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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설원의 메시와 호날두… 마지막에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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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 스키 女회전서 불꽃 라이벌

시프린 46회 우승 최다기록 타이

블로바 시즌 초반엔 2연승 기록

베이징올림픽서 진검승부 예상

양준혁과 이종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국적과 종목은 다르지만 ‘세기의 라이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자 알파인스키에도 지난 몇 년 간 이어져온 라이벌이 있다. ‘스키 여제’라 불리는 미카엘라 시프린(26·미국)과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페트라 블로바(26·슬로바키아)다.

시프린은 29일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단일 종목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날 미국 버몬트주 킬링턴에서 열린 2021-2022시즌 FIS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월드컵에서 시프린은 1, 2차 시기 합계 1분38초33으로 2위 블로바(1분39초08)를 0.75초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시프린의 월드컵 회전 우승 46회째로, 은퇴한 남자 선수 잉에마르 스텐마르크(65·스웨덴)의 월드컵 대회전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 번 더 우승하면 남녀 최다 우승 기록을 쓴다. 시프린은 29일 우승 후 “내가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지 몰랐다. 이제야 좀 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블로바가 날이 갈수록 잘하는 것 같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면 블로바는 “시프린 다음 두 번째라면 만족한다”며 애써 경쟁 관계임을 나타냈다.

◇‘여제’ 시프린, 추격자 블로바

시프린은 뛰어난 재능을 앞세워 2012년부터 지금까지 알파인스키의 ‘여제’로 군림했다. 2016-2017시즌부터 3시즌 연속 월드컵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2017년과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금 1, 은 1개를 따냈다.

조선일보

베이징 올림픽에선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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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창올림픽 이후 독주 체제에 균열이 갔다. 동갑내기인 블로바가 시프린의 아성을 위협했다. 블로바는 2017-18시즌 월드컵 통합 5위에 올랐고 이후 순위를 차츰 끌어올리더니 지난 2020-2021시즌 6차례 정상에 서며 시프린을 2위로 밀어내고 월드컵 종합 챔피언의 영예를 맛봤다. 반면 시프린은 지난 시즌 월드컵 3번, 종합 4위에 그쳤다. 그가 종합 랭킹에서 3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2014-2015시즌 이후 6시즌 만이다.

시프린의 부진은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이 컸다. 시프린의 아버지는 지난해 2월 집에서 머리를 크게 다치면서 6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오기만 한 시프린은 슬럼프에 빠졌다. 시프린은 지난해 12월에야 “난 강해졌고, 다시 나아갈 준비가 됐다”고 했다.

블로바는 5년간 함께하며 자신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준 리비오 마고니(48·이탈리아) 감독과 지난 3월 결별했다. 마고니 감독이 지난 3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블로바의 DNA에는 승리가 없다. 블로바는 더 수렁에 빠져들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게 도화선이 됐다. 블로바는 이후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발휘하며 마고니 감독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진검승부

스키계에선 이제야 둘이 2022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제대로 된 ‘라이벌 관계’를 이뤘다는 얘기가 나돈다. 지금까지 두 스타가 최상의 컨디션에서 맞붙을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올 시즌 초반은 블로바가 우위에 섰다. 지난 20~21일 핀란드 레비에서 열린 2021-2022 알파인스키 월드컵 여자 회전 경기에서도 두 차례 모두 시프린을 2위로 제치고 2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포함해 최근 3시즌으로 따지면 블로바는 월드컵에서 13차례 우승해 시프린(11회)에 앞선다. 그러나 시프린이 최근 기량을 회복하며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졌다. 올 시즌은 시프린과 블로바가 각각 두 차례 정상에 섰고, 시프린이 29일 우승으로 블로바를 밀어내고 월드컵 중간 랭킹 1위로 올라섰다.

둘은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에서 개인과 국가의 명예를 걸고 다툰다. 여전히 도전자는 블로바다. 블로바는 시프린이 두 차례 올림픽에서 금, 은 각각 1개씩 목에 거는 동안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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