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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경찰 물리력 사용 면책 입법, '현장 우선' 쇄신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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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물리력 사용에 면책권을 부여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지난주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를 통과했다. 경찰이 직무수행 중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어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고 불가피했다면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앞으로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경찰이 권총·테이저건·삼단봉 등의 물리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입법이 필요한 이유는 지난 15일 인천에서 발생한 출동 경찰의 현장이탈 사례가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날 층간소음 갈등으로 빚어진 흉기난동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 두 명은 각각 권총과 테이저건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사용하지 않고 현장에서 몸을 피했다. 그 사이 범인이 휘두른 칼에 찔린 일가족이 의식불명에 빠지거나 중상을 입는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 이에 경찰의 직업의식 결여가 가장 먼저 개탄의 대상이 됐지만, 그에 못지않게 물리력을 사용해 범인을 제압하려고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는 여론도 빗발쳤다.

알고 보면 경찰이 그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일선 경찰들은 물리력 사용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국가도, 경찰 조직도 책임을 대신 져주지 않아 현장 대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전문가들은 평소 경찰이 물리력 사용을 비롯한 현장대응 실전훈련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외근보다 내근 직책, 외근 중에선 정보 계열이 승진 코스로 선호되는 경찰 조직문화가 방치되면서 현장에 고령과 신입 경찰만 남게 됐다고도 한다.

이래선 안 된다. 면책권 입법으로 물리력을 사용할 여지가 확대되는 것을 경찰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쇄신 방향은 현장 우선주의여야 한다. 현장대응 실전훈련을 일상화해 출동 경찰 모두가 물리력을 제 팔다리 놀리듯 익숙하고 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엉겁결에 물리력을 남용해 시민에게 불의의 피해를 입힐 위험을 최소화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현장근무 경력과 실적에 인사상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현장 장기근무자가 존중되고 존경받는 조직문화가 경찰에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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