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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형사면책 논의 물꼬…"남용땐 국민 피해 크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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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물리력’의 법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까. 경찰관의 직무상 과실에 대한 형사책임을 줄여주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찰관 직무직행법(경직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최근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부실대응 논란을 계기로 경찰청장이 “과감한 물리력 사용”을 언급한 것과 맞물려 경찰력 집행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중앙일보

김창룡 경찰청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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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법안에 신설된 경찰관 ‘면책 조항’은 ‘긴박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진압하기 위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범죄 현장에서 경찰관의 적극적인 대응을 유도해 피해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진압 피해 책임 면제 등…법사위와 본회의 문턱 남아



그동안 경찰관이 금전상 끼친 손해를 보상(경직법 제11조의 2)하는 규정은 있었지만, 형사 책임에 대한 면책 조항이 상임위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관이 피소를 당하는 형사상 죄명은 직권남용부터 직무유기, 독직폭행, 주거침입, 약취·유인 등으로 다양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경찰관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소송을 당해 공무원 책임보험을 신청한 건수는 지난해 107건이고, 올해 10월까지 72건을 기록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의 과실 여부는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하게 될 문제다. 그러나 이런 규정이 있으면 법원은 물론 기소단계부터도 정상참작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다음 달 9일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국회에서 경찰관의 부분적 면책 조항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건 올해 초 ‘정인이 사건’ 이후부터다. 아동학대 신고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이 분리조치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한 경찰 관계자는 “분리조치를 해버리면 친부모들이 경찰관한테 ‘미성년자 약취다’‘직권남용이다’라며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 흉기 난동 사건에서는 경찰관이 삼단봉이나 테이저건으로 범인을 제압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극적 대응을 개선할 방안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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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이 2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논현경찰서 앞에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한 대응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이 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은 지난 15일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청장은 이 경찰서에서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당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해달라고 당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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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준과 훈련 없으면 ‘과잉대응’ 우려



면책 조항 신설되더라도 관행이 바뀌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고참급 경찰관은 “20년 넘게 근무했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총기를 쓴다는 생각은 안 하려고 한다. 만약에 잘못되면 누가 감당을 하겠냐”며 “면책 특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안 서면 언제든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파출소의 경사급 경찰관도 “장비 사용은 규제가 엄격하고 공포탄 한 발을 쏜다고 해도 쏘고 나서 ‘왜 쐈는지’에 대한 서류 작성이 복잡하다”며 “정당한 상황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장구를 사용했다면 그에 대한 규제도 완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면책 조항이 특권이 되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제대로 시민 안전을 보호해달라는 요구이자 명령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혹시 있을 수 있는 직권남용의 우려 때문에 경찰관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책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지 못한다면 그로 인해 국민이 받는 피해가 이익보다 크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권남용의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 훈련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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