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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독자들 마음 한편에 별처럼 남는 소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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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동인문학상 시상식

“제 이야기가 아주 작은 별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별자리에도 속하지 않는 별들요. 그래서 독자들이 제 소설을 읽고 나서 각자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별자리가 만들어졌다면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겁니다.”

조선일보

26일 서울 조선일보사에서 열린 제52회 동인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동료 문인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소설가 김유진, 김애란, 구효서, 편혜영, 윤성희(수상자), 오정희, 김인숙, 평론가 정과리.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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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동인문학상 수상자 윤성희(48)씨가 26일 서울 조선일보 편집동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했다. 수상작인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은 11개의 단편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하지만 고달픈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윤씨는 “소설가로서 어느 정도의 슬픔과 희망이 적절한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존재란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글을 썼다”며 “이번 여섯 번째 소설집을 쓰면서 소설은 독자의 삶과 만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야기는 독자의 삶으로 들어가 각자의 깊이와 각자의 무게로 퍼져 나가는 것이겠지요. 독자의 삶 속에서 이야기가 완성된다고 생각하자 글 쓰는 일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1999년 등단해 장편 2권, 중편 1권, 소설집 6권을 펴내며 몇 차례 동인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윤씨는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 난 후로 ‘새옹지마’란 말을 주문처럼 자주 중얼거렸다”고 했다. “이 행운이 제게 어떤 일로 되돌아올 것인지 생각해봅니다. 약간의 행운은 인생에 축복이지만 큰 행운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상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심사위원의 따뜻한 심사평과 저보다 더 수상을 기뻐해 준 동료 작가들 덕분”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심사위원인 소설가 오정희씨는 “흐린 눈으로 보자면 세상은 끝나지 않는 고통과 슬픔과 원한의 구덩이 속으로 밀려가고 있지만, 소설의 혜안에 비친 모든 사람은 극복과 개척의 길을 열기 위해 생의 진흙을 한 삽씩 뜨고 있다”는 선정 이유를 낭독했다. “당장 힘들고 고단한 독자들조차도 소설을 통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 될 것입니다.”

축사는 10년 전 제42회 동인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편혜영씨가 맡았다. 당시 수상식의 축사는 오늘 주인공인 윤성희였다. “축하를 되돌려줄 수 있어서 기쁘다”는 편씨는 ‘여행 친구’ 윤씨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웃음을 줬다. “윤성희는 아파트를 산책하다 물까치에게 뒤통수를 두 번이나 얻어 맞고, 학생이 한 명도 오지 않아 두 시간이나 걸려 간 학교에서 수업을 못 하고 다시 두 시간 걸려 수원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입니다.” 그는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어지기로 마음먹은 이 ‘귀여운 과장법’의 세계는 윤성희 소설이 주는 위로와 닮아있다”며 “사람들은 모두 얼마간의 엉망을 견디면서, 저마다의 삶에서 우스꽝스럽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고 말했다. “소설은 결국 마음을 발견하는 장르인 것 같습니다. 한때 빛났지만 지금은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얼음처럼 굳어 있다면 가벼이 ‘땡’을 외쳐주는 인물로 가득 찬 소설은 윤성희였기에 쓸 수 있습니다.”

수상자는 김동인의 초상을 청동 조각으로 새긴 상패와 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 오정희·정과리·구효서·김인숙씨, 김동인의 차남인 김광명 한양대 명예교수, 소설가 김애란·김유진·최은미씨, 출판인 염현숙·김소영 문학동네 대표, 이상술 문학동네 편집부장, 원미선 민음사 세계문학팀장, 조연주 레제 대표,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 홍준호 발행인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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