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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52%, 쇠고기값 43% 폭등… 중남미 덮친 최악 인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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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물가도 20년새 최대로 올라… 식료품값 급등에 서민층 초토화

조선일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가정에서 지난 10월 말 한 주부가 구호단체에서 배급받은 식품을 뜯고 있다. 브라질엔 최근 평균 11%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으로 급격한 에너지와 식품값이 급등하며 생계를 위협받는 서민층이 늘어나고 있다. 현 우파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내년 대선에서 좌파 정권이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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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중남미가 이젠 세계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휘청이고 있다. 각국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를 막아보려 하지만 소용이 없는 상태다. 선거철을 앞두고 포퓰리즘 정권들이 당장 표(票)를 얻을 수 있는 현금 복지 등 선심성 정책을 강화, 상황이 심각한데 중남미의 경제 실패는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 급증 등 세계에 부정적 여파를 낳을 수 있어 주요 선진국이 이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 중남미 국가들은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멕시코 통계청은 24일(현지 시각) 1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연 7.0%를 기록, 지난 2001년 이래 2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연 10.7%에 육박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무려 연 52%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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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멕시코시티의 지난 24일(현지시각) 시장 상인이 야채와 과일을 진열하고 있다. 멕시코는 이날 11월 물가상승률이 7%로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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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충격이 전 세계에 고통을 안기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중남미는 최악이다. 미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글로벌 금융사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륙별 물가상승률 예상치에서 라틴 아메리카는 올해 평균 11.9%, 내년 10.4%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이번 중남미 인플레의 특징은 브라질의 주식인 쇠고기값이 43%나 오르는 등 식료품 값 급등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빈부 격차가 큰 이 지역에서 엥겔계수(가계 지출 중 식비의 비율)가 큰 서민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 중남미를 덮친 고물가와 외채 사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 같다. 브라질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국민은 ‘올 것이 다시 왔다’며 절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남미 국가들은 일단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인 금리 인상에 매달리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3월 2%였던 기준금리를 네 번이나 올려 현재 7.75%까지 끌어올렸다. 금리를 8개월 만에 5.75%포인트 올린 것은 이례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최대 폭 상승이다. 멕시코도 약 6개월 만에 1%포인트, 칠레는 3개월 만에 2.25%포인트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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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3월부터 8개월간 금리를 무려 5.75%포인트나 올려 세계 최대 금리 인상국이 됐다. 사진은 브라질리아에 있는 브라질 중앙은행의 모습.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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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리 인상 같은 통화 정책 조정만으론 시중 물가 억제엔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너무 과격한 돈줄 죄기가 경제를 급속히 위축시키면서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초래하고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지적했다. 멕시코의 경우 3분기 경제성장률이-0.4%를 기록하며 본격적 경기 침체로 들어섰다.

최근의 중남미 인플레는 기본적으론 다른 지역 인플레와 비슷한 이유에서 비롯됐다. 코로나 이후 폭발한 수요를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는 공급망 병목, 노동력 부족과 국제 유가 상승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중남미 특유의 경제·정치 구조가 인플레에 더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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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난 2일 시민들이 무료 급식소 앞에서 음식을 배급받고 있다. 코로나 이후 실업자가 늘어난 데다 최근 치솟는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으로 고통받는 중남미 서민이 급증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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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중남미 국가들이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보니 최근 유가 상승에 더욱 큰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중남미는 오랜 좌파 정권 통치 역사 속에서 주어진 천연자원 말고는 원자력발전 같은 안정적인 에너지 기간 산업을 확립하지 못했다. 수력 발전에 의존해온 브라질의 경우 올해 큰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 발전량이 급감하자 각지에서 정전이 일상화되고, 분노한 국민의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극심한 인플레 앞에서도 줄줄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중남미 정권들이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더 늘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통화 긴축 정책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가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치솟는 물가로 더 가난해진 유권자들은 복지 확대를 내건 포퓰리즘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가 상승의 고통을 잊기 위해 복지 지출을 늘리고 임금을 올리라는 요구가 높아지는데, 이를 포퓰리즘 정부가 적극 수용하면서 물가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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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중남미에 ‘핑크 타이드(pink tide·사회주의 성향 좌파 물결)’ 현상이 다시 나타나면서 포퓰리즘에 기반한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치러진 니카라과 대선 결과, 좌파 오르테가 독재정권이 계속 집권하게 됐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극좌 포퓰리스트 정권이 지방 선거를 이겼으며, 아르헨티나 총선에서도 좌파 정당이 승리했다. 지난 7월 페루 대선에선 사회주의 성향의 페드로 카스티요가 당선됐다. 브라질의 극우 권위주의 정권은 내년 대선에서 다시 좌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칠레의 싱크탱크 라티노바로메트로가 지난달 중남미 각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만 한다면 비민주적 정부가 들어서도 괜찮다”고 답했다. 중남미 전문지 아메리카스 쿼털리는 “중남미가 독재의 악마들로부터 어렵게 배운 20세기의 교훈을 잊고 있다. 많은 이들이 1인 독재에 유혹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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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니카라과 대선·총선 투표일에 세계 첫 부부 정·부통령인 좌파 여당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다니엘 오르테가(75 오른쪽) 대통령과 부통령인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70 왼쪽) 여사가 수도 마나과에서 투표를 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현지 언론은 2017년 정·부통령에 당선된 뒤 이번 대선에서도 러닝메이트로 나선 이들 부부의 연임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니카라과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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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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