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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위법 수사' 논란 끊이지 않는 공수처…주요 수사는 몇달째 '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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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한 서버 압수수색을 위해 해당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공수처 수사3부는 오전 10시께부터 대검 정보통신과에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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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위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고발 사주 사건 등 주요 수사의 돌파구는 좀체 못찾고 있다. 어설픈 수사로 실리도, 명분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지난 26일 대검찰청 정보통신과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수사 외압’을 수사한 수원지검 수사팀이 주고 받은 검찰 내부망 메신저이다.

공수처는 당일 오전 10시 압수수색 대상자들과 절차를 협의한 뒤 오후 3시35분 압수수색을 개시해 A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그러나 B 검사가 절차를 설명하는 안내문을 뒤늦게 받았다고 항의해 압수수색은 중단됐다. 사전고지 절차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안내문은 반드시 사전 고지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아니고 공수처가 임의로 제작한 안내문에 불과하다”며 “대상물의 무결성 확보 차원에서 다음에 재집행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은 당시 수사팀과 지휘부를 비롯한 7명이다. 그 중에는 공소장 유출 당시인 지난 5월 수사팀을 떠난 검사도 포함돼 ‘과잉 수사’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는 “영장 청구 당시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에 해당 검사들이 이미 수사팀을 떠났다는 점이 포함됐으며, 수사팀 밖에서도 관여자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수처는 공소장 유출에 관여한 검사를 아직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29일 2차 압수수색을 실시할 예정이다.

공수처가 수사 위법성 시비에 휘말린 건 처음이 아니다. 고발 사주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가 지난 9월10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법원은 “위법성이 중대하다”며 영장 처분을 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지난 26일 김 의원이 낸 준항고 신청을 인용하며 “김 의원이 없는 상태에서 공수처가 의원실을 수색한 점, 보좌관이 사용하는 PC를 수색한 점” 등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물은 향후 재판에서 사용하지 못한다.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고발 사주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이마저 기각됐다. 당시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통상적이지 않은 수사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체포영장이 기각됐는데 그보다 발부 요건이 훨씬 엄격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망신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 5일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했다. 대검 감찰부가 전현직 대검 대변인이 사용한 공용폰을 임의제출받아 포렌식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공수처는 대검 대변인 공용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없었으나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하는 형식으로 대검 대변인 공용폰 포렌식 자료를 확보했다. 우회 압수수색, 편법 압수수색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작 공수처의 수사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발 사주 사건 수사는 문제의 고발장 작성자, 전달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3개월째 제자리 걸음이다. 손준성 검사 등이 향후 재판에서 증거 수집의 적법성 등을 문제삼을 빌미를 공수처가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28일 “공수처의 수사 과정을 살펴 보면 인권친화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수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끝내는 것도 피의자 인권을 위하는 것인데, 수사 속도도 느리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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