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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KIA 이의리, 타이거즈 36년 '한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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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리그] 29일 KBO시상식에서 신인왕 선정, MVP는 두산 미란다

2021 시즌을 빛낸 가장 큰 별들이 결정됐다.

한국야구위원회는 29일 서울 임피리얼 펠리스호텔 두베홀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시상식을 개최했다. 정규리그 MVP는 올해 235탈삼진으로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세운 두산 베어스의 좌완 아리엘 미란다가 차지했다. 이로써 두산은 다니엘 리오스(2007년)와 더스틴 니퍼트(2016년), 조쉬 린드블럼(2019년)에 이어 역대 4번째 외국인 투수 MVP를 배출한 구단이 됐다.

두 후보의 치열한 경쟁으로 MVP보다 더 많은 관심을 모았던 신인왕은 KIA 타이거즈의 좌완 이의리가 선정됐다. 올 시즌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한 이의리는 4승 2패 1세이브 20홀드 2.85의 성적을 올린 롯데 자이언츠의 우완 최준용을 제치고 평생 한 번 밖에 받지 못하는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다. 해태 시절을 포함해 타이거즈에서 신인왕이 배출된 것은 1985년의 이순철(SBS 스포츠 해설위원) 이후 무려 36년 만이다.

이강철-이종범-김진우도 타지 못한 신인왕
오마이뉴스

포즈 취하는 신인상 이의리 ▲ 29일 오후 서울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시상식이 끝난 후 신인상을 수상한 기아 이의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타이거즈는 해태 시절까지 포함해 통산 11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BO리그 최고의 명문구단이다(삼성 라이온즈 8회,두산 6회). 하지만 타이거즈는 지난 1985년의 이순철을 마지막으로 무려 35년 동안 신인왕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KIA 팬들로서는 36년이나 이어졌던 타이거즈의 길었던 '신인왕 잔혹사'를 끊어준 막내 이의리가 더욱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타이거즈가 뛰어난 신인들을 배출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 된 이강철은 1989년 15승을 거두고도 같은 잠수함 투수로 19승을 따낸 태평양 돌핀스의 박정현을 넘지 못했다. 입단 첫 시즌부터 도루 2위(73개)와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LG 트윈스 2군 타격코치)도 타격 3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에 빛나는 양준혁(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게 신인왕 자리를 내줬다.

1996년에는 진흥고 출신의 루키 투수 고 김상진이 9승을 올리며 해태의 8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지만 역대 최초로 30-30클럽에 가입한 '리틀쿠바' 박재홍의 벽은 너무나 높고 견고했다. '광주일고 트리오' 서재응과 김병현, 최희섭을 차례로 놓친 타이거즈는 1999년 정성훈을 붙잡는 데 성공했고 정성훈은 루키 시즌 타율 .292 7홈런 39타점 49득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0세기 마지막 신인왕은 두산 베어스 포수 홍성흔의 몫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타이거즈는 좋은 루키들을 꾸준히 배출했다. 그중에서도 진흥고 시절부터 '리틀 선동열'로 불리던 김진우는 KIA 입단 시 고졸신인 최고 계약금(7억 원)을 받고 프로무대에 뛰어 들었다. 김진우는 입단 첫 해부터 12승과 함께 탈삼진 타이틀을 따내면서 '슈퍼루키'의 위용을 뽐냈지만 같은 해 현대 유니콘스의 루키 조용준이 28세이브와 1.9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신인왕 경쟁에서 아쉽게 밀려나고 말았다.

김진우가 등장한 지 4년이 지난 2006년에는 '리틀 선동열'이 아닌 선동열을 능가하는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 받았던 '10억팔' 한기주가 프로무대에 등장했다. 루키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간 한기주는 44경기에 등판해 10승 11패 1세이브 8홀드 3.26의 성적으로 신인왕에 도전했다. 하지만 하필이면 한기주와 동시대에 한국야구 역대 최고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괴물'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등장하며 MVP와 신인왕을 휩쓸어 버렸다.

한국야구 이끌 차세대 좌완 에이스

KIA는 2009년 안치홍(롯데 자이언츠)을 끝으로 한동안 유력한 신인왕 후보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던 2019년, KIA는 2014년 롯데에 입단해 KT 위즈를 거쳐 2018년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외야수 이창진과 프로 데뷔 4년 만에 필승조로 자리 잡은 전상현이 동시에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작 투표에서 두 선수의 표가 갈리면서 신인왕 자리는 순수신인이었던 LG 트윈스의 잠수함 정우영이 가져갔다.

광주일고 출신의 좌완 이의리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고 KIA에 입단했고 입단 당시부터 장재영(키움 히어로즈), 김진욱(롯데)과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다.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는 장재영이 스프링캠프 기간부터 제구에 약점을 보였고 '실전용'으로 불리던 김진욱도 시즌 초반 프로의 높은 벽을 깨달은 반면에 이의리는 시즌 초부터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연일 씩씩한 투구로 선배들을 놀라게 했다.

전반기를 4승 3패 3.89로 끝낸 이의리는 김진욱과 함께 대표팀의 막내로 2020도쿄올림픽에 참가했고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통해 한국야구 차세대 좌완 에이스로 눈도장을 찍었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발 등판한 이의리는 10이닝 동안 5실점으로 1패를 기록했지만 씩씩하고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타자과 정면승부했다. 특히 18개의 탈삼진으로 일본의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즈)와 탈삼진 공동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의리는 올림픽을 다녀온 후 5경기에서 2패만 기록한 후 더그아웃 계단에서 미끄러져 우측발목을 다치면서 시즌을 일찍 마쳤다. 이의리가 시즌을 일찍 접은 사이 롯데의 중고신인 최준용이 후반기에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29경기에서 2승 1패 1세이브 13홀드 1.86을 기록했고 20홀드와 2점대 평균자책점(2.85)으로 시즌을 마쳤다. 이의리의 독주체제였던 신인왕 경쟁이 시즌 막판 오리무중으로 빠진 이유다.

하지만 결국 신인왕의 주인공은 이의리였다. 승리보다 패가 더 많았고 100이닝도 채우지 못했으며 퀄리티스타트도 4회에 불과했지만 기자단은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좌완 영건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게 이의리는 타이거즈의 한으로 남아있던 신인왕 35년 무배출의 길었던 사슬을 끊었다. 이제 이의리는 내년 시즌을 통해 올해 보여준 가능성들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남았다.

양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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