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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운동화 신고 땀나게 뛰는 하나투어 대표…"바닷속 1박까지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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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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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 2.0 시대의 개막이라고 보면 됩니다. 다 바꿉니다. 얼굴인 CI(기업 이미지 통합)부터 혈액인 여행상품 구성, 기업문화까지 싹 다 업그레이드됩니다."

1등 자리란 게 그렇다. 경쟁자가 없으니 자만할 수 있다. 지난 1일 창업 28주년을 맞은 하나투어가 그랬다. 부동의 1위. 1998년부터 최근까지 그 자리에 있었으니 주변의 변화와 새로운 고객 출현을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등이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는 두 가지다. 외적 충격파가 오든지, 내부적 각성을 할 때다. 이 두 개가 동시에 터졌다. 코로나19 외부 폭격에, 40대 젊은 피, 그것도 섬세함이라는 무기를 앞세운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1등의 역설' 타성을 깨고 나선 것이다. 사령탑을 맡은 지 1년 반 만에 첫 언론 공식 인터뷰를 매일경제와 진행한 송미선 대표는 '남(고객)' 얘기부터 꺼냈다.

"핵심은 '고객 만족'이에요. 남(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 대박이 납니다. 창업 28주년을 맞은 하나투어 변화의 핵심은 '고객 가치'입니다. 조직 내 모든 영역에 C(Consumer)의 가치, C의 DNA를 심을 겁니다."

11년 만에 바꾼 CI와 슬로건에 쓴 주어 역시 '고객'이다. 슬로건 '꿈꾸는 대로, 펼쳐지다'의 꿈도 고객의 꿈이다. 송 대표는 잘라 말한다.

"자신(회사)만 보면 경쟁 여행기업과 가격 경쟁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고객을 보면 가치 경쟁을 하게 되지요. 업계에서 말하는 '물량띠기(양적 경쟁)', 즉 가격 경쟁은 이제 안 합니다. 가치 경쟁으로 밀고 갑니다."

물밑 변화를 수면 위로 공식화한 건 지난 1일 창립기념일 때다. 송 대표는 하나투어 2.0 버전을 내놓으며 재단장을 선언했다.

원래 여행사 사무실은 '전쟁터'. 여행족의 총성(문의)이 종일 요란하게 오간다. 바쁠 때는 걸을 틈도 없다. 유럽팀, 미주팀, 아시아팀 사이를 뛰어다녀야 할 정도다. 변화를 위해 송 대표는 사장실을 전쟁터 한복판에 배치했다. 거창한 문패도 없다. '송스룸(Song's Room)' 푯말만 걸었을 뿐이다. 직원들과 함께 뛰기 위해 구두도 버렸다.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출퇴근한다.

"월급 받는 순으로 일하는 게 맞잖아요. 하나투어에서 제 월급이 가장 많은데, 그만큼 뛰려고 정장을 벗었죠."

가치를 파는 작업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일단 여행상품 라인업이 싹 바뀐다. 구닥다리 패키지는 전부 없앴다. 이름하여 '상품(패키지) 2.0' 버전이다. 핵심은 '3노(NO)'다. 노팁·노쇼핑·노옵션으로 확보된 여유 시간에 자유여행 코스를 심는다. 남(고객)의 눈높이를 겨냥해 테마도 확 늘렸다.

"패키지 여행이 가장 불편한 게 다른 연령층이 섞이는 거잖아요. 실버세대와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같이 여행을 가니, 호흡이 맞을 리 없죠. 여기에 테마를 넣어보면 어떨까요. 예컨대 서핑을 테마로 한 패키지 같은 거죠. 그러면 연령대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지요. 공통적 관심사가 맞으니까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결합 상품도 새로운 라인업이다. 에어텔(항공+호텔), 에어텔+렌터카 등 자유여행의 맛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물론 돈은 안 된다. 가격이 아닌 '가치'를 파는 차원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게 '하나투어 오리지널' 상품이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같은, 단 하나밖에 없는 여행이다.

"하나투어에서만 구독(여행)할 수 있는 오리지널 코스인 거죠. 곧 선보일 게 대만 아쿠아리움 안에서 숙박입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1박도 추진하고 있지요. 꿈꾸는 대로 펼쳐진다는 슬로건 같은 느낌이죠."

특별한 숙박뿐만이 아니다. 메타버스&리얼월드,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환경, 어드벤처, 소셜라이즈드 상품 등이 포함된다. 현지에서 여행할 때 '오징어게임' 같은 오프라인 게임을 실제로 즐기고 미션을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구상도 하고 있다.

MZ세대의 가치를 잡기 위한 플랫폼 업그레이드, 모바일·웹2.0 버전도 함께 진행된다. 전 세계 여행지 핵심 정보만 모아놓은 여행지의 '플레이스', 일정 관리 스케줄러인 '플래너', 여기에 현지 가이드가 직접 출연해 그들만 아는 알짜 정보를 알려주는 '하나 라이브'가 3대 축이다.

그렇다면 전통적 영업 방식에서 핵이나 다름없던 대리점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한때 전국에 1000개 넘는 대리점을 뒀는데, 코로나19 충격으로 자연 감소하며 현재는 하나투어 대리점 700여 개가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리점은 하나투어 상생의 상징이고, 대리점 고객은 여전히 하나투어의 한 축입니다. 그건 당연히 그대로 가져갑니다. 부모님들은 여전히 정보기술(IT), 플랫폼 문화에 취약하거든요. 아직 대리점을 찾아 예약을 합니다."

말하자면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오랜 하나투어 단골 고객층은 40대 이상 가족여행 수요자와 5060세대다. 그들은 여전히 대리점을 찾아가 대면 상담과 예약을 한다. 반대로 '엄지'에 익숙한 MZ세대에게는 플랫폼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산이다.

송 대표의 열변을 듣다 보니 하나투어를 감싸고 있던, 먼지 쌓인 덮개가 한풀 벗겨진 기분이다.

"전략만 짜면 뭐하나요. 실행을 해야 이뤄집니다. 그냥 실행도 아닙니다. 차원이 다른 게임에 도전해봐야 하는 거지요. 장벽이 있을 수 있지요. 장벽도 앞을 막은 담으로 보면 거대해 보이지만 생각을 바꿔 디딤돌로 보면 느낌이 달라지지요."

그녀의 책상 모니터 앞에는 몇 달째 붙어 있는 문구가 있다. '무너뜨려야 하는 장벽. 1.추측 2.시간 3.실수 4.완벽 5.비교.'

송 대표 말대로다. 장벽. 인간에게는 거대한 벽이지만, 신의 눈으로 내려다보면 그저 하나의 디딤돌일 뿐이다.

▶▶송 대표는…

△1976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석사 △2001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입사 △2016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파트너 △2020년~ 하나투어 대표이사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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