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서울의 ‘이곳’에 눈이 와야 ‘첫눈’…기후위기 시대, 서울의 기상을 기록하다 [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홍미란 서울기상관측소 소장이 지난 25일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 내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에서 올해 ‘첫 눈’이 공식 관측됐다. 이른 아침 워낙 약하게 내린 탓에 실제 눈을 본 시민들이 많진 않았지만 서울 첫눈 관측지인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약하게 내리는 눈을 관측했다’는 발표를 내놨다. 이 곳에서 기록하는 것은 첫 눈 뿐만이 아니다. 서울의 첫 서리, 첫 얼음, 벚꽃 개화시기 등을 확정하는 곳도 이곳이다. 이는 모두 사람의 눈으로 직접 기록하는 데이터다. 무인 기상관측소가 늘어나고 기온·기압·강수량 등의 기상관측은 대부분 기계화·자동화됐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관측하는 사람’이 필요한 셈이다. 서울기상관측소에는 낮 2명, 밤 1명씩 기상관측요원이 365일 ‘눈으로 살핀’ 기상정보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쌓인 하루하루의 기상정보가 30년치 모이면 ‘평년값’이 된다. 평년값은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서울 아침기온이 3.7도로 쌀쌀한 날씨를 보인 지난 25일 송월동 사무실에서 만난 홍미란 서울기상관측소 소장은 찬 바람이 드는데도 창문을 열어둔 채 일하고 있었다. 홍 소장은 “이 창문은 365일 닫지 않는다”며 “이 창문을 통해 비가 오는지, 뻐꾸기 소리가 들리는지, 매미 소리가 들리는지, 첫 눈이 오는지 살핀다”고 했다. 홍 소장은 “내 관측에 대해 확신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면서 “계절 관측을 하다보면 기후가 이렇게 변하고 있구나 체감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향신문

최저 기온이 영하 2도를 기록한 26일, 서울 기상관측소 관측요원이 창문을 열고 업무를 하고 있다. 서울기상관측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관측소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관측요원은 매 순간 관측값을 모니터링하고, 매시 50분이 되면 바깥으로 나가서 눈으로 관측을 해야 해요. 비가 온다, 눈이 온다, 서리, 얼음, 안개, 황사 이런 것들은 다 눈으로 관측을 하죠. 저는 매일 출근하면 기상관측 장비에 문제는 없는지 파악하고, 관측목을 쭉 훑어보면서 나무 상태가 괜찮은지, 조치가 필요한지 등을 살펴요. 관측소의 잔디 상태도 살펴요”

-무인 관측소가 늘어난다는데, 유인 관측소의 의미는 뭘까요

“황사의 경우 눈으로 관측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이럴 때는 흙냄새가 나는지로 판단을 하기도 합니다. 꽃이 여러 송이 피는 나무의 경우에는 한 가지에 꽃이 3송이 이상 활짝 피면 개화로 봐요. 단풍나무가 조금 조심스러운데, 단풍 시작은 나무 전체의 20%가 단풍이 들었을 때를 이야기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옥상에 올라가서 나무를 보고, 이 정도면 20%가 맞을지 관측자들과 상의하고, 사진도 찍어 공유하며 신중하게 결정해요. 무인 관측소에서는 기온, 기압, 풍향, 풍속 등 자동화된 것들을 계측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눈으로 관측해야 하는 것들은 하나도 관측할 수 없죠. 세계기상기구(WMO)로 공유되는 자료도 관측자 목측(눈으로 관찰하는) 요소가 상당히 많아요. 유인 관측소가 꼭 필요한 이유죠.”

-관측 업무가 평시보다 많아질 땐 언제인가요

“‘첫 현상’이 있을 때가 가장 바빠요. 첫 눈이 온다거나, 첫 서리, 첫 얼음 등이 있고 벚나무가 개화할 때도 바빠요. 개화 시기에는 평년값이 언제인지, 개화가 가장 빨랐던 때는 언제인지 확인을 해요. 그리고 (관측목을) 눈으로 매일 보죠. 꽃봉오리가 납작하게 찌그러져 있다가 때가 되면 점점 통통해지거든요. 조만간 곧 필 것 같은면 신경을 많이 쓰죠. 햇빛을 받으면 순식간에 확 피기도 하거든요. 여의도(윤중로) 벚꽃 개화 시기도 기록하는데, 보통 여기 관측소 공식 기록보다 하루이틀 늦게 핍니다. 여기서 벚꽃이 피면 바로 여의도로 달려가죠. 계속 출장을 나가서 확인할 수는 없으니 가서 상태를 보면서 여의도 벚꽃은 언제쯤 개화를 할지 감을 잡아야 해요.”

-이곳에 첫 눈이 와야 서울의 공식 첫 눈이라면서요

“여기서 관측한 내용은 온 시민들이 다 알고 기사로도 나가요. 관심이 많은 만큼 긴장되는 게 사실이에요. 가끔은 눈을 보고 있으면서도 계속 (기자들이) 물어보니까 ‘진짜 맞나?’하고 헷갈리기도 해요. 그래도 내 관측에 대해 확신을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사진·동영상 등 기록으로 남겨서 공유하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경향신문

서울에 첫눈이 왔던 지난 10일, 서울기상관측소에 눈이 날리고 있다. 서울기상관측소 제공


-만약 서울기상관측소에서 한 달 정도 관측을 멈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1907년부터 한국전쟁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관측이 이뤄져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곳의 관측 자료는 기후변화의 추이를 보기 위해 사용돼요. 저희가 한 달간 관측을 멈추면 관측 자료에 공백이 생기는 거죠. 예보에도 영향이 있을 거예요. 예보는 촘촘하고 정확하게 관측이 돼야만 더 정확할 수 있는데, 관측값이 없어지면 예보 정확도도 떨어질 수 있겠죠”

-계절 관측 업무 중에 동물 울음소리를 듣는 게 있다면서요.

“예전에는 개구리, 나비, 잠자리, 제비를 관측했는데 서울은 도심이라 개구리는 관측 대상에서 빠졌어요. 소리를 듣는 게 (여름에) 매미, 뻐꾸기가 있죠. 눈으로 관찰하는 건 나비, 잠자리, 제비인데 제비는 관측 요소로 있긴 하지만 2007년 이후로 서울에서는 관측되지 않았어요”

-매일 자연을 관찰하는 관측자로서 기후변화를 체감할 때가 있나요.

“올해 벚꽃이 100년 만에 가장 빨리 피었어요. 평년보다도 15일 이른 3월24일이었죠. 지금까지 가장 빠른 개화일은 3월27일이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작년이었죠. 작년에도 (이례적으로) 빨랐으니 올해는 늦겠지 생각했어요. 올 3월도 관측을 하며 꽃봉오리가 통통해지길래 곧 피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그래도 하루이틀 차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3일이나 빠르게 개화를 한 거죠. 가을에는 북한산 단풍 관측을 하고 왔는데 평년보다 많이 늦게 단풍이 시작됐어요. 계절 관측을 위해 평년값을 알아보고 관측을 하다 보면 기후가 이런 식으로 변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요.”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