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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장에 좋은 사과·배·양배추? 과민성 장증후군엔 오히려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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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배가 아프면서 설사나 변비가 나타나거나, 변을 본 뒤에야 복통이 없어지는 증상이 계속되면 과민성 장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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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에 배에 가스가 차서 ‘쿠르릉∼’ ‘꾸르륵∼’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소화불량을 겪는 사람이 있다. 하복부나 명치 끝에 예리하거나 묵직한 복통이 생기고 더부룩함ㆍ속쓰림 같은 증상까지 나타난다면 ‘과민성 장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여러 검사를 해도 장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복통과 함께 설사ㆍ변비가 동반되는 장관의 기능적 질환을 말한다. 전 국민의 10~20%가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20~40대에서 가장 흔하고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2배가량 많다.

◇복통ㆍ복부 불편감 가장 흔해


과민성 장증후군의 주증상은 복통이다.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배가 아프면서 설사나 변비가 나타나거나, 변을 보고 나서야 복통이 없어지는 등의 증상이 일정 기간(3개월간 한 달에 3일 이상) 지속되면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복부 팽만감이 생길 수 있고, 자율신경계 증상으로 두통ㆍ식은땀ㆍ두근거림ㆍ생리 불순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불안ㆍ초조ㆍ우울 등 정신 신경 증상이 흔히 동반된다.

특히 복통은 배변 습관 변화를 동반할 때가 많다. 설사가 주로 발생하면 설사형 과민성 장증후군, 변비가 주로 생기면 변비형 과민성 장증후군, 설사ㆍ변비가 번갈아 발생하면 혼합형 과민성장증후군으로 분류한다.

과민성 장증후군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 요인에 스트레스와 기름진 음식과 알코올, 카페인 등 자극 요인이 겹치거나 호르몬 변화 등 환경적 요인이 겹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민성 장증후군 진단은 대장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 질환 등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50세 이상 환자가 혈변을 보거나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체중이 줄어들면 대장 내시경 검사로 다른 질병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소화제나 지사제 등을 임의로 복용하면 나중에 변비 약을 먹지 않고는 변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증상 악화하는 ‘포드맵’ 식이 피해야


과민성 장증후군은 단기적으로는 완치하기 어렵다. 다만 증상이 경미하다면 식습관 조절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과민성장증후군에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식으로는 고지방의 기름진 식이, 버터, 마가린 같은 유제품, 기름에 튀긴 음식, 밀가루, 술, 담배, 카페인 등이 꼽힌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포드맵(FODMAP)’ 식이를 피해야 한다. 탄수화물 가운데 크기가 작은 당분을 묶어서 ‘FODMAP(fermentable oligosaccharides, disaccharides, monosaccharides and polyols)’이라고 한다. 발효할 수 있는 올리고당ㆍ이당류ㆍ단당류ㆍ폴리올을 말한다. 올리고당엔 갈락탄ㆍ프룩탄, 이당류엔 유당, 단당류엔 과당, 폴리올엔 솔비톨ㆍ자일리톨 등이 포함된다. 이들 포드맵 식품은 대장에서 쉽게 발효돼 가스를 만들고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포드맵 식품으로는 위장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진 브로콜리ㆍ양배추와 함께 살구ㆍ체리ㆍ자두ㆍ아보카도ㆍ버섯ㆍ생마늘ㆍ생양파ㆍ각종 소스 등이 해당된다. 포드맵 식품은 일반인에게는 ‘좋은’ 성분이지만,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게는 ‘나쁜’ 성분이다. 마늘·양파·양배추ㆍ자일리톨ㆍ사과ㆍ배ㆍ수박 등에 포드맵 성분이 많다.

반면 포드맵이 적은 과일로는 바나나·블루베리·레몬·자몽·라즈베리, 채소는 당근·셀러리·감자·호박, 곡류는 쌀·귀리·타피오카, 유제품은 락토스(유당 분해 효소)가 들어 있지 않은 우유와 요구르트·경성 치즈 등이다. 두부·설탕·당밀·메이플시럽 등도 포드맵이 적다.

신승용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쌀로 만든 음식, 두부 등 가스가 적게 만들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과민성 장증후군 완화에 도움을 준다”며 “변비형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는 채소ㆍ해조ㆍ견과류 같은 고식이 섬유 식품이 좋다”고 했다.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면 약물로 치료한다. 민양원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복통을 조절하기 위해 진경제나 항우울제를 쓸 수 있고, 변비ㆍ설사가 나타난다면 완화제나 지사제를 같이 쓰기도 한다”고 했다.

과민성 장증후군을 완화하려면 카페인, 술, 즉석 음식, 기름진 음식, 고지방 음식을 피해야 한다. 주 3∼5회, 1회에 20∼60분 에어로빅ㆍ사이클링 등 중등도 이상 운동을 하면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이 개선되고, 피로ㆍ우울ㆍ불안 등 심리적인 증상도 호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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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 장증후군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아래의 증상 중 1번을 동반하면서 2가지 이상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을 권한다.

1. 평균 1주일에 1회 이상 복통이 생긴다.

2. 복통이 최소 6개월 전부터 시작돼 최근 3개월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3. 복통은 배변 후 완화되거나 악화된다.

4. 복통과 함께 배변 횟수가 늘거나 줄었다.

5. 복통과 함께 대변이 물러지거나 단단해지는 대변 굳기 변화가 생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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