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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포크사용 편한 '썬 김치' 수출 비중 90% 이상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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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김치 글로벌공장…북미 시장 공략 사활

포크 사용 많은 미국 시장 공략 위해 썬 김치·소스 등 수출 경영 '올인'

월마트 입점…"빵 위에 김치 얹어 먹는 홍보 전략 효과 클 것"

[익산=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수출은 썬 김치 위주로 하고 포기 김치 비중은 줄일 겁니다. 썬 김치는 외국인들이 포크로 찍어 먹을 수 있습니다. 수출 비중 90%를 차지하는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썬 김치 수출 비중을 90% 이상으로 늘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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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익산시 왕궁면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첨단 글로벌 김치공장에서 만든 수출용 김치.(사진=문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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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익산시 왕궁면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첨단 글로벌 김치공장 생산 책임자인 박범돈 공장장은 김치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현지화 전략을 잘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지난 25일 강조했다. 포기 김치보다 먹기 편한 썬 김치는 물론 소스류 등 다양한 식품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출 경영'은 올 1~9월 한국의 김치 수출액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비결이었다.

생산·관리 원스톱 처리…생산공정 자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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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장의 특징은 1층 제조동에서 생산·제조·포장 등이 한 번에 처리된다는 점이다. 품질 관리도 1층 제조동에서 한 번에 처리해 업무 효율을 높인다.

제조동에 들어가자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가져온 겨울 배추가 저장실 바구니에 가득 차 있었다. 겨울엔 해남군, 여름엔 강원도에서 배추를 들여오는데, 해남산 겨울 배추는 '고랭지 채소'로 널리 알려진 강원도 여름 배추보다 품질이 높다고 공장 관계자는 전했다.

공장의 설비·공간 배치는 세밀하게 설계돼 있었다. 우선 공장 바닥과 시설을 단단하게 다졌다. 소금과 물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원활한 환기를 위해 냉각 시설을 천장이 아닌 측면에 설치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미국 등에 수출하는 김치 생산라인을 살펴봤다. 한기가 서릴 정도로 서늘한 배추 저장실을 지나니 절임 시설이 나타났다. 썬 배추를 길이 20m 규모의 대형 기계에 투입해 소금에 절이는 곳이다. 벌레 등 부산물 제거 직전 단계로, 이곳에서 사실상 김치의 품질이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IoT(사물인터넷) 등을 설비를 갖춘 스마트팩토리 답게 김치 공장과 보관 상태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절인 배추를 양념류, 각종 야채와 함께 버무리는 과정에서 안테나 통신을 통해 김치의 생산 이력과 보관 장소 등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수출용 썬 김치의 썰기, 절임, 세척, 양념, 포장, 운반 등 모든 제조 과정은 자동화 설비를 통해 진행됐다. 전 제조과정에 IoT 센서와 IP카메라를 설치해 온도, 습도, 염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이렇게 해야 제품마다 균일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간당 1500봉지(1봉지=20kg)를 자동화 공정을 통해 찍어낸다.

광학선별기가 절인 배추의 사용 여부를 판단하면 마지막으로 4인 1조로 구성된 근로자들이 벌레, 나뭇가지, 푸른 잎 등 부산물을 걸러낸다. 배추에 푸른 잎사귀가 많으면 질긴 식감이 느껴져 해외 고객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 30t 규모의 배추 부산물을 제거한다. 이후 엑스레이 검수를 거친 뒤 'KIMCHI'란 라벨을 붙여 수출한다.

"썬 김치 월 110t 수출…월마트 등 美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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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왕궁면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풀무원 글로벌 김치공장 생산 책임자인 박범돈 공장장.(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생산 공정은 물론 경영 전략에도 '디테일'이 묻어났다. 일례로 수출용 썬 김치에 젓갈을 넣는 대신 뚜껑 안에 숯을 넣어 냄새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짠 것이 대표적이다. 현지 비건(채식주의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원료인 마늘, 생강, 야채류 등은 국산으로, 품질을 높였다.

월 11t(컨테이너 하나에 1t)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이 공장은 수출용 썬 김치를 미국 월마트에 입점하는데 성공하면서 지난해 1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박 공장장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현지 김치 점유율 1위를 찍었다.

'수출 올인'에 가까운 경영 전략도 시선을 끌었다. 이 공장은 단순히 썬 김치 수출만 늘리기 위해 역량을 쏟기보다 다양한 채소를 활용한 소스류, 분말 등 연구개발(R&D)에 힘쓰고 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나초 소스' 등 강력한 경쟁 식품과 견줄 수 있도록 김치만의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연구개발(R&D)에 투자와 함께 빈 부지를 활용해 수출 라인을 넓혀가며 북미는 물론 중국, 일본 시장 등을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맛, 저장성 등에서 포기 김치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수출 확대를 위해선 썰은 김치·소스류 등 다양성과 편리성 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진출을 위한 국내 업체들 간 생산·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이 같은 '수출 맞춤 경영'이 활성화될수록 한국 김치 산업 도약도 빨라질 것이라고 박 공장장은 강조했다.

이 같은 업계의 경영 전략은 서서히 결과를 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9월 한국 김치 수출액은 1억2381만 달러(약 1481억원)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의 1억4451만 달러(약 1728억원)을 갈아치울 기세다. 올 1~9월 2624만 달러(약 314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2009년(2305만 달러·약 276억원) 흑자 후 12년 만에 플러스(+)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 공장장은 "썬 김치, 포기 김치 모두 주원료인 배추에 들어가는 양념 등이 같기 때문에 영양은 같고, 맛은 포기 김치가 조금 더 낫다고 본다"면서도 "포크로 편하게 찍어 먹을 수 있는 썬 김치의 특징을 고려하면, 포기 김치보다 차라리 빵에 썬 김치 또는 소스류를 올려놓은 그림을 그래픽화해 홍보하는 게 (현지인에게)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고유의 문화인 포기 김치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치를 (세계에) 대중화하기 위해선 썬 김치, 만두 등에 찍어 먹는 소스류 등 제품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특히 썬 김치는 자동화 공정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살균·냉동 등 여러 공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익산=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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