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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세바퀴, 다시 달린 이봉주 “내년엔 제가 여러분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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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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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28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봉주 쾌유 기원 마라톤’에서 결승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희귀질환으로 투병 중인 이봉주의 쾌유와 재기를 응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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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과 목이 굽는 원인 모르는 병과 싸우고 있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1)가 자신의 쾌유를 기원하는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렸다. 모습은 꾸부정했고 숨이 차 몇번씩 쉬었지만 재기를 향한 강한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이봉주는 28일 경기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봉주 쾌유 기원 페이스메이커 마라톤 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195명 페이스메이커가 먼저 400m 트랙을 10바퀴씩 뛴 뒤 이봉주는 레이스 마무리를 장식하는 행사였다.

400m 트랙 세바퀴, 겨우 1.2㎞. 선수 시절 같으면 한숨에 내달렸을 거리. 그러나 현재 이봉주는 부축을 받고 몇 번 쉬면서 힘겹게 달렸다. 페이스메이커들은 이봉주 뒤에서 함께 뛰었다. 누구도 이봉주 앞으로 나서지 않는 예의를 갖췄다. 페이스메이커들은 이봉주를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씁쓸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도 있었다. 한 페이스메이커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변했다”며 “안 좋은 모습을 실제로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봉주가 결승선을 끊는 순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환호와 감동으로 하나가 됐다.

이봉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이 생긴 지난해 1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긴 거리를 달렸다”며 “허리와 골반에 통증을 느꼈지만 세 바퀴만은 완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이어 “오늘은 이봉주가 다시 태어난 날”이라며 “함께 뛰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봉주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은 것”이라며 “여러분도 건강관리를 잘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봉주는 ‘내년에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뛸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년에는 내가 여러분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주위에서 박수와 탄성이 쏟아졌다. 이봉주는 2020년 1월부터 근육긴장 이상증을 앓았다. 지난 6월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허리를 숙인 채 걷고 있다. 이봉주 스스로 “인생에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6년 동안 척수소뇌변성증(소뇌위축증)과 투병하고 있는 오영복씨는 전남 무안에서 페이스메이커로 참여했다. 오씨는 지난 10월 이봉주 쾌유 기원 랜선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고 이번에 이봉주와 함께 실제로 뛸 수 있다는 생각에 먼 길을 달려왔다. 오씨가 아내와 함께 4㎞를 꼴찌로 들어오는 순간 이봉주는 트랙으로 내려가 오씨를 맞았다. 오씨는 “포기하고 싶을 정도 힘들었는데 이봉주를 보는 순간 힘든 게 싹 사라졌다”며 “둘 다 건강해져서 다시 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본인도 투병 중인데 나를 위해서 뛰어줘서 고맙다”며 “병을 이겨내 다시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2000년 일본 도쿄 국제마라톤에서는 2시간7분20초로 한국 기록을 작성하며 ‘국민 마라토너’로 불렸다. 당시 기록이 지금도 한국 최고 기록이다. 이봉주는 현역 생활 중 총 41차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번 행사는 마라톤 거리 42.195㎞에서 착안해 이봉주의 42번째 완주를 기원하는 페이스메이커 195명 마라톤으로 명명됐다.

부천|김세훈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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