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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압수수색 박스만 들면 '절차 논란' 휘말리는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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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법원 취소 결정에 타격
'이성윤 공소장 유출' 대검 압수수색 때도 논란
공수처 안팎 "다양한 변수 현장 대응 경험 부족"
검사들은 "노련한 베테랑 수사관 부족도 원인"
한국일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6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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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압수수색 위법성 논란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수사 동력을 상실하고 수사 정당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공수처 안팎에선 압수수색 집행 현장의 실무 경험 부족이 의도치 않은 사달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9월 10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압수수색을 '위법성이 중대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법원 결정에 재항고를 검토 중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관련된 '정치적 민감 수사'가 법원 결정으로 흠집이 나자 물러설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측은 이날 "불법 압수수색 상부 지시자인 김진욱 공수처장을 구속 수사하고, 수사팀을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6일 △영장 집행 참여권 침해 △수색 대상자(김 의원실 일부 보좌진)에 영장 미제시 △허용 범위 밖 키워드 검색 등을 문제 삼아 김 의원이 신청한 준항고를 받아들였다. 절차 하자로 법원이 압수수색 자체를 전격 취소하는 것이 흔치는 않다. 그간 야당과의 위법성 논쟁에서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하던 공수처 입장에선 법원 판단으로 난처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공수처의 위법 절차 논란은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와 관련한 대검찰청 정보통신과 서버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공수처가 검찰 수사팀의 내부 메신저 내용을 보려고 시도하자, 수사팀에선 "사전 고지 절차를 누락했다"고 문제 삼았고, 공수처 측은 "일종의 안내문에 불과하고 의무 고지도 아닌데 위법 주장을 한다"고 맞섰다.

법조계에선 수사기관의 기본인 압수수색 과정에서 잇따라 잡음이 생기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신생 수사기관이란 점을 감안해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주로 맡는 만큼 절차적 논란이 없도록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 나오는 원인으로는 조직 차원의 실무 경험 부족이 거론된다.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당시 검사는 김 의원 등 주요 대상자 부재시 집행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인사는 "예민한 사건과 관련해선 판례를 모두 검토한다"면서도 "다만 현장 경험이 부족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대응이 미숙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베테랑 수사관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많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강제수사 때는 수사관들이 현장에서 당사자들과 협의하고 수색하면서 잡음이 없도록 한다"며 "공수처에 압수수색 경험이 풍부한 수사관들이 더 들어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수처 내부에서도 잇따른 논란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수사에 밝은 전·현직 검사들을 상대하는 탓에 검찰 내부에서 용인되던 수준보다 훨씬 까다롭게 공수처의 절차적 문제를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도 위법 증거수집에 이전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빗거리가 생기지 않도록 더욱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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