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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외국인도 주민투표 가능’ 日 지자체 조례 추진에 우익 반발... “국가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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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 "헌법·법률상 문제없다"
"외국인 참여, 지방행정 다양성 증진 바람직"
한국일보

지난 10월 17일 일본 도쿄도 무사시노시에서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외국인에게 주민투표권을 부여하는 시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외국인 참정권 부여는 국가를 파괴하는 것이다 일본을 티베트, 위그루화하는 것이다 반일 미친 시장은 퇴임하라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일본 시민 무라야마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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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도 무사시노시가 추진 중인 주민투표 조례안과 관련, 자민당 보수파와 우익 단체가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개월 이상 거주한 내외국인 모두에게 주민투표 시 투표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두고 “외국인에게 광의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지방행정의 다양성 증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아, 폐쇄적인 일본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NHK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시의회에 제출된 조례안은 주민투표 참가 조건으로 ‘3개월 이상 거주한 18세 이상 일본인 또는 정주 외국인’을 명시,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있다. 마쓰시타 레이코 시장은 같은 날 취재진에게 “시민 자치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국적에 관계없이 함께 지역의 과제를 생각하고 싶다”고 취지를 밝혔다. 조례를 통한 주민투표 결과는 시장이나 의회가 논의한 후 시정에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하며, 법적 구속력은 없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78개 지자체에 상설형 주민투표 조례가 있는데, 이중 외국인을 투표권자에 포함시킨 자자체는 43곳이다. 그러나 무사시노시처럼 외국인에 대해 일본 체류기간 등 조건을 두지 않고 내국인과 동등하게 한 곳은 두 곳에 불과하다. 시 당국은 앞서 2,000여 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다수가 내외국인 구별 없이 주민투표권을 부여하는 데 찬성했다고 밝혔다.

우익단체·정치인 "국가를 파괴" "국민·국가의 부정" 주장


하지만 우익 단체는 이 조례가 광의의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국가를 파괴한다” “일본을 티베트·위구르화한다” “반일 시장은 퇴임하라” 같은 피켓을 들고 연일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우익 정치인도 합세하고 있다. 자민당 보수 그룹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회’의 대표 간사인 아오야마 시게하루 참의원은 석간 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국민과 외국인을 명확히 구별하지 않으면 국민·국가의 부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이런 조례가 전국에 확산되면 국익을 해치고 일본인의 존엄도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요미우리신문도 29일자 심층보도 코너를 통해 “안보나 에너지 등 국익에 관련된 주민투표에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미 자위대 주둔지 시비를 둘러싼 주민투표에서 1,276명의 유권자 중 영주권 있는 외국인 5명도 포함된 사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 "다양성 증진 바람직"


그러나 헌법이나 법률상 문제가 없으며, 거주 외국인이 지방행정에 참여해 다양성을 증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 스가와라 신 난잔대학 교수(법학)는 NHK에 “외국인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자치단체에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 지자체의 판단으로 주민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헌법이나 법률상 가능하다”면서 “일본 사회에서 다문화 공생의 방향성을 내세우는 이상, 외국인인 주민이 지방행정에 관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2006년부터 장기 거주한 외국인들에게 주민투표뿐 아니라 지자체 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 투표권도 주고 있다. 주민투표법 제5조 2항에 ‘출입국관리 관계 법령에 의해 한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19세 이상의 외국인은 주민투표권이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다만 영주권을 취득하고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져, 조건은 까다롭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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