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끝모를 싸움… ‘델타’보다 센 ‘누’가 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WHO ‘누 변이’ 대응 긴급회의

조선일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가운데 붉은 부분이 유전물질인 RNA와 이를 감싼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이다. 뉴클레오캡시드의 돌연변이가 델타 변이의 전염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NIAID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델타 변이보다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누 변이‘가 출현, 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6일(현지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급속도로 확산 중인 누 변이에 대해 논의하고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이달 11일 처음 발견된 누 변이는 전 세계에 퍼진 델타 변이보다 감염력이 센 것으로 알려져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과 미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누 변이 감염 사례는 현재 남아공에서 77건, 보츠와나에서 4건, 홍콩에서 2건, 이스라엘에서 1건, 벨기에에서 1건 등 총 80여 건이 보고됐다.

외신에 따르면, WHO는 26일 회의를 열고 ‘누 변이’로 불리는 ‘B.1.1.529′를 ‘우려 변이’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WHO 기술 책임자인 마리아 판 케르크호버 박사는 25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이 변이가 많은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 변이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수주가 걸릴 것”이라고 했다. WHO는 전파력과 증상, 백신 효과 등을 고려해 주의해야 할 변이를 ‘우려(주요) 변이’와 ‘관심(기타) 변이’로 지정해 관리한다.

누 변이가 현재 보고된 80여 건보다 많이 확산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툴리오 드 올리베이라 남아공 전염병 대응 및 혁신센터(CERI) 국장은 이날 “남아공 동북부 하우텡주(州)에서 보고된 일일 코로나 확진자의 90%가량(1000명 이상)이 누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며 “새 변이가 아주 빠르게 퍼지는 중”이라고 밝혔다. 홍콩에서는 1차 감염자와 2차 감염자 간에 직접적인 접촉 없이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두 사람은 모두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감염된 돌파 감염 사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누 변이 전파 소식에 세계 각국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영국·네덜란드·이스라엘·싱가포르 등에서는 누 변이 차단을 위해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입국을 금지하거나, 아프리카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사람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내놨다.

조선일보

체코 하루 확진 2만6000명… 유럽 국가들 줄줄이 비상사태 선포 - 25일(현지 시각) 체코 브르노시(市)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수도 프라하의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코로나가 재확산하고 있는 체코는 이날 30일간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술집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했다. 체코에서는 지난 24일 하루 확진자가 2만5900명 발생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누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 중인 남아공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이달 초 하루 100여 명대에서 25일 2400여 명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누 변이의 강력한 전파력은 홍콩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홍콩에서는 남아공을 여행한 후 누 변이에 감염된 여행객이 의무 격리 기간 머물던 호텔 5층에서 건너편 방에 투숙한 사람이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당국은 25일 “1차 감염자와 2차 감염자가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다”며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두 사람은 코로나 검사를 세 번 할 때까지 음성으로 나왔으나 네 번째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됐다.

이스라엘서도 첫 누 변이 감염 사례가 나왔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26일 아프리카 말라위를 방문하고 귀국한 여행객 1명이 누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은 다른 입국자 2명도 누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격리 지시를 내렸다고 현지 일간 하레츠는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 벨기에에서도 누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1건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감염병학자 마르크 판 란스트 박사는 “감염자는 최근 이집트를 여행한 뒤 지난 11일 귀국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 누 변이 감염자가 확인된 것은 벨기에가 처음이다.

누 변이 전파 소식에 세계 각국은 외국에서의 입국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26일 정오부터 남아공·나미비아·보츠와나·짐바브웨·레소토·에스와티니 등 아프리카 6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25일 영국이 입국을 금지한 6국에 모잠비크를 포함해 아프리카 7국을 입국 제한 국가로 지정했다. 싱가포르는 지난 2주간 아프리카 7국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 27일 오후 11시 59분부터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스페인도 남부 아프리카에서 오는 항공편을 일시 금지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26일 성명에서 “남부 아프리카 국가로의 여행을 긴급 차단하는 안에 대해 회원국들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 정부도 남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 6곳의 여행객을 대상으로 국경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황지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