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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국은 왜 '세금 퍼주기'로 삼성을 데려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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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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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에서 열린 G20 공식 환영식에 도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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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공장 유치를 두고 미국 현지에서 지나친 세금 퍼주기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28일 미국 텍사스주와 테일러시가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을 유치하면서 대규모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한 데 대해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미국 현지의 이런 논란은 역설적으로 미국이 글로벌 유망기업, 특히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이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며 "현지에서조차 퍼주기 논란이 일 정도로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美테일러 투자, 세금감면·보조금 지원 4.8조 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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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투자를 통해 연방정부의 반도체 프로젝트와 지방정부의 재산세 환급, 용수·전력 등 간접 인센티브까지 미국 현지에서 받는 인센티브는 약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테일러시의 경우 삼성전자가 사용할 공장 부지의 재산세를 첫 10년 동안 92.5%, 이후 10년 동안 90%, 다시 10년 동안 85% 각각 감면해주는 지원책을 지난 9월 결의했다. 테일러시 독립교육구도 3억1400만달러(약 3740억원)에 달하는 교육세도 면제하기로 했다.

텍사스주정부는 텍사스산업펀드를 통해 삼성전자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2700만달러(약 32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재들의 판매세를 면제해 주는 등 세금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지방정부 외에 연방정부도 보조금을 지급한다. 미 연방의회가 반도체와 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 총 2500억달러(약 300조원, 이 중 반도체 지원금은 64조원)를 지원하는 '미국혁신경쟁법'을 지난 6월 상원에서 의결한 뒤 하원에서 심의 중이다. 법안이 이대로 하원을 통과하면 내년부터 5년 동안 반도체 산업 투자 인센티브 프로그램 명목으로 390억달러(약 47조원)의 예산을 책정, 투자 건별로 최대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지원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 중이었던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 고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본다.

미 상원에는 이와 별도로 지난 6월 반도체 설비·장비 투자에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美 '삼성 모시기' 배경엔 경제·안보 글로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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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삼성 모시기'에 나서는 것은 경제실리와 국제정치·안보 패러다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경제실리 측면에서 그렉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투자 발표 기자회견 당시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 설립으로 기술 분야에서 2000개 이상, 건설 분야에서 최소 6500개, 간접적으로 수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차원에서도 최근 경제이슈가 집권 1년차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로 다뤄지는 분위기다.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각종 제조업 생산차질을 비롯해 장기화 양상을 띄는 경기침체가 내년 중간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2024년 차기 대선 후보에 다른 주자를 세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손절론'으로 이어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이 이달 7~10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1%로 취임 이후 가장 낮았다.

반도체산업에 초점을 맞추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직후부터 중국과의 첨단기술 패권경쟁 차원에서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으로 다뤄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12일 삼성전자와 파운드리업계 글로벌 1위 기업인 대만 TSMC 등을 호출해 직접 주재한 공급망 대책 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손에 들어올리는 장면은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이라는 말과 함께 미국의 반도체 안보관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으로 전세계에 각인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첨단기술에서 우위를 장악한 국가가 경제패권과 군사패권을 쥔다는 것은 상식이다. 요새 뜨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슈퍼컴퓨터는 민간과 군이 모두 사용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누가 더 고성능 칩을 쓰느냐에 따라 스텔스 전투기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격차가 벌어진다.


日·EU도 전략적 지원…국내선 '대기업 특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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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도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경제안보'로 인식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지원에 약 6000억엔(약 6조원)을 배정할 예정이다. 이 중 4000억엔(약 4조원)은 대만 TSMC가 소니와 합작해 일본 구마모토현에 세우는 신규 공장 건설에 지원하고 나머지 2000억엔(약 2조원)은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키옥시아의 공장 증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EU(유럽연합) 역시 올 들어 반도체 공급망 해결을 명분으로 국가 차원의 지원을 공식화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집행위원회 경쟁정책 점검 보고서 발표에서 "EU의 국가 보조금 규정을 완화해 회원국 정부가 반도체 사업분야에 자금지원이 가능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5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지만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최대 6% 수준에 그쳐 경쟁국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발의한 반도체지원특별법을 두고도 업계에서 첨단제품과 비첨단제품을 혼용해 생산할 수밖에 없는 생산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세액공제 범위를 조정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국회가 대기업 특혜라며 반대하는 실정이다. ☞11월25일 보도 '"냉혹한 현실" 모르는 '법'… 또 국회에 발목 잡힌 K반도체' 참조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투자 유치를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국내 지원은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라며 "좀더 큰 틀에서 국가적인 핵심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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