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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즐겨라, 오늘은 K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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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K콘텐츠… 시작부터 세계무대] [2] “그래미상은 나의 것”

“한국의 K팝은 국내를 넘어, 언어와 문화의 한계를 넘어 도약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 미국 LA 소파이 스타디움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방탄소년단(BTS). 아티스트와 팬이 한국인이냐 미국인이냐는 의미 없는 밤이었다. 28일(현지 시각) 콘서트 직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기자들은 “LA 곳곳에 BTS의 흔적이 넘쳐난다”며 방탄소년단의 달라진 위상을 언급했다. 간담회에서 리더 RM은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을 약속했다. RM은 “지난 팬데믹 2년은 우리 모두에게 쉬운 기간이 아니었지만, 이제 새로운 챕터(장)가 열리고 있다”며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고, 우리가 얼마나 영향력이 생겼는지 2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를 보여주는 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8일 미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에서 멤버들이 춤을 추고 있다. 이날 소파이 스타디움에는 약 5만명의 ‘아미’들이 찾아 함성을 질렀다. 방탄소년단은 “오늘은 우리나 아미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빅히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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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모인 미국과 한국 기자들 앞에서 일일이 영어로 답변한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정체성과 언어, 장르의 한계성 등의 차원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매순간 우리의 공연과 연주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이 순간이 됐다”고 말했다. K콘텐츠에 있어 더 이상 물리적 공간이나 언어의 장벽은 없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이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全) 세계 팬들을 만난 BTS는 스스로가 음악의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국경과 지역의 차이는 아예 언급도 되지 않았다. 제이홉은 “한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사실이 낯간지러우면서도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미국 팬 한국 팬들이 많이 오셨는데 팬데믹 중 힘들었던 감정 모두 잊고 즐기시라”고 권했다.

BTS는 최근 미국 음악계 최고 권위의 상인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 2년 연속 ‘베스트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지만 본상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LA 타임스조차 “글로벌 팝 돌풍을 일으킨 BTS가 블록버스터급 한 해를 보냈는데도 1개 부문 후보에만 오른 것은 난센스”라며 백인 중심의 보수적 평가 방식을 지적할 정도. 이에 대해 멤버 슈가는 기자회견에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처럼 좌절하지 않고 그래미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에 멤버 뷔가 “우리가 열 번 찍으면 진의 나이는 마흔”이라고 하자, 진은 “정확하게는 38세”라고 바로잡기도 했다. 미국 기자들 앞에서 지극히 한국적인 속담을 인용해 농담을 하면서도 이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RM은 “성공이 100이라면, 그 절반인 50은 아미들이고 멤버들 각자가 5%, 15%는 하이브와 빅히트”라고도 했다.

BTS는 한국인을 넘어 아시안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 극복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M은 “우리가 하는 음악과 퍼포먼스, 이를 통한 각종 수상이 고국을 떠나 살고 있는 아시아인들에게 힘이 된다면 큰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아시안 혐오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현지에 온 미국 기자들은 “팬데믹 이후 아시안에 대한 혐오를 극복하는 데 BTS 노래의 메시지와 긍정적 영향력이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직 일상의 삶을 회복하지 못한 이들에게 응원 메시지도 전했다. 멤버 지민은 “무대에 다시 서니 우리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다른 분들도 코로나19 문제를 극복하고 최대한 빨리 모두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김성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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