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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입 연 IBK 후배 라인…"태업·선수갈등 없다, 훈련 매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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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머니투데이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최근 내홍에 빠진 가운데, 기업은행의 한 선수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j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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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혹독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시즌 초반 7연패의 수렁에 빠지더니 감독과 갈등을 빚은 선수와 코치가 팀을 이탈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구단이 감독과 단장을 경질하며 서둘러 수습에 나섰지만 팀을 이탈했던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겨 성공한 '쿠데타'라는 조롱을 들었다.

여기에 고참 선수 몇몇이 감독을 쫓아내려 태업을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나아가 배구판에는 이들이 기업은행에 파벌을 만들고, 신인에게 마땅히 주어져야 할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그러나 지난 25일 기자가 확인한 선수단 내부 분위기는 소문과 크게 달랐다. 후배 라인으로 통하는 선수 대부분은 고참 선수의 태업·파벌 등 이런저런 의혹이 모두 사실과 다르고, 선수 모두 훈련에 성실하게 임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감독과 코치의 갈등이 코트까지 번지지는 않았다는 것.

이들은 또 최근 과열된 취재 경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오히려 밖에서 선수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래 인터뷰는 IBK 선수단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태업하는 선수? 본 적 없다"

구단과 선수 모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소문은 단연 일부 선수가 태업을 했다는 것이다. 항간에는 전임 감독이 후배 라인을 활발하게 기용하자 몇몇 고참 선수가 불만을 품고 감독 경질을 모의했다거나, 새 감독을 고르는 과정에서 구단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후배 라인'인 선수 A, B씨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A씨는 "최근 성적이 부진한 것에 모두 책임감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모두 한마음으로 성적을 끌어올릴 생각만 하고 운동했다. 어떤 선수도 태업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B씨도 "언론에 나온 얘기처럼 훈련을 게을리한 선수는 없었다. 오히려 더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였다"고 거들었다.

일부 고참 선수가 파벌을 만들어 후배 라인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두 선수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부인했다. A씨는 "언니들은 항상 제가 기량을 잘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코트 안팎에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언니들은 태업을 할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씨 역시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언니들은 항상 옆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고, 모범을 더 보이려고 한다. 저희에게 기회가 와서 게임을 뛰어도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 저희가 게임 뛴다고 눈치를 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주장은 이탈, 감독은 경질…코트 분위기는?

최근 표면화된 감독과 코치의 갈등도 코트에는 번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안팎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잠시 어수선했던 건 맞지만, 다시 중심을 되찾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는 게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오히려 위기론이 커지면서 내부 결속력은 더 강화됐다. 성적을 올리는 것만이 추락한 기업은행의 위상을 회복한 유일한 방법이어서다. 지난 23일 2021-2022시즌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 거둔 시즌 첫 셧아웃 승도 선수단의 절치부심을 가늠케 한다.

A씨는 "지금은 당장 성적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밖에서 들리는 말은 최대한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전 승리에 대해서는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정말 다 열심히 했다. 모두 매 경기 최선을 다해왔지만, 최근에는 더 스스로를 쥐어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과열된 취재 경쟁…흔들리는 어린 선수들

후배 라인이든, 선배 라인이든 모든 선수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 훈련에 매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선수들은 개인과 개인의 갈등이 구단 차원의 내홍으로 비치면서 부당한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태업·파업 등 의혹과 무관한 후배 라인도 기자들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연락에 피해를 입고 있었다. 한 선수는 밤 11시 뜬금없이 '감독에게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것 같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받았다. 다른 선수는 '후배 라인이 입을 열어야 내홍 사태가 조기 종결될 수 있다'는 압박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기자분들이 어린 선수들한테 SNS로 연락을 많이 하신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려달라며 선수단 내부 갈등에 대해 물어보시더라. 하지만 그건 모두 사실이 아니니까 그만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시즌 중이고, 지금은 운동을 해야 하는 시기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B씨도 "제게도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기자분들의 연락이 온다. 팀 관련 논란에 대해 어린 선수들이 입을 열어야 해결된다는 식의 말씀을 하셨다"며 "아무래도 이런 식의 접촉이 이어지다 보니까 너무 힘들고 온전히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있지도 않은 갈등에 대해 물어보는데, 갈등을 조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성적을 올리는 게 우리 목표다. 그것 외에는 없다. 훈련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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