또 지난 9월13일 공개된, 외부기관인 산업관계연구원 종합성과평가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S, A, B, C, D등급 가운데 A0(제로·77.28점)라는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익명을 요청한 광역 도시재생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모든 사업은 시와 협약으로 약속됐었고 수차례 사전 검토·승인을 받아 진행된다. 그간 운영상 보완 요구를 받은 적은 있지만 사업에 대해선 매년 긍정적이었 다”며 “조례나 고시 때문인지 시에서 도시재생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건 아니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대신, 지역 고유의 특성을 살리면서 사회·경제·문화적 활력을 되찾기 위해 추진되는 도시재생사업은 사실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강경한 태도다. 서성만 균형발전본부장은 “사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치구에서 운영해야 할 사업이었다고 본 것”이라며 “열심히 하신 분들 입장은 이해하지만 계약기간이 (1년으로) 명확하다는 건 그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시재생지원센터 쪽도 원래 시가 자치구에 지원하는 사업비에 인건비가 포함돼 있었다. 자치구에서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치구에서 예산을 더 들여) 계속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 시장 취임 뒤 도시재생을 둘러싼 현장에서의 혼선도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성욱 성동구 송정도시재생 현장센터 사무국장은 “오 시장은 ‘개발중심 도시재생’을 들고나왔는데, 그 뒤로 주민들 간에 도시재생 찬반으로 반목이 심해졌다. (오 시장이 얘기한) 신속통합기획을 공모하자고 한쪽에서 30% 동의를 받으면, 반대쪽이 또 30%를 받은 지역도 있다. ‘우리가 이 도시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우리 지역의 문제는 뭐고 어떻게 풀어야 할까’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면서 출발했던 도시재생이 뭔지, 그 개념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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