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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굶주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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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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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 컨선월드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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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기아는 다르다. 빈곤(Poverty)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물적 자원이 부족한 상태를 말하고, 기아(Hunger)는 장시간 지속된 식량 부족으로 인해 굶주림으로 사망에 이르는 현상이다. 두 단어가 비슷해 보이지만 빈곤보다 기아가 더 심각한 굶주림을 말한다. 인간은 식량이 없으면 죽는 존재로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식량이 필요하다. 기아는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무서운 현상이다.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기아는 BC 4000년경 고대 이집트의 자연재해로 발생한 것이다. 당시 자연재해로 인해 농작물이 파괴돼 많은 이집트 사람이 기아로 사망했다. 그후 인류는 식량 확보와 기아 해소를 위해 자연재해와 분쟁, 기후 변화와 끊임없이 싸우게 된다.

■기아의 주된 원인은 ‘분쟁’

세계 기아 종식을 위한 국제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일랜드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와 세계기아원조가 세계기아지수를 2006년부터 발표해왔다. 지난 11월 16일 2021년 올해의 세계기아지수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소말리아는 조사대상 135개국 중 기아위험 1위로, 가장 심각한 단계인 ‘극히 위험’으로 분류됐다. 이어 예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콩고민주공화국, 마다가스카르가 기아 상황이 ‘위험’한 국가로 선정됐다. 주된 기아의 원인으로 ‘분쟁’이 꼽혔다. 실제 기아위험 상위 10개국 중 8개국이 분쟁 상황이다.(북한은 21위로 앙골라, 르완다, 수단 등과 기아수준이 비슷했다)

이번 세계기아지수를 산출한 컨선월드와이드 도미닉 맥솔리 CEO는 “지난해 식량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가 아니라 분쟁이었다”며 “분쟁이 과거와 달리 더 다양한 주체에 의해 국지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기아에 미치는 영향도 더 만성적이고 장기적”이라고 말했다. 컨선월드와이드는 1968년 나이지리아 비아프라 내전으로 발생한 기근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세계 극빈층의 기아와 빈곤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2015년에는 한국지부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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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 컨선월드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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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아지수에서 기아위험 국가 2위로 선정된 예멘은 8년 가까이 전쟁 중이다. 예멘전쟁은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 시아파 반군인 후티를 격파하겠다며 일으킨 전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폭격으로 예멘 국토의 상당수가 초토화되면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치열한 국지전으로 예멘 최대 수출입 항구인 호데이다항이 파괴돼 예멘은 고립상황에 빠졌다. 예멘의 기아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어린이들의 피해가 특히 크다. 최소 300만명의 어린이가 심각한 영양실조에 빠져 있다. 전체 1200만명의 어린이 가운데 80%가 인도적 기초 물자 부족으로 하루하루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유엔은 예멘 돕기 21억달러 기금 마련에 나서며 발등의 불을 끄려 했지만 조성된 기금은 목표의 15%에 그쳤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예멘에서 10분마다 5세 이하 어린이 한명이 죽어가고 있다. 오늘 하루 회의를 하는 동안에도 50명의 예멘 어린이가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라며 예멘 기아 해소를 호소했지만, 예멘 식량위기는 해가 거듭할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뒤늦게 예멘 기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인도적 지원에 나섰지만, 이는 일시적 처방에 불과하다. 예멘전쟁이 끝나지 않고서는 기아상황도 끝나지 못한다. 예멘에 구호단체와 구호물자가 들어갈 수도 없고, 항구는 여전히 가장 격전지다. 이 상황에 식량이 예멘으로 간다 해도 군량미로 쓰일 위험도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가난한 나라에 큰 타격

아시아에서 가장 기아가 심각한 나라는 동티모르(세계기아지수 9위)였다. 현재 동티모르는 내전 국가가 아님에도 아시아에서 가장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동티모르는 1999년 인도네시아의 식민지에서 벗어나며 내전이 발발했다. 그후 전쟁의 상흔을 벗어던지기가 쉽지 않았고, 20년이 넘는 전쟁 후유증으로 기아가 종식되지 못했다. 이처럼 무력분쟁은 한번 일어나면 장시간 지속적인 기아 상태를 만든다. 또한 분쟁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식량 조달이 쉽지 않다. 농부들이 농사를 지어도 시장으로 가는 길에 무력분쟁이 일어나면 식량이 시장에서 유통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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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세계기아지수 14위)은 수십년간 무장세력 간 충돌과 전쟁으로 식량시스템 자체가 붕괴했다. 지난 8월, 탈레반의 정권 복귀를 계기로 기아는 더욱 심각해졌다. 수도 카불에 사는 칼리드씨(교사·43)는 지난 8월 공항 대탈출극에서 아프간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3명의 자녀와 그의 아내는 지금 그 뒤로 수입이 하나도 없다. 집의 가재도구나 패물을 내다 팔아 몇 달을 버텼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팔 것이 없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가족은 온기 하나 없는 집에서 바닥난 식량으로 어떻게 살 수 있을지 암담하다”며 기자와 인터뷰를 끝내며 “제발 도와달라(Please help us)”며 큰소리로 울었다. 유엔 보고서는 이미 아프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고 특히 겨울이 다가오면서 이 같은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탈레반 과도 정부는 기아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세계는 그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어 아프간 기아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도 쉽지 않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로 서구 사회가 긴축재정에 들어가자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에 지원되던 구호자금도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후원금과 기부금부터 줄였다. 기아가 심한 국가에 대한 도움의 손길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과거 주요 경제위기를 보면 2~3년간 무력 분쟁이 증가하는 양상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1970년대 중반 석유 파동 당시에도 그랬다. 때문에 팬데믹 이후 2~3년간 다수의 무력 분쟁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이미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가난한 나라에 큰 타격을 줬다. 방역 정책을 쓸 수 없는 제3세계 국가는 무조건 봉쇄를 했다. 봉쇄는 가난한 사람들부터 경제적 행동에 제약을 줬다. 아프리카에서 하루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평균 1.75달러다. 그 돈을 벌지 못하면 하루를 굶어야 한다. 만약 한 달 이상 봉쇄가 되면 한 달을 굶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국가들은 대부분 독재 체제라 국민이 불만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기아에 허덕이다 사망에 이르게 된다.

■평화 유지 없이 기아 종식될 수 없어

부정부패도 기아를 심각하게 하는 원인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이지리아지만 이 나라도 기아 상태가 심각하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원유 생산국 13위지만 집권 기득권 세력과 그렇지 못한 세력 간의 경제 격차가 크다. 이런 구조적 빈곤에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며 극단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의 가키 지역 식량창고 앞에도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시위대를 막기 위해 입구를 봉쇄한 군경과 맞선 이들은 먹을 것을 얻기 전까진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절규가 자자했다. 정부 창고에 난입한 시위대 수천명은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 지붕을 뜯고 창고에 보관된 쌀과 파스타 자루를 약탈했다. 시민은 이 식량이 정부 관계자들의 부정부패로 어디론가 팔려간다고 생각한다. 아부자에 있는 한 일간지 기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와 올해 정말 많은 사람이 굶어죽었다. 그런 이야기는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 북부의 무장 조직 보코하람과 IS(이슬람국가) 세력 간의 전쟁 그리고 정부의 부정부패는 나이지리아 사람들을 굶기는 주요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스미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장은 세계기아지수 특별에세이를 통해 “식량안보 없이 평화가 정착될 수 없고, 평화 유지 없이 기아가 종식될 수 없는 만큼 식량과 평화를 연계시킨 통합적 접근이 요청된다”고 제안했다. 유엔이 정의하는 ‘식량안보’는 ‘모든 사람이 항상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을 물리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태’다. 이 상태가 되려면 각종 무력분쟁에서 일단 자유로워야 안정적인 식량 확보가 가능하다. 세계의 식량안보가 불안정해지면 그만큼 평화와 멀어진다는 것은 공식이다. 식량은 인간의 존엄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계는 식량과 평화의 의미를 세계기아지수를 통해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있다.

세계기아지수 어떻게 산출했나

세계기아지수를 매년 산출하는 의미는 식량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기아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의미다. 그런 세계기아지수는 어떻게 산출하는가? 올리브 토위(컨선월드와이드 기아정책 선임고문)는 매년 세계기아지수를 산출하는 실무진이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세계기아지수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세계기아지수 정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그것이 어떻게 산출되는지, 또 무엇을 말하고 말하지 못하는지를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세계기아지수는 기아의 다차원성을 잘 담고 있는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세가지 과정을 통해 산출된다”라고 말했다.

그가 알려준 산출 방법은 첫째, 국가별 네가지 지표에 해당하는 수치들을 수집하는 것이다.

1 영양결핍 영양결핍을 겪는 인구의 비율(섭취하는 칼로리의 양이 부족한 인구)

2 아동 저체중 체중이 미달하는 5세 미만 아동의 비율(신장에 비해 체중이 가벼운 것으로 급성 영양부족의 결과)

3 아동 발육부진 발육이 부진한 5세 미만 아동의 비율(연령 대비 신장이 작은 것으로 만성 영양부족의 결과)

4 아동 사망 5세 미만 아동의 사망 비율(불충분한 영양 섭취와 비위생적인 환경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치명적인 결과)

둘째, 네가지 요소의 지표 값에 기초해 100점 척도로 변환한다. 기아가 없는 이상적인 상황이 0, 최악의 기아 상황은 100에 해당한다.

셋째, 각국의 세계기아지수를 낮음부터 극히 위험까지 심각도를 분류하는데 2021년 세계기아지수 점수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데이터에 기초하고 있다.

이 같은 데이터 산출 방법으로 매년 세계기아지수가 산출된다. 그러나 분쟁이 극심한 국가는 데이터 산출조차 힘들다. 소말리아의 경우 그동안 내전과 기근이 세계에서 제일 심하다고 할 만큼 분쟁 상황이 심각한 나라다. 그래서 수년 동안 소말리아 세계기아지수 점수 산출에 필요한 충분한 데이터를 얻기 어려웠다. 다행히 2021년에 극적인 변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영양결핍 데이터와 식이 열량 공급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식이 열량 공급 데이터는 영양결핍 산출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다. 식이 열량 공급 데이터를 사용해 회귀 모델을 돌리고 발육 부진과 저체중 추정치를 산출할 수 있었다. 올리브 토위 상임고문은 “그 결과로 올해 소말리아의 세계기아지수 점수를 산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영미 다큐엔드뉴스 코리아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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