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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최강 변이 '오미크론' 확산에... 北, 국경 개방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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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해 9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왕래가 차단된 북중 접경 지역에서 북한군 병사가 총을 들고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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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닫혀 있는 국경 문을 조만간 열려 했던 북한에 또 대형 ‘악재’가 닥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종인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북한 당국이 다시 통제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것이다. 북중 무역 재개를 발판 삼아 국경 봉쇄로 인해 파탄 직전에 이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던 구상에도 대폭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28일 오미크론 발생과 관련, “최근 아프리카 남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변이 비루스(바이러스)가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며 “스파이크 단백질의 갑작변이가 델타 변이 비루스에 비해 두 배나 많아 더 위험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보건전문가들까지 동원해 오미크론의 위험성을 적극 부각했다. 조선중앙TV도 전날 “오미크론은 왁찐(백신)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변이 비루스”라고 전했다. 두 매체가 대내용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 주민들에게 새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에 극도로 민감해하는 건 백신 접종이 전무한 탓이다. 전파력이 높은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사실상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보고(11일 기준)했지만, 어디까지나 국경을 걸어 잠근 ‘고립’을 전제로 했을 때다. 최강의 전염성이 있는 오미크론이 상륙할 경우 보건 붕괴를 떠나 김정은 체제의 존립조차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에도 외부와의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워 온 배경이다.

문제는 북한이 최근 중국과의 교역을 다시 정상화시키는 방법으로 경제 활로를 모색 중이었다는 점이다. 실제 이달 초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에서 열차를 시험 운행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역시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중 간 열차 운행이 11월에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방역 변수가 생기면서 북한의 개방 시나리오는 유보될 확률이 높아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북한이 무역재개 자체를 수세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커졌다”며 “글로벌 확산 정도에 따라 비상방역체계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되면 북중 국경 개방을 계기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해 남북대화의 동력을 찾고자 했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과 중국이 일부라도 국경을 열면 막혔던 대북 인도협력 작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로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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