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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노후 대비 ‘알아서 척척’…TDF(타깃데이트펀드) 시장 10조원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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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회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노후를 걱정하는 이가 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용 불안정 위기 속에서 은퇴 이후의 안정적인 삶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져 간다. 특히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 보장 수준이 매우 부실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노후 빈곤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공적연금이 보장하는 은퇴 이후 소득 대체율이 39.3%에 불과하다. 은퇴 전에 100만원을 벌었다면 은퇴 후에 39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의미다. 80~90%에 달하는 덴마크나 네덜란드는 물론 OECD 평균 52.9%와도 큰 차이가 있다. 실제 개인 가구 기준 한국의 공적연금 수령액은 월평균 82만8000원으로 일본(약 164만40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나라에서 주는 공적연금만 믿고 있다가는 ‘노후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리미리 ‘셀프 노후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TDF(타깃데이트펀드)’가 각광받는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타깃데이트(목표 시점)’로 설정하고 연령대별로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주는 펀드다. 생애 주기에 맞춰 주식, 채권 등 투자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준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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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투자 대세로 떠오른 TDF

▷순자산 1년 새 2배 늘어 10조원

TDF는 올해 펀드 시장이 위축된 와중에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11월 24일까지 국내 135개 TDF 순자산 총액은 4조886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TDF 순자산 총액이 9조6836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7968억원)과 비교해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연내 TDF 순자산 총액이 무난하게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2016년 말 TDF 순자산 총액이 600억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5년 만에 150배 넘게 몸집을 불렸다.

TDF 인기 비결의 핵심은 ‘편리함’이다. TDF는 투자자가 설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배분과 포트폴리오 조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TDF 상품에는 ‘2025’ ‘2035’ ‘2050’ 등의 네 자리 숫자가 붙는데 이것이 해당 상품의 타깃데이트다. 예를 들어 60세에 은퇴할 계획이 있는 1975년생 직장인이라면 목표 시점은 1975에 60을 더한 ‘2035’가 된다. 이를 기준으로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점차 높여 자산을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 가입자는 처음 가입 당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일일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높은 수익률도 TDF에 뭉칫돈이 몰리는 이유다. TDF는 글로벌 분산 투자를 통해 하락장에서는 손실폭을 최소화하면서도 상승장에는 높은 수익을 낸다. 연초 이후 국내 출시된 TDF 상품 평균 수익률은 9.62%(11월 24일 기준)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4.2%를 크게 웃돌았다. 증시 조정기였던 2018년에는 코스피가 17.3% 하락하는 동안 -7.4%의 수익률로 선방했다.

개별 상품을 들여다봐도 대부분 좋은 성과를 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KB자산운용의 ‘KB온국민TDF2055’로 올 들어 수익률이 21.78%에 달한다. ‘삼성한국형TDF2050(21.68%)’ ‘한국투자TDF알아서2050(18.48%)’ ‘한화LifePlusTDF2050(18.03%)’ ‘NH-Amundi하나로TDF2045 (17.21%)’ ‘신한마음편한TDF2050 (15.97%)’ ‘미래에셋전략배분TDF 2050(15.31%)’ 등 상위권에 랭크된 각 운용사 대표 상품이 모두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2045~2055 등 목표 시점이 한참 남아 있어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가진 상품들이 대체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매경이코노미

▶자산 배분 효과로 안정적 수익

▷퇴직연금 시장 확대로 수혜 전망

TDF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노후 대비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 배분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규제 완화도 한몫을 했다. 2018년 9월 금융위원회는 투자 한도 규정을 폐지하고 퇴직연금 적립금의 100%를 TDF에 투자할 수 있게 했다. 특히 IRP 계좌에 연계해 운용할 경우 연말정산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수요가 늘고 있다. 배당·이자 수익에 대해서도 펀드 운용 기간에 과세 없이 재투자돼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위험 기피 성향이 강한 퇴직연금 투자에서 TDF는 안정성을 지키면서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기존 퇴직연금은 대부분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구성돼 있어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불과했다. 글로벌 분산 투자와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TDF가 퇴직연금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수익성 개선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운용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TDF에 주목하는 MZ세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TDF에 가입한 고객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20대의 전체 연금자산 가운데 TDF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 자릿수에 불과한 30~40대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20대 여성(16.27%)은 은퇴 이후 삶을 가장 많이 고민하는 50대 남성(15.34%)보다 TDF 가입 비중이 높았다.

▶세금 혜택·수수료 잘 살펴야

▷10년 이상 장기 투자에 최적화

신경 쓸 것이 별로 없는 TDF지만, 가입할 때는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인지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수익률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단기보다는 장기 수익률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목표 은퇴 시점까지 비교적 시간이 많이 남은 펀드는 위험자산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기 수익률이 우수하다. 이와 달리 목표 은퇴 시점이 임박한 상품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안정성을 추구해 단기 수익률은 낮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일궈낸다.

세금 혜택도 잘 따져보는 것이 좋다. 개인연금 계좌나 확정기여(DC)형 계좌에 TDF를 담으면 납입금액의 400만원까지 세액공제 16.5%(종합소득 4000만원 이하·초과는 13.2%)를 적용받는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활용하면 700만원까지 소득공제 16.5%를 받을 수 있어 절세 효과가 커진다. 연금 생활자의 경우 매달 100만원 즉, 매년 1200만원 이상 연금을 받으면 연금 소득세(3.3~5.5%) 대신 종합소득세(6.6~44%)가 부과된다.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 않다면 1200만원을 제외한 연금액을 TDF에 재투자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다만 TDF도 만능은 아니다. 무엇보다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나 운용 방법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운용사가 알아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만 상품별로 투자 전략과 비중이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은퇴 시점과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수수료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TDF는 장기간 투자되는 연금 상품이므로 복리 효과를 감안하면 작은 수수료 차이가 나중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심진원 KB자산운용 연금WM본부장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10년 이상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고 가입하는 것이 TDF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라며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 상품인 만큼 자신의 위험 성향과 은퇴 시점을 고려해 상황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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