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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공수처, 이성윤 수사 검사들 압수수색 영장에 허위 사실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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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수사 과정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달 중순 이 고검장을 수사한 수사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서 일부 검사들에 대해 허위 정보를 기재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검찰이 이 고검장을 기소하기 두 달 전 검사 2명은 원(原) 소속청에 복귀한 상태였는데, 파견 형식으로 수사팀에 남아 있었다고 적은 것이다. 해당 검사들은 공수처가 법원을 속여 영장을 발부받았다면서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고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한 서버 압수수색을 위해 해당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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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은 지난 5월 12일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성윤 고검장을 기소할 당시 공소장이 본인에게 전달되기 전에 편집본 형태로 일부 검사들 사이에 유포됐다는 것이다. 친여 성향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지난 5월 공수처에 이 의혹을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의 메신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대검 서버를 압수 수색한다면서 이달 중순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수사 당시 검찰 지휘 라인 및 수사팀 검사 7명을 대상으로 지목했는데 그중엔 수사팀에 파견됐다가 기소 두 달 전 원래 소속돼 있던 검찰청으로 복귀한 임세진 부장검사와 김경목 부산지검 검사도 포함됐다. 공수처는 두 사람에 대해 인적 사항과 함께 ‘기소 당시 원 소속 0000, 수사라인, 파견’이라고 적었다. 두 사람이 이 고검장 기소 때 수사팀에 파견돼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상이 된 검사들은 “영장 청구서는 허위공문서이며 공수처가 법원을 속여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두 사람에 대한 수사팀의 파견 연장 신청을 불허했고 수사팀장인 이정섭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이 사실을 올려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공수처가 영장을 받아내기 위해 허위 내용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또 수사팀 검사들을 압수 수색하면서 정작 공소장을 유출한 피의자와 유출 방법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 유출자에 대해서는 ‘일체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는 사람’, 유출 방법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방법으로 확보한 공소장 편집본을 언론에 전달했다’고 압수수색영장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지난달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고발장 작성 지시자와 작성 당사자 모두에 대해 ‘성명불상’이라고 적은 바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실상 부실 수사에 가깝다”고 했다.

공수처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서 법원에 설명한 ‘압수 수색 필요 사유’도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검찰은 압수 영장을 청구할 때 최소한 참고인 진술이나 객관적 증거 등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번에 공수처는 영장에 ‘고발인 진술’ ‘언론 보도’ ‘수사 보고’를 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수사 보고’는 이달 15일 작성된 공수처 자체 자료를 의미한다고 한다. 자체 의견을 들어 압수 수색 필요성을 설명한 것이다. 또 고발인인 사세행은 그동안 공수처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20여 차례 고발한 시민단체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부실하고 허위인 내용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영장을 발부해준 법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수처는 26일에 이어 29일에도 대검에서 압수 수색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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