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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수요 늘고 친환경 바람 불고… 생산 라인 늘리는 골판지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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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판지업계가 최근 제품 가격 인상·일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 등으로 ‘금(金)판지’로 불릴 만큼 업황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골판지 업체들은 올해 실적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1위 골판지 상자 제조업체인 태림포장(011280)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91% 증가한 62억원, 매출은 27% 오른 1791억원을 기록했다. 상자 포장지 중 표면지 1위 기업인 아세아제지(002310)도 같은 기간 매출 2309억원, 영업이익 1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88%, 62.32% 증가했다.

이들 기업이 호실적을 보이는 배경에는 최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수 업체가 수혜를 보는 구조로 업계 판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골판지로 만들어지는 종이박스 생산 과정은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 우선 표면지(겉지)와 이면지(속지), 표면지와 이면지 사이에 들어가는 구불구불한 골심지 등을 이용해 골판지 원지를 만든다. 이후 이를 접착해 ‘골판지 원단’을 제작하고, 골판지 원단을 이용해 종이박스를 만든다.

이 세 단계 공정 과정을 수직화된 계열사를 통해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관업계’는 원재료부터 완제품 생산, 배송까지 같은 그룹 안에서 해결할 수 있어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지난해 기준 골판지 업계 주요 4개 계열사(태림·아세아·신대양·삼보)의 원지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현재 골판지 원지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원지 가격은 지난해 10월 연간 원지 생산량의 7%를 담당하는 대양제지 안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올랐다. 업체별로 요구한 가격 인상 폭은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10월엔 약 25% 올랐고 올해 3월에도 12~15%가량 인상됐다.

골판지 원지 생산 업체들은 원지값 인상의 이유로 주재료인 폐지 물량 감소와 이로 인한 가격 상승 등을 꼽았다. 폐지는 골판지 원지·백판지 등 산업용지를 비롯해 신문용지(인쇄용지)와 화장지(위생용지) 등에 골고루 쓰이는 주원료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폐지(폐골판지)의 전국 평균 가격은 ㎏당 150.6원으로 전년 동기(68.6원)보다 약 119% 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영난에 영세 판지 업체들이 사라지면서 일관업계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비즈

골판지 박스 제조 공장으로 입고되는 골판지 원지가 트럭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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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안팎에서는 금판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폐지를 재활용해 만드는 골판지 산업 특성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에 태림페이퍼가 올 3월 골판지로 만든 친환경 옷걸이를 출시하는 등 골판지업체도 ESG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플라스틱 대신 종이기반 포장재로 교체하는 글로벌 추세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골판지 기업들은 업황에 개선되자 증설에 나서는 분위기다. 국내 생산량 6위인 원지 기업 아진피앤피는 최근 생산 라인 1기를 증설하고, 내년 연 60만톤(t)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문용지 생산 업체인 전주페이퍼도 골판지 원지로 눈을 돌렸다. 200억원을 투자해 원지 생산설비를 증설해 내년 초 연 8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김영준 KTB투자증권(030210) 연구원은 “국내 골판지 업계가 2018년(원가 하락 시기)에 기록했던 최대 이익을 올해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주페이퍼의 M&A(인수합병) 및 태림페이퍼의 IPO(기업공개)를 통해 골판지 업황이 재조명되고,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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