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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국립발레단, 올해 크리스마스 공연에 인종차별 논란 <호두까기 인형> 안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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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국립발레단이 크리스마스 공연의 단골 레퍼토리였던 <호두까기 인형>을 올해는 무대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인종차별적 편견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발레단은 작품의 안무를 수정해 다시 공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최근 <호두까기 인형>이 빠진 베를린국립발레단의 연말 공연 레퍼토리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화제가 됐다. 더타임스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나 테오발트 베를린국립발레단 예술감독대행은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를 바탕으로 한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며 “이번 결정은 발레단의 낡고 차별적인 관행을 없애겠다는 약속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프티파는 <호두까기 인형> 초연 안무를 짠 19세기 프랑스 출신 러시아 무용가이다. 발레단은 지난 6월부터 고전 발레가 현대 기준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왔다.

<호두까기 인형>은 1892년 초연 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백조의 호수>와 함께 표트르 차이콥스키 3대 걸작으로도 불린다. 클라라라는 소녀가 할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이 알고보니 생쥐 대왕의 저주로 인형이 된 왕자였으며, 클라라의 도움으로 생쥐 대왕을 물리쳐 저주를 푼 왕자가 클라라를 과자나라에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과자나라에 등장하는 중국을 상징하는 차 요정들의 춤 부분이 문제가 됐다. 과자나라 파트에서는 각국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스페인춤, 아라비아춤, 중국춤, 러시아춤 등이 이어진다. 중국춤을 추는 무용가들은 중국 전통복장을 본딴 옷을 입고 곡예 동작을 한다. 19세기 유럽인들이 생각한 중국인의 이미지가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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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 중 중국춤 장면. 유튜브 영상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gKqYg8DsH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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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단의 결정은 논란을 지폈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청중이 얼마나 어리석다고 보는 것인가. 그런 이유로 공연하지 않는 것은 오만하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그들(중국인 복장을 한 무용가들)은 실제 중국인들이 아니다. 중국인들이 모두 곡에단과 같은 동작을 하는 것은 분명 아니며 재단사, 왕, 하인, 개구리 등 동화에 나오는 이들은 모두 (실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타게스차이퉁은 “과거 만들어진 문화·역사적 맥락과 더불어 오늘날 어떤 요소가 문제 소지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테오발트의 주장이 옳다”고 전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2017년 뉴욕의 발레단이 안무를 수정한 사례를 들어 “<호두까기 인형>을 리노베이션하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베를린국립발레단은 공식입장을 내고 “이번 시즌에만 공연하지 않을 뿐이지 발레단이 <호두까기 인형>을 퇴출시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국춤의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서는 “1892년 초연을 재구성한 현재의 공연에는 중국 전통문화와 관련없는 풍자적인 묘사가 있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킨다. 2015년에도 베를린 청중들로부터 불만이 있었고 우리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싶다”며 “우리도 <호두까기 인형>을 다시 보여주고 싶고, 단순히 검열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의심되는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발레단이 내부 인종차별이 폭로돼 비판받고 수천만원의 위자료를 지불한 뒤 나왔다. 2018년 발레단 사상 첫 흑인 무용가로 입단한 클로에 로페스-고메스가 지난 1월 발레단에서 겪은 인종차별 사례들을 폭로했다. 피부색 때문에 농담의 대상이 되거나 튀지 않도록 하얀색 화장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어 발레단이 계약연장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고메스는 법적 조치를 취했다. 지난 4월 발레단은 계약 1년 연장 협의와 함께 고메스에 1만6000유로(약 2160만원)을 지불했다.

테오발트는 이 사건과 관련해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30개 국적자를 고용한 다양성 때문에 일상적으로 인종차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틀렸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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