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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고가주택 기준 12억으로…아파트 9억 넘어도 양도세 안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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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3일 서울의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매매·전세 매물 광고가 붙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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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금액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할 전망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은 치솟았는데, 양도세를 매기는 ‘고가주택’의 기준이 지난 2008년 정한 9억원이라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인식에서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상자산 과세는 정부의 반대에도 1년 더 미룰 방침이다.

29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양도세 개편안을 논의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앞으로 12억원이 안 되는 주택은 팔아도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9억원이 넘는 주택을 파는 1주택자는 수혜를 볼 전망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장기 보유·거주자는 양도 차익에 따라 수천만원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다주택자 등의 양도세율을 높여 온 이 정부에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면서, 그간 높은 양도세율로 인한 거래 감소 현상이 일부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의 보유 비용을 높여서 처분을 유도하려고 종합부동산세 등 세 부담을 올렸는데, 양도세 부담이 너무 높아 다주택자가 물량을 쉽게 처분하지 못했다”며 “조세가 시장 참여자의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완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양도소득세 조사 부과세액은 2247억원으로 전년(3509억원)보다 36.0% 감소했다.

다만 여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양도차익에 따라 차등하는 방안은 야당이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1세대 1주택자의 장특공제율은 최대 80%(보유 기간 40%+거주기간 40%)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기에 양도차익이 1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보유 기간별 공제율을 10%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집을 오래 갖고 있었더라도 팔아서 생긴 돈이 크면 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 1주택자의 매물 증가 효과가 작을 것이란 게 야당의 지적이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기재부 반발



이날 여야는 내년 1월 1일부터 하기로 했던 가상자산 과세를 1년 유예해 2023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해 여야는 일찍부터 공감대를 형성해둔 상황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30대 표심이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가상자산의 핵심 투자자층이 20·30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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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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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는 당장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여야가 합의해 정부 의사와 관계없이 개정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과거에) 여야가 합의했고 (지금) 과세 준비도 돼 있는데 유예하라고 강요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반발한 바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시작 시점뿐만 아니라 공제 기준에 대해서도 여당과 정부의 의견이 다르다. 가상자산 거래 차익을 주식처럼 ‘금융투자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으로는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50만원을 공제하고 이를 초과하는 소득에 20%(지방세 포함 시 22%)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한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가상자산 관련 소득도 다른 금융상품의 소득과 합쳐 5000만원까지 공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노 의원은 “가상자산을 미술품과 같이 취급해서 250만원만 비과세하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타당하지 않다”며 “기재부가 국회의 입법 활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여야가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고, 가상자산 과세를 미룬 데 대해 정의당은 부작용을 우려하며 “밀실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장혜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것은 과세 형평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1세대 1주택 양도세를 완화하면 매물이 늘기보다는 고가주택으로 갈아타는 현상을 부추겨, 가격 상승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조세소위에서 여야가 처리한 양도세와 가상자산 과세 등에 대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30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뒤 다음 달 초 국회 본회의에 회부될 전망이다.

세종=임성빈·양수민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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