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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학급당 학생 수 16명 vs. 32명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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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교실혁명’ ②

과학고만 왜 학급당 20명 이하일까


한겨레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축소로 교육 격차 문제가 우려됐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며 체온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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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한 과학고에 근무 중인 이진혁(가명) 교사는 15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반고에 근무하다가 지난해 과학고에 부임했다. ‘특수한’ 학교다 보니 일반고와 여러모로 다를 줄은 알았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게 여유로운 교실 풍경이었다. 비슷한 크기의 교실에 아이들이 절반만 있다는 것. 일반고는 한 반이 32~33명이었는데, 현재 이 교사가 담임 맡은 반은 16명이다.

물리적인 학생 수 차이는 학업의 질적 차이를 만들어냈다. 수업의 질, 학생들과 소통의 깊이 등과 연결됐다. 지난달 4일 <한겨레>와 통화한 이 교사는 “엄청난 차이를 느낀다. 어떤 (방식이나 형태의) 수업을 하고 싶다고 마음먹으면, 다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수업의 질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수업 질 향상의 조건으로 “인원수, 물리적 시간, 학생들의 참여도와 의지” 세가지를 꼽는다. 국어를 가르치는 이 교사는 “가장 좋은 국어 수업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그러려면 교사가 피드백하고 아이들이 고쳐 쓰는 과정이 필요한데, 수업 외에도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관리하는 학생 수가 적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더 꼼꼼하게 피드백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못 해본 수업 방식도 시도할 수 있었다. 작품을 읽고 비평하는 합평 수업을 할 때 모든 학생이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진행해도 교사나 학생 모두 버겁지 않다. 이 교사는 “환경이 뒷받침되니까, 같은 아이라도 실력이 더 빠르게 향상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교사가 맡은 학급의 학생 수 16명의 배경에는 “영재교육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0인 이하로 한다”는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제32조 7항)이 있다. 아예 법으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안쪽으로 운영하도록 못을 박아놓은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 교사는 이 학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또한 크게 느끼지 못했다.

아울러 이 교사가 근무하는 곳은 전국 8개 영재학교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과학고’로 통칭하지만, 일반 과학고와도 조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일반 과학고는 초·중등교육법이 적용되고,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을 따른다는 점이다.

그런데 초·중등교육법을 따르는 일반 과학고도 대부분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이 안 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1조에 따르면 일반 학교는 해당 지역 교육감 재량에 따라 학생 수를 정할 수 있는데, 교육청 차원에서 ‘일반 과학고’에만 또다른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일반) 과학고는 모두 국·공립으로 교육당국이 운영하는 학교인데, 해당 교육청에서 좋은 학생들을 영입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밀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일반고의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23.9명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교생 300명 이하로 전면 등교가 가능한 일반고는 전체 1573개교 가운데 268곳으로 17%뿐이었지만, 과학고는 영재학교 포함 전체 28개교 가운데 23곳(82%)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며 학력 격차 심화 등 불공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교사는 말한다. “과학고와 일반고의 학습 환경 차이는 오히려 중학생들의 입시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 (과학고에서) 20명 이하 학급의 장점이 많다는 걸 알았으니, 일반 학교에도 하루빨리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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