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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김밥 포장을 뜯을 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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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봉달호의 오늘도, 편의점]

지금과는 다르게 자유로이(?) 일본을 오가던 시절 이야기다. 저가형 항공편을 택했는데 기내식으로 삼각김밥이 나오는 거다. 세상에!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을 주식처럼 먹고사는 사람에게 삼각김밥 기내식을 주다니, 이 무슨 신의 장난이람. 어이없는 마음으로 먹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옆자리 아저씨도 황망한 표정으로 삼각김밥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럴까. 이분도 편의점 주인장일까 싶었는데, 가만 보니 삼각김밥 포장지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그래, 신비한 세계의 문고리를 매만지는 느낌이겠지.

그러고 보면 삼각김밥 비닐 포장을 제대로 뜯지 못하는 사람이 적잖다. 자신이 사용하는 방법이 올바르다 착각하는 분도 흔히 본다. 삼각김밥 포장을 벗기는 정석은, 가운데 절취선 따라 포장지를 완전히 양분하고, 그런 결과 만들어진 양쪽 삼각 비닐을 하나씩 떼어낸 다음, 한쪽 비닐은 다시 김밥에 끼워 그 부분을 손으로 잡고 먹는 방식이다. 그런다고 누가 팔뚝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해야 깔끔하게 삼각김밥 하나를 먹을 수 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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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방법을 알려줘도 ‘무슨 말이지?’ 싶은 사람이 적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절취선 중앙을 잡고… 아니 아니 아니다. 유튜브에서 ‘삼각김밥 포장 뜯는 법’을 검색해보시라. 현대인의 생활 도우미, 1타 강사, 유·튜·브.

지금 당장 집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삼각김밥을 구입해 ‘실습’해 보는 것도 권장한다. 그럼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어라? 내가 풀던 그 방식이 아니었네? 그러면서 또 자연히 알게 되겠지. 앗, 삼각김밥 포장지는 김과 밥을 떼어 놓고 있었잖아! 간단한 사실인데 이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이 태반이리라.

삼각김밥의 김이 바삭한 상태를 유지하는 비결은 그렇게 김과 밥을 따로 떼어 건조하게 포장하기 때문이다. 중앙 절취선을 따라 양옆으로 비닐 포장을 뜯는 방식이 왜 ‘정석’인지는 그런 구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아마 적지 않은 사람이 삼각김밥 뒷면에 붙은 스티커를 먼저 뗀 후, 포장지 안에 든 김을 직접 꺼내 손으로 김과 밥을 합체시키는, 꽤 번거롭고 비위생적인(?) 방법을 써왔을 것이다. 김이 찢어지거나 삼각김밥 귀퉁이가 부서지는 참사도 여러 번 경험했겠지.

이렇게 말씀드려도 여전히 아리송한 분 많을 것이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경험을 통한 학습!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구입해 탐색해보시라. 제대로 된 연구를 위해서는 삼각김밥을 두세 개쯤 장만하셔야 할 것이다. 오늘 전국 편의점이 조선일보 주말판을 들고 찾아올 손님들로 들썩이겠군.

요즘 MZ세대, X세대, Y세대, 86세대 하면서 느닷없는 세대 구분이 한창이고 대통령 후보들은 제가끔 “내가 바로 서민 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신세대와 구세대, 서민과 비서민(?)을 구별하는 편의점식(式) 기준을 찾으라면 역시 삼각김밥 포장을 제대로 뜯을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다. 실제로 언젠가 서울시장 선거 때, 방송인 강유미씨가 삼각김밥을 들고 각 후보를 찾아가 포장을 제대로 뜯을 수 있는지 비교 관찰한 적도 있다. 물론 다소 억지스러운 구분이긴 하지만 편의점 점주로서 나는 그런 이벤트에 무조건 찬성일세. 그런데 지금 대통령 후보 가운데 편의점이라도 제대로 들어가 본 분 계실는지. 선거운동할 때 빼고.

분명 2020 하계 올림픽인데 2021년에 열린 올여름 도쿄 올림픽 기간에, 캐나다 기자가 편의점에서 구입한 삼각김밥 포장을 풀지 못해 쩔쩔매는 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와 화제였다. 순식간에 ‘좋아요’가 8만개 붙고, “잘 뜯어봐” “응원해!” “이거 쉬운 일 아니지” 하는 댓글이 수천 건 잇따랐다. 곧장 그림을 그려 보여준 오지랖 넓은 지구인, 영상을 찍어 더욱 친절하게 설명한 세계 시민도 있었다. 그렇게 세상은 삼각김밥 하나로 대동단결, 훈훈해졌다.

비행기 안에서 삼각김밥 기내식을 받아 들고 고민에 빠진 아저씨의 인생 숙제는 내가 해결해줬다. “이렇게 삼각형 꼭짓점에 있는 절취선을 잡고 세로로 갈라내는 방식의 포장지를 다테와리(세로 분할) 필름이라 하고요, 비닐 포장 안에 든 김이 빠져나오도록 만드는 방식을 패러슈트(Parachute) 방식이라 합니다. 낙하산이 쫙 펼쳐지는 모습 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여기 꼭짓점 테이프는 티어테이프 혹은 커터테이프라고 하는데, 이렇게 중앙을 분리하는 방식을 센터컷 방식이라 부릅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아저씨가 물었다. “호…혹시 삼각김밥 만드는 회사 다니세요?” 삼각김밥 포장지 하나에도 이리 과학적 비방(祕方)이 숨어 있다고 알려주려 했건만 역시 나는 ‘안다니 박사’ 체질을 벗어나지 못하나 보다.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을….

그나저나 오늘은 과연 삼각김밥을 구입하려는 손님들로 전국 편의점이 흥성이겠군. 가을의 끝자락, 겨울로 가는 길목의 입구에 들어섰다. 자전거로 강변을 달리다 편의점에서 먹는 삼각김밥 맛이 최고 일품일 때다. 물론 이때는 ‘삼김의 단짝’ 컵라면 한 그릇도 빼놓을 수 없겠고.

[봉달호 작가·'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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