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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경기, 남북교류 노하우 공유… 강원, 올림픽 공동개최 박차 [이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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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봄’ 준비하는 지자체들

경기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

광역·기초단체 50곳 공동창구役 기대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 유치한 강원

7종목 15개 경기 北서 진행 물밑접촉

서울, 역사유적 남북공동발굴 등 추진

인천 ‘서해남북평화도로’ 1단계 착공

지자체 활동범위 제한·재정투입 한계

일각선 “비핵화 없이 시기상조” 지적

2018년은 남북 관계가 급진전을 이룬 해다. 북한의 전격적인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대표적 마중물로 꼽힌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결렬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장기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정부 차원의 경제협력 및 인도적 지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의 문화·스포츠를 통한 소통도 사실상 단절됐다. 하지만 대내외적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라 남북교류사업은 언제든지 재개될 개연성을 갖고 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각 지자체는 이에 대비해 체계적인 로드맵과 중장기 실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접경지 주요 지자체인 강원도와 경기도, 인천시는 물론 한강하구 인접지역인 서울시에는 남북교류협력을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가 제정돼 정부 법률의 범위 안에서 사업을 추진할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세계일보

올해 1월 옹진군 신도선착장에서 열린 ‘영종-신도 평화도로 건설 착공식’에서 참석자들이 발파 버튼을 누르고 있다. 인천시 제공


◆남북 공동발굴 추진 서울시… 교류사업 공동창구 마련한 경기도

26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남북의 동질성 회복 및 한반도 평화·번영 선도’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시민과의 공감대 확산이 핵심 기조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 9∼10월에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화상회의 스튜디오에서 ‘평화·통일 사회적 대화’를 6차례나 열었다. 사회적대화는 보수·중도·진보 등 이념과 입장이 다른 서울시민 1300여명이 만나 상호 이해 및 이견 폭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시는 25개 자치구가 참여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연중 개최하고 있다.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 역사유적 남북 공동발굴도 추진하고 있다. 남북이 모두 민족의 영웅으로 평가하는 이순신 장군의 자취를 따라 나선·녹둔도 일대 조사를 벌였고 학술보고서 발간을 준비 중이다.

북한과 접경한 경기도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전국 광역·기초 등 50개 지자체가 참여한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를 꾸린 게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출범식에 이어 조만간 운영 사무국이 설치될 예정이다. 협의회는 남북교류사업의 공동창구로 지자체별 정보·노하우를 공유한다.

도는 비무장지대(DMZ)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 반환공여지 보전과 함께 평화거점 공간을 만들고, 최북단 여행길 조성을 통해 DMZ 일원 접경지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조강을 사이에 두고 개풍군과 불과 1.4㎞ 떨어져 북녘 땅을 최단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김포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등 관광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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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체육교류 통해 신뢰 구축”… 북한 교류 관문 추구하는 인천시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던 강원도는 체육교류에 매진하고 있다. 제13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유치가 확정된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를 준비 중이다. 비정치적 교류인 만큼 남북 간 신뢰관계 구축이 한층 수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강릉·정선·원산 등 남과 북측 강원도를 대회장소로 7개 종목의 15개 경기를 펼친다는 구상이다.

강원도는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북한과 물밑에서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도는 북한, 중국 등과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에 10여년 동안 참가하는 등 실질적 체육교류를 지속한 바 있다. 2006년에는 춘천시 의암빙상장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아이스하키 친선경기가 열렸다.

인천시는 중장기 일정으로 ‘2021∼2025 평화도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해당 조례를 제정해 단체장이 5년마다 방침을 세우도록 규정했다. 북한 해주·개성공단과 이어져 인천과 북한의 물류교통망으로 활용될 서해남북평화도로 1단계 구간인 영종∼신도 연도교(길이 4.05㎞, 폭 15.5m 왕복 2차로) 공사가 최근 본격화했다. 향후 2단계 신도~강화 11.4㎞ 구간으로 이어진다.

인천시는 동시에 강화·교동과 서해5도 서해평화협력지대 조성, NLL(북방한계선) 주변 ‘남북 공동어로구역 관리사무소’ 설치, 평화학교 설립 등 커다란 틀 아래서 세부 과제를 실천하고 있다. 시는 자연·생태, 역사·인문, 관광 등 풍부한 자원을 평화 중심도시로 거듭나는 데 십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한 인천국제공항을 서방 세계와 북한 교류의 관문 또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육성하려는 정책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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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인 전시성 교류사업 대신 내실 다져야”

지금의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속에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지자체 차원의 교류협력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27일∼12월4일 만 19~69세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남북교류협력 정기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 이상(58.1%)의 응답자가 ‘서울시 차원의 사업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민들은 가장 우선해야 할 정책으로 경제·산업(24.0%)을 꼽았고 사회문화교류(20.7%), 통일문화조성(18.2%), 보건협력(16.1%) 등이 뒤를 이었다. 경제·산업 분야 우선순위는 도시 인프라와 관광산업, 보건의료, 에너지산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활동 범위와 실천이 매우 제한적이고, 행·재정적 측면에서도 여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한계를 지적한다. 그렇다보니 일부에서는 타 지역의 정책을 그대로 베끼거나 지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미숙함을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 없이는 시기상조라는 점 등을 내세워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역적 특색이 묻어나는 개성적 내용보다 유사·중복 및 일회성, 전시성 프로그램 등이 주를 이룬다고 지적한다.

조재욱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중앙정부 톱다운과 지방정부 보텀업 방식의 조화는 지자체 교류사업 전망을 한층 밝게 했다”며 “이는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한 교량적 역할을 수행할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이어 “동시에 지자체는 독자성 및 공급 능력, 북한의 수요 등이 연계된 가운데서 파급력과 무게감 있는 사업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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