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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독일 새 정부 등장에 희비 엇갈리는 대만과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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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인권 침해 등 지적하며 대만 민주주의 지지

대만, 국제기구 참여 등 영향력 확대 기대 반색

中, 메르켈 시절 실용주의적 접근 강조하며 경계

세계일보

유럽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독일의 새 정부가 친대만·반중 노선으로 양안(중국과 대만) 외교 방향을 잡아 양측의 희비가 갈라지고 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때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중국은 유럽이 미국에 가까워질 경우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자유시보와 연합보 등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는 “독일의 새 연립 정부에 참여하는 정당들이 연정 협약안에서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와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에 대한 지지를 피력했다며 향후 양측의 우호 협력이 증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가 독일 새 정부의 지지 의사에 반색하며 기대감을 표출한 것이다.

외교부 어우장안 대변인은 “독일의 새 정부와 우호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각 영역에서 상호 도움이 되는 관계 확대와 함께 대만해협의 현 상황과 국제 평화번영이 유지 보호되길 바란다”며 “독일과 대만이 지난 4년여간 12개 분야에서 협력교류협정을 체결하고, 지난 7월 중순 항공 서비스 협정 발효로 뮌헨 직항노선이 개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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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독일 새 연립정부가 공정무역,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보, 민주주의, 인권 및 법치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지지 표명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들 정당은 협약안에서 ‘민주 대만’으로 표기하면서 대만에 적잖은 힘을 실어줬다. 유럽을 이끄는 독일이 대만에 힘을 실어 줄 경우 국제무대에서 중국에 막혀 있던 대만 정부의 입지는 더 넓어질 수 있다.

셰즈웨이 주독일 대만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연정 참여 정당들의 협약안에 ‘민주 대만’으로 표기된 것은 큰 진전”이라며 “이는 중국과 대만 간의 ‘통일과 독립의 다툼’이 아닌 ‘자유·민주와 전제·독재와의 다툼’”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총선에서 1당이 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은 녹색당, 자유민주당(FDP)이 새 연립 정부 구성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

새 정부는 외교정책에서 EU의 ‘하나의 중국’ 정책 테두리 안에서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지원하고 중국이 ‘경쟁 속에 공평한 게임 규칙을 유지’하고 인권, 국제법 등 가능한 영역에서 협력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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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만해협의 현 상황은 평화적 방식과 양안이 모두 동의하는 상황 속에서 변화가 가능하고, ‘민주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중국’을 핵심 이익으로 하는 중국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반면 중국은 독일 새 정부가 신장과 홍콩 인권 문제, 대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내용을 모두 거론하자 당황해 하며 향후 독일 및 유럽과의 관계 정립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애국주의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중국과 독일 관계는 전략적으로 심각한 탈선은 없을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은 양국이 양호하고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유지를 원하기 때문에 이 관계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애써 새 정부의 협약서의 의미를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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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실용적 대중 접근을 유지할 것을 독일 새 정부에 요구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끈 독일은 실용주의적 대중 전략을 취하며 미국과의 사이에서 중국의 우군 역할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메르켈 총리와의 영상 회담에서 오랜 친구라는 뜻의 ‘라오 펑요우(老朋友)’를 언급한 뒤 “중국의 문은 언제나 당신에게 열려있다”며 그간 메르켈의 행보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인권 문제 등으로 유럽과 서로 제재를 가하는 등 관계가 삐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버팀목이었던 ‘메르켈의 독일’이 사라지자 유럽이 등을 돌릴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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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는 “16년 전 메르켈은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 위해 앞장섰다가 양국 관계를 위태롭게 했으나 점차 중국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용적인 정책을 구축했고, EU의 중국 정책에도 영향을 주었다”며 “중국과 독일 관계에는 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설령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수많은 반환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도 독일 새 정부의 협약서에 대해 모두 중국 내부의 업무라고 강조하면서 “역대 독일 정부는 모두 하나의 중국 정책을 준수해왔다”며 “독일의 새로운 정부도 이를 계속 지켜나가 양자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보호하자”고 제안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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