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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꿈틀 했던 미국 채권, 다시 ‘셀(sell)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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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일시적으로 살아나는 듯 했던 미국 채권 시장이 긴 겨울잠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가 장기화하자 채권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할인율)가 오르면 반대로 채권 가격은 하락해, 투자를 통해 얻게 될 수익도 줄어들게 된다.

내년 초에도 인플레이션 부담이 상존하고 채권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자들은 가격이 하락할 채권 비중을 낮추고 주식 비중을 다시 높이고 있다. 미 중앙은행이 내년 중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채권 투자에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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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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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채권 수요, 8월 물가 안정에 일시적 급증했지만…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및 일부 기관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순매수액은 지난 8월 4억1800만달러(약 5000억원)를 기록한 뒤 급감했다. 이달 들어서는 누적 순매수액이 5817만달러(약 690억원)에 그치는 상황이다.

앞서 1~2분기까지만 해도 미 채권에 대한 투자는 부진했다. 1월 8713만달러(약 1040억원)에 그친 데 이어 4~5월에는 마이너스로 전환하며 두 달간 5190만달러(약 62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1분기 미국 주식 순매수액이 100억달러(약 11조9050억원)를 넘으며 호황을 누린 것과는 대조된다.

양주원 미래에셋증권 해외채권 트레이딩팀장은 “통상 1월에는 채권보다는 위험 자산인 주식에 투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 초에는 특히 미국의 정권 교체로 인한 재정 정책 기대감 때문에 주식 수요는 늘어난 반면 채권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정 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려면 대규모 국채 발행이 필요한데, 이는 채권 시장에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1~2분기 미미했던 미 채권 수요가 8월 들어 급증했던 데는 인플레이션 안정이 영향을 미쳤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하자 기대물가가 안정을 찾았다. 채권은 만기에 받을 금액이 정해져 있어,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면 만기에 받을 돈의 가치가 오른다. 투자자들은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채권을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시장에 풀린 채권의 양이 줄어들면, 채권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낮아지기 마련이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6~7월 들어 채권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자, 많은 투자자가 뒤늦게 추격 매수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8월 미 채권 순매수액이 주식 순매수액(5억4300만달러)를 바짝 추격하며 급등했던 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박 연구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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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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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채권, 내년 초에도 보수적 운용 필요”

그러나 8월 이후로는 미 채권에 대한 수요가 다시 급감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메시지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채의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양 팀장은 “개인 투자자는 미 국채보다는 투자 등급 회사채를 많이 사며 회사채와 국채 금리 간 스프레드(가산 금리)를 통한 수익을 추구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풀리며 회사채 매수세가 급증해 스프레드가 지난 9월 역사적 저점까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회사채의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자, 반대로 금리(할인율)는 낮아져 국채 금리와의 격차도 좁아졌다는 의미다.

증권 업계에서는 내년 초까지 채권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연구원은 “이달 중순 이후 미 채권 금리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며 “금리가 오르고 테이퍼링을 앞둔 상황에서 채권을 선제적으로 매수하기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양 팀장도 “미 채권에 대해 지금껏 가장 보수적인 운용을 하고 있다”며 “내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방어적인 포지션 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6일(현지 시각)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발 코로나 변이바이러스의 확산 우려에 미 국채 금리가 급락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했다.

양 팀장은 “미국 장이 휴장한 25일 유럽에서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강도 높은 봉쇄에 들어갔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유럽의 코로나 확진자들이 남아공 여행을 통해 변이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자 갑자기 국채 매수세가 과하게 집중됐던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채권 금리의 상승세를 꺾을 만한 요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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