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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송승섭의 금융라이트]발 빠르게 수신금리 올린 은행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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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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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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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지난 25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습니다. 0%대 기준금리 시대는 약 600여일 만에 막을 내렸고. 1% 기준금리 시대에 진입했죠. 그런데 민간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수신금리를 올렸습니다. 최대 인상 폭도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훨씬 큽니다. 왜 은행들은 이런 판단을 했을까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최근 예·적금 금리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정기예금과 시장성예금 17종, 적립식예금 26종의 금리를 오는 29일부터 최고 0.40%포인트 올립니다. 비대면 전용상품인 KB반려행복적금은 3년 만기 최고금리가 연 3.10%로, KB더블모아 예금은 1년 기준 연 1.80%로 바뀝니다. 신한은행도 29일부터 36가지 정기예금 및 적립식 예금 상품 금리를 최고 0.40%까지 인상합니다. ‘안녕, 반가워 적금’의 1년만기 최고금리는 연 4.2%에 달할 전망입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26일 이미 금리 인상을 적용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주거래하나 월복리적금’ 등 5개 상품금리를 0.25%~0.4%포인트 폭으로 올렸습니다. ‘하나원큐 적금’은 최고 연 2.6%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29일에는 13개 상품 금리를 0.25%포인트 올립니다. 우리은행도 19개 정기예금과 28개 적금금리, 3개 입출식 통장 상품 금리를 0.25%~0.40%포인트 높였습니다.

통상 수신금리 인상은 기준금리 인상 발표 후 일주일가량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루에서 이틀 만에 발표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올랐지만, 수신금리는 최대 0.40%포인트까지 올라갑니다.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수신금리가 더 크게 오른 겁니다. 인상이 적용되는 수신상품 역시 광범위하고요.

여론악화·당국압박 영향 끼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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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 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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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들의 태도변화는 국민적 여론이 악화한 것과 관련이 깊습니다.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빨리 가파르게 올리면서, 수신금리는 느리게 천천히 올린다는 불만이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에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글까지 올라왔는데, 현재 1만5800여명이 동의한 상태입니다.

은행들의 여·수신 금리격차는 통계상으로도 확인됩니다. 지난해 5월28일 기준금리는 0.50%포인트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었는데요,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던 지난 8월 예대금리차는 2.07%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11년만에 최대죠. 여신금리 인상 속도도 수신금리 인상 속도보다 3배 이상 빨랐습니다.

기준금리가 내려갔을 땐 거꾸로 대출금리를 천천히, 수신금리를 빠르게 내리기도 했습니다. 2018년 11월30일 1.75%였던 기준금리를 4차례 1.25%포인트 낮췄을 때가 대표적입니다. 대출금리는 0.82%포인트 낮아졌는데, 수신금리는 이보다 큰 0.89%포인트 떨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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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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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압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시중은행에서 여신업무를 담당하는 부행장들을 모두 소집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대출금리, 특히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산정·운영이 모범규정에 따라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라”고 주문했습니다. 은행들이 금리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살펴보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지 모니터링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현재 굉장히 벌어져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날 정 금감원장은 “정부는 과도한 금리 차 또는 과도하게 축소되는 금리 차와 관련해 기본 모범규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금리가 결정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만약 금리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 여지가 없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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