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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내년 여름엔 하루 확진 2만5000명…체육관 빌려 임시병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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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면 5천명, 오후 6시 이후 영업 제한해야"

뉴스1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938명 위중증 환자수는 612명을 기록했다. 2021.11.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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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3000명대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국민의 80%가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위중증 환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면서 의료체계가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 접어들면 확산세가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겨울철엔 실내 접촉이 늘고 환기가 잘 안 돼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이 만들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체육관을 개조해 중증환자 집중 치료 시설을 만들고, 오후 6시 이후 영업을 제한하며 회식을 금지하고 전면등교를 재검토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마지막 평일인 2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3938명을 기록했다. 23일 처음으로 4000명을 넘어선 뒤 사흘 연속 3000명대 후반을 기록한 것이다. 위중증 환자는 지난 23일 549명 최다치를 기록한 이후 24일 586명, 25일 612명, 26일 617명으로 연일 상승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빈 변상을 찾지 못해 대기하는 확진자는 1310명으로 하루 만에 370명이나 늘었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후 가장 많은 수치다. 대기 병상자가 늘면서 교통사고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등 일반 응급 환자 치료도 차질을 빚고 있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영향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우리만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겨울철을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재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26일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집계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확진자는 419.7명에 이르며 팬데믹 이래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날 네덜란드와 헝가리, 체코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한동안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했던 미국도 신규 확진자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6일 기준 미국의 최근 일주일간 일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2주 전 7만4508명보다 약 20% 증가한 9만2221명을 기록했다.

유럽은 속속 재봉쇄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시는 20일부터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바, 체육관, 레스토랑 출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서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지난 13일부터 술집·식당 영업 시간을 제한하는 '부분 봉쇄'에 다시 돌입했고, 오스트리아는 22일부터 전국을 봉쇄하고 외출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도 유럽처럼 '짧고 굵은' 방역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산이 워낙 많이 돼 있고 전파 차단이 어려운 상황이라 오후 6시 이후 영업을 제한하는 등 매우 강력한 방역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면등교를 재검토해야 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자 발생률이 19세 이상 성인 발생률을 뛰어넘으면서다.

엄중식 교수는 18세 이하 확진자가 느는 이유에 대해 "백신 접종률이 낮고 전면등교를 시작하면서 전파가 되기 쉬운 방역 조건을 갖춰기 때문"이라며 "확진자 수를 줄이려면 특정 연령층이나 인구집단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의 이동량을 줄여야 한다. 전면등교도 당연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 지금 시나리오대로면 내년 여름엔 하루 확진자가 2만5000명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이 속도를 늦추려면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마스크 착용, 점진적 방역완화, 역학조사, 거리두기 일부 유지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육관 같은 큰 공간을 빌려다 임시병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수도권 의료 기관과 병원에선 중환자 병상이 거의 다 차서 비코로나 환자들은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드코로나 영향이 완전히 반영되는 2~3주 후에는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 교수는 "대기 중인 확진자가 하루에 300명씩 늘고 있는데, 빨리 치료를 받지 못해 중증화율과 치사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상급종합병원 행정명령으로는 부족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체육관을 개조해 일반병상과 중환자 병상을 설치하고, 군의관을 투입해서라도 항체치료제를 빠르게 투여해 중증 진행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다음달 중순 하루 확진자가 최대 60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천 교수도 "감염재생산지수가 1이 넘었고 돌파변이도 급속히 확산하고 있어 다음주면 신규 확진자가 4500~5000명을 넘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절적 요인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겨울은 평년보다 추울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나뉘긴 하나, 일반적으로 건조하고 기온이 낮을수록 바이러스 생존에도 유리하다.

정부가 26일 '후퇴카드는 쓰기 어렵다'고 위드코로나 중단 가능성에 선을 그은 만큼 연말엔 송년회 등 각종 모임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천 교수는 "확진자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 당장 공공기관부터라도 회식 모임을 취소하라고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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